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의 검사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갑상선암의 초음파 소견에 대한 글을 좋아해 주셔서 놀랐다.
내가 보기엔 재미가 없는데 많이 읽히는 글도 있고, 즐거워하며 썼는데 쉽게 잊히는 글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글을 쓴다는 것은 매번 무엇이 들어있는지 모르는 새 선물상자를 여는 것과 같다.
아마도 많은 환자들이 본인의 초음파 검사 결과에 대해 의문은 있었지만 진료실에서 질문하지 못한 것 같다.
오늘은 초음파 이후 수술 직전까지 이뤄지는 검사들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초음파 검사에서 모양이 나쁜 혹은 조직검사를 권유받는다.
보통 영상의학과 의사가 초음파를 보며 바늘로 혹의 일부를 채취한다.
조직검사라는 표현이 일반인에게 친근해서 나 역시도 자주 쓰지만, 엄밀히 말하면 틀린 표현이다.
정확한 명칭은 세침흡인생검(FNAB, Fine Needle Aspiration Biopsy)으로 문자 그대로 혹을 가는 바늘로 빨아들여 현미경으로 관찰한다는 뜻이다.
바늘에 빨려 들어온 혹의 일부는 언뜻 혈액과 비슷한 모습인데, 그대로 관찰하기엔 세포가 너무 많기 때문에 얇은 유리 슬라이드에 아주 조금만 떨어트려 넓게 펴 발라 퍼뜨린 후 관찰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도말(Smear)한다고 한다.
병리과 의사가 도말된 세포를 현미경으로 관찰하여 진단명을 붙이게 되는데, 병원마다 다르지만 통상 3~7일 정도 소요된다.
진단은 총 6종류로(The Bethesda System for Reporting Thyroid Cytopathology), 6단계에 가까울수록 악성 확률이 높으며, 3단계부터 수술을 권유할 수 있고, 5단계부터는 악성 확률 50% 이상으로 수술해야 한다.
그렇다면 1단계가 제일 좋냐, 그렇지도 않다.
1단계는 Nondiagnostic으로 진단할 세포가 없다는 뜻이다.
재검사받아야 한다.
2단계가 제일 좋다.
양성으로 재검이나 수술할 필요 없고, 악성 확률 3% 이하이다.
재검사를 받을 때는 보통 다시 애매한 결과가 나올 경우에 대비하여 유전자 돌연변이 검사 등을 추가하여 검사하므로, 보통 두 번 정도 검사를 받으면 수술을 할지 말지 예측할 수 있다.
세침흡인생검을 받던 날을 기억한다.
나는 환자들에게 세침흡인 생검을 설명할 때 피검사와 똑같으니 너무 긴장하지 마시라고 했었었는데, 전혀 똑같지 않았다.
얇은 목을 바늘로 찌른다는 것도 불쾌했고, 검사 후에는 괜히 어지럽고 목이 칼칼했다.
목에 붙은 밴드를 한 번씩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싫었다.
다시 받고 싶지 않았다.
잘 자란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하고 생각해본다.
흔히들 사람을 칭찬할 때 '사랑 많이 받고 자란 것 같다. 고생 안 하고 컸을 것 같다'는 류의 말들을 많이 사용하는데, 난 이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랑 못 받은 사람도, 고생 많이 한 사람도, 그 아픔을 간직한 채 다른 아픔을 품을 수 있다면, 아주 잘 자란 사람이다.
아픈 게 싫지만, 건강한 의사이고 싶지만, 환자인 의사도 나쁘지만은 않은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