: 쓸데없이 재미있게 살아볼게
‘어라? 또 언제 이렇게 자랐데?’
깎은 지 언제라고 벌써! 손톱이 백설공주 왕비 마냥 길어졌습니다. 무슨 이유로 손톱은 이리 빨리 자라는 것일까?
또. 깍. 또. 깍.
손톱을 자르며 한참을 생각합니다.
사실! 손톱이 빨리 자라는 이유는 순전히 모기 탓입니다. 십자로 꾹! 모기에 물려 정신이 혼미해질 때, 가로로 한번.. 세로로 한번... 그렇게 모기 물림 퇴치용! 가려움 방지용으로 손톱은 자라고 또 자랍니다.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어쩌면...힘으로 감당 안 되는 상대방의 얼굴을 성난 고양이 앞발처럼 할퀴는 치명적 무기로..., 막힌 코와 귀 속을 적시적소에 파내는 뚫어뻥의 도구로..., 심심할 때 손톱 사이 이물질을 빼는 레저용으로..., 내 등에 효자손이자 사랑하는 연인을 위한 효자손으로..., 캔맥주를 간편하게 딸 수 있는 오프너로..., 스카치테이프나 온라인 배송 스티커 떼기용으로...,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헛헛한 마음을 달래는 물어뜯기 용으로..., 나이 먹어 더 이상 자라지 않는 키에 대한 정신적, 심리적 위로와 치유제로..., 드라큘라, 처녀 귀신, 늑대인간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실존론의 상징으로..., 그리고 매니큐어 회사와 네일숍의 거대한 음모론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 다 이유가 있었구나! 손톱이 빨리 자라는 이유가 있었어! 손톱을 자르며 빨리 자라는 이유와 이 손톱이 베푸는 다양한 쓸모와 마음씀을 생각합니다. 제법 대견합니다. 특급 칭찬을 합니다.
'그럼 왜 발. 톱. 은 이 모양이지?'
손과 발이 분명 한 몸인데… 발톱은 왜 손톱처럼 빨리 자라지 않는 것일까? 참 모를 일입니다.
손톱처럼 햇빛도 보고, 사랑하는 누군가를 어루만지거나 얼굴을 스다듬고, 눈물을 닦아주고, 이쁘게 화장하고 자랑하며 다니지 않아서일까? … 할퀴는 무기도, 뚫어뻥도, 효자손도, 오프너도, 모기 가려움 방지용도 될 수 없이 늘 갑갑한 양말 안에 온종일 갇혀 지내서일까?
어쩌면, 가장 외롭고 험한 곳에서... 발과 함께 세상의 온 무게를 묵묵히 견디고 있어서는 아닌지... 평생 지구의 중력을 거스르며 걷고 또 걸어서는 아닌지... 그래서 자라고 싶고 칭찬받고 싶어도 그러지 못했던 것은 아닌지... 쓰다 버려진 서랍 속 원고처럼 그렇게 애쓰지 않고 누군가가 보아줄 때까지 가만히 그 자리에 있던 것은 아닌지...
쓸데없는 생각에 발톱을 내려다봅니다. 오늘은 소외된 발톱에게도 힘을 보태줘야겠습니다. 그래서 친구들이 손톱처럼 쑥쑥 자랄 때 발톱처럼 자란 내 키에게 그랬던 것처럼 발톱에게도 한마디 응원을 보냅니다.
그러니 발톱아… 너도 힘. 내. 렴.!
P.S
찾아보니 손톱은 자극을 많이 받거나 어른보다 활동이 많은 어린아이, 겨울보다 한여름, 밤보다 낮에 빨리 자란다고 합니다.
광고 아이디어도 손톱처럼 빨리 자라야 하는데 늘 발톱입니다... 속이 타들어갑니다.
image : upfootc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