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증상이 있었나요? 아, 그게 지난 토요일부터 그랬던 것 같아요. 그래요? 그럼 며칠 전부터 시작된 거네요. 아, 그렇군요. 며칠 전이라면 계엄 날이네요. 혹은 롯데리아 회동인가? 그렇게 내 계엄 다래끼는 시작되었다.
이번 생에 계엄이란 시간을 다시 겪으며, 다시 겪어도 당황스럽고 화가 났다. 왜 나라가 국민에게 총, 칼을 겨누는 거야? 처음엔 이상한 대통령을, 다음은 이상한 대통령을 지지하며 갖은 감언이설을 늘어놓던 나쁜 지식인들을 그리고는 세속적인 분야 어디에나 포진해 있는 개신교에 화를 퍼부었다. 아뿔싸 개신교? 나도 다니기 시작했는데... 그렇군. 결국 ‘나’라는 인간도 저 하나 살자고 안간힘을 쓰는구먼. 이런 망할. 그렇게 계엄 다래끼는 내 오른쪽 눈에 둥지를 틀었다.
누구는 반드시 병원에 가서 짜야한다고, 누구는 소금물로 씻어야 한다고 또 누구는 따뜻한 물수건 찜질을 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아무것도 안 하고 다— 지나가겠지, 기다렸다. 결국 눈두덩까지 부어서야 병원에 갔고 병원에 가면 늘 듣는 말인, 이제야 왔냐는 말을 들었다. 그렇게 계엄 다래끼는 제거되는 줄 알았다.
동료들이 물어 온다. 샘, 병원에 다녀오신 거 맞아요? 혹 다래끼 아닌 거 아닌가요? 그러게요. 의사가 투덜거리며 두 번이나 눌러 짠 다래끼가 그대로 다시 자리를 잡고 있으니, 나도 당황스럽다. 다시 주변의 말들이 들려온다. 병원 가서 다시 짜야해요. 정밀검사를 받아보세요. 소금물, 따뜻한 물... 그렇게 내 계엄 다래끼는 계엄에 이은 탄핵정국과 함께 3주째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