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무라비는 말했다
종종 광고제작을 위해 모델과 계약을 하게 된다. 광고주가 직접 계약할 수도 있고 광고회사가 대신하기도 한다. 계약서에는 광고 모델로 활동하는 기간이 명시된다. 대략 3개월, 6개월, 1년 단위가 기본이다. 모델의 긍정적 이미지에 따라 오랜 기간 광고 모델이 되기도 한다. 배우 이나영이나 원빈, 공유 등이 맥심, 카누 커피 모델로 오래갈 수 있는 이유다. 앞뒤가 똑같이 대리로 운전해 주는 이수근도 마찬가지다. 당연히 계약서에는 가장 중요한 모델료가 들어간다. 모델료는 싯가다. 개런티는 특급 비밀이다.
모든 계약이 다 그렇다
광고 브랜드와 모델 간의 좋은 관계를 위해 계약서는 매우 신중하게 작성되게 된다. 모든 계약이 다 그렇다.
그러다 아주 드물게 문제가 생기기도 하는데 바로 ‘거마비’등이 발생할 때다. 거마비?? 이게 뭐지? 생소한 단어다. 원뜻은 ‘이동을 위한 교통비’다. 광고 모델로 브랜드를 위한 팬 사인회나 이벤트에 참석하게 되면 모델료 이외에 이 거마비를 따로 책정하게 된다. 그런데 이 부분을 서로 놓치고 계약서에 제대로 써 놓지 않아 ‘내가 잘했네 니가 잘했네’ 서로 얼굴 붉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계약의 룰을 사전에 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아주 중요하다. 도장 찍기 전에 명심하자! 암튼, 기원전 1750년 경에도 이런 분쟁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칼 같은 룰을 만든 아주 무서운 광고인이 있다.
유프라테스 강, 티그리스 강. 그렇다. 어딘진 잘 몰라도, 귀에 피딱지가 앉도록 들어봤다. 이 두 ‘강물 사이의 나라’라는 고대 그리스어가 있다. 바로 메소포타미아다. 지금의 이라크 지역이다. 이곳에는 여러 민족이 공존했다. 바로 수메르 인, 바빌로니아 인, 아시리아 인이다. 이런 도시 중 하나가 바로 바빌론이다. 바빌론?! 맞다. 그 바벨탑의 출생지가 바로 이곳이다.
한때 세상에서 가장 큰 도시였던 이곳에는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상인들로 들끓었다. 이 지역 무덤에서 발견된 점토판에는 이들이 문자의 기록이 남아있다. 이들 문자를 설형문자, 쐐기문자 Cuneiform 라 한다. 좀 어렵게 들리지만 뭐 별거 아니다. 쐐기 모양으로 생겨서 붙은 말이다. 끝이 길쭉한 삼각형의 못처럼 생긴 쐐기 모양의 글자다. 마동석의 마블 히어로 길가메시 Gilgamesh의 이야기도 이런 수많은 점토판에 기록으로 내려온다. 전 세계 상인들이 몰려오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들의 보고서나 계약서, 보증서, 물품 목록 등도 발견됐다.
광고인의 시각으로 상상해 보자. 사람들이 많아졌다. 상업이 발달했다. 팔 사람도 살 사람도 많아졌는데 저절로 팔리진 않는다. 그리니 광고를 해야 한다. '여기 바빌론 최고 럭셔리 모피 코트 있어요! 폭탄세일, 3만 9천9백 원!' 그러면서 자연스레 광고를 하고 계약을 했다. 잘못된 계약에서 오는 분쟁, 사람들 간의 법적 문제, 나라와 개인 간의 지켜야 할 법 등이 생기게 된다. 룰이 없으면 엉망일 테니 말이다.
이것이 우리가 참 많이도 들어봤을 이름, 바로 함무라비 법전 The Code of Hammurabi이다. 기원전 1750년 경에 만들어졌으니, 지금부터 무려 3,771년 전에 법전이다. 물개박수 리액션이 나올만하다. 대단하다.
정의를 펼치고 악인을 구분하기 위해!...
캬~ 멋진 카피다
1조. 살인죄로 남을 고발한 사람이 죄를 밝혀내지 못하면 고발한 자를 죽인다. (죄 없이 함부로 고발하면 그냥 죽겠다... 무고죄가 이 정도로 무서운 거다. 끝장이다. 당신의 거짓말!)
8조. 물건을 훔쳤다가 걸려서 30배, 10배로 갚지 못하면 죽인다. (도둑질? 어디 해봐라. 걸리면 끝이다. 꼭 기억하자.)
14조. 다른 사람의 미성년자 자녀를 훔쳤으면, 그 자를 죽인다. (이건 뭐 죽어 마땅하다. 이런 쳐줄 일...)
22조. 강도질을 계획하다 발각되면 사형에 처한다. (어때? 어디 한번 해보시던가...)
33조. 전쟁의 출정명령을 받고 다른 사람을 고용해서 대신 보낸 자는 사형에 처한다. (어떤가? 병역비리)
108조. 술을 속여 팔거나 비싸게 팔면 강물에 던져버린다. (술에 물 타지 마라 )
128조. 아내를 얻고도 계약서를 쓰지 않으면 아내가 아니다. (권태기 유부남들은 생각이 복잡해지겠다)
142조. 남편이 바람 폈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갈라설 수 있다. (질척거리지 마라. 쿨하게 헤어지자! 쿨하게 )
143조. 아내가 바람 폈다면 강물에 던져버린다. (남편도 던져야 하는 거 아닌가? 어디 말해보시지... 사랑하는 게 죄는 아니잖아!)
154조. 아버지가 딸을 취했을 경우 도시에서 추방한다. (뉴스에나 나오는 패륜이다. 절대 용서 못한다. 당시 도시 추방은 사형과 같았다)
155조. 며느리를 취한 시아버지는 사지를 묶어 물속에 빠쳐 죽인다. (좋다! 얼씨구)
192조. 입양해서 길러준 자식이 양부모에게 ‘당신은 내 부모가 아니다’라고 말하면, 혀를 뽑아 버린다. (왠지 통쾌하다)
194조. 보모가 위탁된 아이를 죽게 하면, 그녀의 가슴을 잘라 버린다. (보육원 아동학대, 새겨들을 소리 아닌가?)
195조. 아들이 그의 아버지를 때렸을 때는 그 손을 자른다. (손모가지 정도로 되겠는가? )
196조. 자유인의 눈을 뺀 자는 그 눈을 뺀다. (오호~~ 이것이 바로 눈에는 눈이다)
197조. 자유인의 뼈를 부러뜨린 자는 그 뼈를 부러뜨린다. (이에는 이다!)
215조. 의사가 수술칼로 중대한 상처를 만들어 사람을 죽게 했거나 수술칼로 각막을 절개해 눈을 못 쓰게 했으면 그 의사의 손모가지를 자른다! (절대 의료 과실은 없겠다. 이래야 하지 않겠는가)
229조. 건축업자가 지은 집이 무너져 집주인이 죽었다면 그 건축업자를 죽인다. (부실공사? 꿈도 꾸지 마라)
230조. 무너진 집의 아들이 죽었으면 그 건축업자의 아들을 죽인다. (내 자식 소중하면 남의 자식도 소중하다. 집 똑바로 짓자)
253조. 사람을 고용해 농사를 졌는데, 곡식을 훔쳤다면 손모가지를 자른다! (횡령은 당신의 손목 값이다)
등 다양한 판례, 형법, 군법, 상법, 의료법 등으로 구성돼 있다. 법문의 형벌이 잔인할 법도 하지만, 통쾌하기도 하다.
1901년 프랑스, 이란의 합동 발굴단은 이란의 고대도시 수사Susa에서 높이 2.25m의 검은 현무암 돌기둥을 발견한다. 이 돌기둥의 1/3 윗부분에는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태양과 법과 정의의 신인 샤마쉬 Shamash가 바빌론의 왕에게 법전을 하사하는 모습이 조각되어 있었다. 바로 함무라비다.
부조 조각 아래 법전의 프롤로그는 함무라비 왕가의 연혁과 그의 치적이 기록되어 있다. ‘강자가 약자를 억압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신들이 그에게 통치를 맡겼다 한다. 법전의 마지막은 ‘정의를 펼치고 악인을 구분하기 위해’ 후손들이 법전을 따르고 법을 바꾸거나 폐기하지 말라 당부하는 말로 끝을 맺는다.
무섭도록 잔인하고 칼 같은 룰을 만든 왕이지만, 분명 현명하고 정의로운 고대의 광고인였음이 틀림없다.
‘강자가 약자를 억압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정의를 펼치고 악인을 구분하기 위해’
정말 캬~ 멋진 광고 카피 아닌가?
image : 타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