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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은 파리지앵] -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

: 나에게 당신이 별이 듯…

by BOX



별이 빛나는 밤에...
오르세의 밤…파리의 밤이 그렇게 흘러갑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내려와


조각 작품들의 지나 고흐를 만나러 갑니다.




부르델의 헤라클레스를 지나



카미유 클로델의 중년을 지나…



던 중….



도저히 그녀의 작품은 그냥 지나칠 수 없네요….ㅜ,.ㅜ;;;;




사실 며칠 후 로댕미술관을 방문할 예정이라


로댕의 조각들도 휙휙 지나갔지만…


그녀의 작품 앞에서는 좀 더 자리를 합니다.



미켈란젤로의 환생이라는 위대한 로댕에겐 빼놓을 수 없는 여인이죠.





중년이라는 작품예요…


중년의 남자가 늙은 여인에 이끌려 젊은 여인을 뿌리치고 가고 있습니다.




TIP :


5분 막장 단막극…카미유 클로델



무슈 로댕~ 사람이 그러는 거 아냐!!



다들 잘 아는 인물이긴 하지만…^^;;;


카미유는 어려서부터 조각에 재능이 많았습니다.


19세 나이에

당시 43세인 로댕의 제자가 되죠.


워낙 재능과 미모를 겸비하고 있어서인지

로댕이 홀딱 반해요.


그리고 2년 뒤

그의 조수가 된 카미유는 로댕과 연인이 됩니다.


둘은 서로 폭풍 같은 사랑을 합니다.


그런데 로댕에게는 젊을 때부터 사실혼 부인인

로즈 뵈레라는 여자가 있었어요…


로댕…나쁜 놈입니다.


카미유는 연인이 되고 1년 후

로댕에게 증서 하나를 받아요


“로댕 오빠…이거 뭐임?”

“ㅇㅇ 보증서야 보증서”

“무..무슨…?”

“나…이제 너랑 곧 결혼한다! 엄걸고 맹세!”


로즈와 헤어지고 그녀와 결혼하겠다는 증서였죠.


그러나 결국 끝내 헤어지지 않죠.

구라쟁이 대마왕! 로댕! 에라이~흥칫뿡이닷! 퇫!


카미유를 끝없이 기다립니다. ㅜㅜ


그리고 로댕의 작품에

그녀의 천재적 역량을 쏟아 돕죠

로댕은 그녀를 이용합니다.


생각할수록 나쁜 놈예요


카미유의 작품은 관능이 넘쳐 흘렀습니다.


당시…

로댕은 슬럼프였어요..


“로댕…당신 이제 끝이야…”

“조각 작품이 구려…”

“진부하다구…..”


이런 시기에 카미유를 이용합니다.


“와우~~ 역시 로댕이군…내가 오해했어 ㅜㅜ”

“이 작품 좀 보라구…관능미가 철철 넘쳐”

“대단하구만…대박이야, 대박”


슬럼프를 벗어나게 되죠


카미유의 재능을 쪽쪽 빨아먹은 흡혈귀가 됐죠…거머리처럼요….

(카미유가 이쁘다고 제가 흥분한 거 아닙니다. ^^;;; 오해치 말아주세요~)



여자 관계도 복잡했어요…

그러던 중

7년 만에 카미유가 임신합니다.


그런데 로댕이 쌩까요~ㅡ,.ㅡ;;;;

(이쯤에서 저도 욕이 입 밖으로 튀어나옵니다)


“난 책임못져….”

“사랑하는 로댕~ 그럼 뱃속에 우리 아이는 어찌…”

“지우라구!”


이런 썅~

아이를 잃고…

결국 그를 떠납니다.


이후 작곡가 드뷔시의 사랑을 받지만

그도 역시 내연녀가 있었어요

(여성 여러분~ 남자로 제가 사죄합니다. ㅜㅜ 꾸~벅

모든 남자가 다들 이러진 않아요…흑흑)


그 후 결국 정신병원에 들어가 30년…


그녀가 세상을 떠나지만

무연고자로 남아

지금도 그녀의 무덤조차 없습니다.






좀 우울해지네요.



오른쪽으로 돌아 뒷모습을 다시 한번 바라보고…



“떠나지 말아요”


그녀가 말하는 것 같습니다.





이제 고흐에게 달려갑니다.

회랑을 주~욱 들어가다 보니 고갱의 모습이 보이고



회랑 중앙 벽에 고흐의 자화상도 눈에 띕니다.



며칠 후 다시 올 것이기 때문에


잠시 그와 인사를 나누고


벽을 돌아 반대편 전시관의



별이 빛나는 밤을 만나러 갑니다.



고흐…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


제가 아를의 카페테라스와 더불어 세상 모든 회화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저 멀리 짙게 드리운 푸른 밤하늘 아래 수많은 별들이 빛나고…


론 강에 아른거리는 별 빛 사이로 강물이 일렁입니다.


사랑하는 이들은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 풍경 사이를 걸어갑니다.




야간 폐장이 10시니 2시간 가까이 시간이 남았군요…



음악 한곡 들어야겠습니다.



어떤 노래가 어울릴까요?



맞습니다.


오늘은 답정너죠…



서둘러 이어폰을 귀에 꽂고


돈 메클레인의 빈센트를 듣습니다.



starey starey night
paint your palette
blue and grey
Look out on a summers day
with eyes that know
the darkness in my soul….




무한반복으로 들으며




보고


또 보고….





감상하고…


또…


감상하고…






다시 보고….


다시 느끼고….



별이 빛나는 밤에


오르세의 밤…파리의 밤이 그렇게 흘러갑니다.




저 멀리 론 강의 제방 너머…작고 초라한 집에 조그마한 등불이 반짝거리자


지구 반대편에서 온 이방인의 가슴 한켠에도 작은 등불 하나 밝아집니다.




그리고 시선이 아래로 아래로…




가난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워 보이는 연인에 시선이 머뭅니다.


시간이 아주 천천히 흘러갑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말…


“당신을 사랑합니다”





한참


아주 한~참을 그 자리에 머물며 별이 빛나는 밤을 감상하고 또 감상합니다.



당신이 내게 별이 듯 나도 당신 가슴에 별이길 희망합니다.




사실 전 세계에서 오는


수많은 관람객들 사이에


가운데 역세권 자리에 떡하니..서서


그것도 2시간 가까이 자리하고 있는 건


정말 민폐 중 상민폐인데…ㅜ.,ㅜ


(정말 미안합니다….고흐 팬 여러분…죄송요…한 번만 이해해주세요~)




자리를 뜨지 못하겠습니다.




이번 여정엔 남프랑스의 아를을 넣지 않았습니다.


[아를에서의 한 달]을 버킷리스트에 담습니다.




그때는 정말 아를의 론 강에서….


별이 빛나는 밤을…


고흐가 바라본 그 하늘을 봐야겠습니다.





이제 정말 작별할 시간입니다.



며칠 후


고흐의 생을 마감한


오베르 쉬르 우아즈를 가볼 예정입니다.


(고흐와 동생 테오, 고갱의 이야기는 아마 그때 다시 함께 나누기로 합니다.)




그리고 며칠 후


다시 만날 오르세를 뒤로 하고


폐장 시간과 함께 미술관을 나섭니다.



하루 종일 오랑주리와 오르세를 오가며 위대한 작품들을 보다 보니


이제 정말 체력이 방전되었군요,…




오르세를 나와 건널목 신호등 앞에서 다리가 풀립니다. @@




센 강을 건넙니다.


저 멀리 밤 10시를 알리는 에펠탑의 불빛이 반짝입니다.




1월의 파리가…


당신의 파리가…


나의 파리가…


밤 하늘에 별이 빛나지는 않지만…센강 너머의 전등 빛이 강물에 별빛을 선물합니다.




너무나 힘든 하루였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하루였습니다.




센강을 따라 조금 걷습니다.


밤공기가 시원합니다.




이제 저 강 너머가 희미해집니다.


제 풀린 다리와 제 풀린 눈도 함께 희미해져 갑니다.



늦은 시간…


버스를 타고 파리의 지붕 밑 다락방에 도착을 합니다.




무거운 다리를 이끌고


다시 108 계단을 뱅그르르 돌아 올라갑니다.


(다행히 늦게 여는 동네 빵가게에서


내일 아침거리로 크로와상과 바게트 하나를 구했습니다…^^)



그렇게 나무 계단을 올라와….


좁은 복도를 지나…


열쇠 구멍에 열쇠를 넣고…


왼쪽으로 세번…돌려서…




문이 열립니다.




짐을 풀고


작은 다락방 창가에 앉아


밤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희미한 파리의 지붕과 뾰족 뾰족 작은 굴뚝이 하늘과 맞닿아 있네요…




그 자리에 우두커니 앉아 와인 한잔을 마십니다.



오늘 하루 마감하기 참 기분 좋은 밤입니다.


에릭 클립튼wonderful tonight를 듣습니다.




내일은 파리가 또 제게 어떤 선물을 선사할까 기대를 품고 자리에 눕습니다.


잘 자요~



* 혹, 제 경험과 기억에 오류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 다음 주는 열흘 일정으로 런던에 잠시 방문할 예정이라

[한 달은 파리지앵]을 함께 하지 못 할 것 같네요~ 잘 다녀오겠습니다.

(당시 글이라 그대로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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