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대체 이런 빌.어.먹.을. 광고를 누가 만들었을까?
평생 경박하기 짝이 없는 광고인으로 살아온 나에게, 이건 아주 진짜 진짜 진지한 인문서다.
광고는 공기와 같다 한다. 그래! 멋진 말이다. 그만큼 현대를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필수불가결의 요소! 인지하지 못하지만 늘 생활의 주변에 있는 중요한 생활인자. 없어서도 안되고 없을 수도 없는 산소 같은 무언가라는 것이다.
광고인으로 아주 그럴듯한 말이라 기분이 제법 우쭐해진다. 이 직업 참 잘 선택했네. 내 후대의 자손들은 아! 옛날 우리 조상님은 참 멋진 광고인이셨어. 널리 인류를 복되게 했지. 위대한 직업을 가진 위인이셨어. 이럴 거란 상상을 해본다. 얼마나 뿌듯한가?
그런데
한번 물어보자
TV 프로그램과 프로그램 사이 흘러나올 광고를 애타게 기다리며 ‘아! 이번 광고는 뭘까?’ ‘이 광고 너무나 기대 돼!’ ‘너무 사랑스러운 광고군! 바로 2편이 나왔으면’ ‘다음 SS 시즌엔 또 어떤 놀라운 경험을 내게 선사해 줄까?’ ‘이 드라마 끝나고 나올 광고 정말 보고 싶어…’ 이런 생각을 해본 적 있는가?
요즘은 프로그램 중간에 아무런 맥락도 없고 예의도 없이 중간광고가 '훅' 들어오기도 하고 유튜브라도 보려 하면 광고가 '미칠 듯이' 쏟아져 나온다. 게다가 관심 없고 촌스러운 광고는 또 왜 이리 많은가?
광고가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한다고 생각은 나 같은 광고인과 앞으로 내 광고 유전자를 갖고 태어날 내 후손들만의 생각일까?
광고는 도덕적이지 않다. 광고인은 물건의 이미지를 파는 사람이다. 상인은 천국에 가기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상인의 물건을 팔아주는, 그것도 온갖 구라, ‘구라’ 이것은 광고인의 업계표준용어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오는 순(?) 우리말이다. 이 구라로 더 잘 팔리게 해야 하는 나팔수라면 천국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들 입장이나 가능할까?
주술처럼 광고계에 떠도는 말이 있다. 죽일 만큼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광고회사에 취업시켜라. 극심한 스트레스, 술과 담배는 일상이고 출근시간, 퇴근시간, 주말도 없는.. 새벽에도 수시로 불려 가는 직업 그러면서 평생 클라이언트를 받들어야 하는 ‘을’ 중에 ‘을’이라는 직업이니 멋지게 포장해서 취업시키면 곧 명을 다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 광고인은 불나방처럼 이 죽을 만큼 힘들일을 할까?
폼나기 때문이다. 그렇다! 업계용어로 ‘간지’가 난다. 광고인은 간지로 먹고사는 사람들이다. 평생을 을로 살아도 내가 만든 광고가 세상에 나올 때 모든 설움과 고통이 사라진다. 진정 내가 너를 창조했구나! 이럴 때 광고인은 예술가가, 크리에이터가, 창조주가 되는 거다.
좀 근사하게 말해보면 광고는 인간을 향한다. 사람을 향한다. 사람에게 진심이다. 그래야 팔린다. 밥벌이할 수 있다. 그리고 사람을 향한다는 것은 인간을 관찰하고 연구한다는 것, 인간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다. 즉 광고의 출발은 인.문.이다.
인류의 시작은 광고와 함께 했다. 사실이다.
인문에 대해 학문적으로 전문가이거나 연구를 한 사람은 아니지만 광고인으로 강과 산이 두 번 변할 동안 일을 해왔다. 대한민국에서 20년은 빅뱅이 백만번은 족히 일어난 시간이다. 그래서 광고인의 시선으로 인문을 이야기하려 한다.
광고인은 연구가가 아니다. 실용가다. 그래서 쉽고 거칠고 이해하기 쉬운 편안한 언어로, 너그러운 독자 여러분께서는 광고적 시각의 이야기임을 염두에 두고, 슬그머니 넘어가 주시기 바란다.
이제 B급 인문의 세계로 함께 떠나보자.
함께 하다 보면 역사적인 수많은 광고인들을 마주하게 되고 그들이 탁월한 퍼스널 브랜딩과 마케팅의 대가라는 점을 알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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