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선슬리퍼는
슬리퍼가 아닌 쓰.레.빠.라 불렸다.
아니 그렇게 불려야 비로소 신을 맛이 난다.
원래 아디다스라는 브랜드에서 나온 신발이지만
이미 우리는 그 품 넓은 관대함으로
시장 바닥에서 몇천 원이면 겟할 수 있었다.
실내화로 필수였던 삼선슬리퍼는
감히 노스페이스도 따라올 수 없는
중 고등학생의 워너비 물건이 아니었던가!
깔깔이, 반질반질하게 튀어나온 무릎과 함께
세팅된 삼성슬리퍼라면
완벽한 동네백수가 될 수 있었으니,
그 어떤 패션디자이너도 부럽지 않았다.
게다가!
어느 날은 벌레 잡기 사냥도구로
어느 날은 라캣 대신 탁구채로
어느 날은 싸움에서 적의 싸대기에 날리는 치명적 무기로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물건이 되었으니...
지금도 전 세계 모든 나라, 모든 인종이 가장 많이 신는 신발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아련한 추억 속에...
중학교, 고등학교, 군대를 거쳐
그리고 동네백수였던 그 시절까지
어쩌면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오랫동안
싣었을 남자의 물건, 삼선슬리퍼!
그래, 슬리퍼는 쓰레빠라 불려야 제맛이다.
그렇다! 삼선쓰레빠는
남자의 철없는 청춘이자, 세계가 공유하는 공용 유니폼이다.
P.S.
1972년, 아디다스 회사에서 adilette(아딜렛)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나온 이 삼선 슬리퍼는 축구선수 드로그바도, 슬램덩크의 서태웅과 강백호도 신었다. 시장에서 3천 원에 사서 몇 년간 신을 수 있다면, 이 얼마나 인류를 복되게 하는 물건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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