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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월화 Mar 07. 2022

그놈의 나쁜 모양

갑상선암의 초음파 소견


처음 암 진단을 받게 되면 떠올리는 기억은 무엇일까.

나는 맨 처음 갑상선 혹이 있어서 받게 된 내분비내과 진료를 떠올렸다.



2019년 봄, 건강검진을 위해 받은 갑상선 초음파에서 나쁜 모양의 혹이 있다며 내분비내과 진료를 권유받았다.

그때 당시 나는 내과 전공의였고, 시간이 없어서 진료를 미루다가 여름쯤이었나 가을쯤이었나 수련병원 교수님께 진료를 받게 되었다.

모양이 나쁘다기에 걱정을 했는데, 교수님은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뻔하지 뭐, 지켜보던가 찔러보던가."


지켜보는 것은 혹의 크기가 커지지 않았는지 초음파를 다시 해 보는 것이고, 찔러보는 것은 세포학적으로 악성인지 양성인지 바늘 조직검사를 해서 알아보는 것을 말한다.

중요한 결정을 스스로 해야 한다는 것이 당황스럽고 부담이 되었다.


"어... 찔러보겠습니다..."


바늘 조직검사는 2020년으로 예약되었는데, 그날은 유난히 더 바빠 조직검사를 받지 못했다.



도대체 '나쁜 모양'이란 뭘지 참 궁금했는데, 내분비내과를 전공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이것은 주관적으로 정하는 것은 아니고, 초음파상 갑상선 혹의 모양에 따라 점수를 매겨 K-TIRADS(Korean Thyroid Imaging Reporting And Data System)라는 기준에 의해 판정하게 된다.

점수는 2점부터 5점으로 나뉘는데, 5점에 가까울수록 악성 확률이 높고 2점에 가까울수록 양성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하지만 환자에게 이렇게 설명하기는 좀 어렵다.

그렇다고 환자가 '도대체 내 모양이 어때서(?) 나쁘다는 거야?'라는 의문을 갖게 하고 싶진 않아서 내 나름대로 K-TIRADS를 요약하여 이렇게 설명한다.


"검고 세로로 길쭉하고 경계가 불분명할수록 나쁜 혹입니다.

하얗고 가로로 넙적하고 경계가 뚜렷할수록 좋은 혹입니다."


내 갑상선 혹은, 보시다시피 검고 세로로 길쭉하고 경계가 애매한 K-TIRADS 5점의 나쁜 모양 혹이었다.



그때 만약 교수님이


"이 혹은 검고 세로로 길쭉하고 경계가 불분명해서 악성 가능성이 높아.

조직검사는 바빠도 꼭 받아보는 게 좋겠다."


라고 해줬으면 어땠을까 하고, 암 진단을 받자마자 나는 생각했다.

의사가 환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의사는 환자에게 모든 옵션을 설명해야 환자에게 선택권을 줄 수 있고, 환자는 설명을 잘 듣고 다음 치료를 스스로 결정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때를 기억하며, 가능한 내가 생각하는 최선의 선택을 먼저 권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내 선택에 반대하고 본인의 의견을 제시하면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암 진단을 받고 나서 나는 초진을 더 정성스럽게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명의가 되자는 것은 아닌데, 적어도 환자가 마주하게 될 절망의 순간에서 원망스럽게 떠오르는 얼굴이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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