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피아 Mar 21. 2022

아무도 가지 않은 그런 길은 없다

[도전! 나도 마을기록가] ⑦ 6강_아카이브 자료수집

새로운 앎을 맞이하는 것은 분명 기쁘고 설레는 일이다. 그러나 동시에 낯선 길에 혼자 덩그러니 떨궈진 채, 길을 찾아 계속 헤매이게 되는 그런 일이기도 하다. 마을기록학교도 마찬가지였다.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첫 수업을 들었을 때만 해도 그동안 모르고 있던 새로운 것을 알게 되었다는 기쁨이 컸다. 하지만 '아카이브'의 정체성에 대해 마음 깊은 곳에서 하나씩 의문이 떠오를 때마다 그만큼 한 걸음씩 길을 잃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섯 번째 수업을 들은 오늘 나는 아카이브 미아(?)가 되고 말았다.


일단 방대한 아카이브 데이터양에 기가 질릴 수밖에 없다고나 할까, 그 중에서 내게 꼭 필요한 자료를 찾아낸다는 것의 의미도 모호하게 느껴졌다. 내가 연구하고 기록하고 싶은 주제에 대해 기존의 아카이브에서 자료로 찾을 수 있다면, 굳이 그 주제를 연구할 필요가 있을까? 반대로 기존의 아카이브에서 전혀 찾을 수 없는 자료라면, 향후 연구 및 기록을 위해 맨 땅에서 헤딩해야 하는 상황인 것은 아닐까? 그야말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딜레마가 아닌가?


이렇게 살면서 길을 잃었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꼭 떠오르는 싯구가 있다.


'아무리 어두운 길이라도 나 이전에 누군가는 이 길을 지나갔을 것이고, 아무리 가파른 길이라도 나 이전에 누군가는 이 길을 통과했을 것이다. 아무도 걸어가 본 적 없는 그런 길은 없다. 

- 베드로시안의 <그런 길은 없다> 中에서 -


지금까지 아카이브를 개척해온 이라면 누구나 나와 같은 의문을 품었을지 모른다. 그래서 답을 구하기 위해 내가 걸어가야 할 그 길을 먼저 걸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 역시 묵묵히 답을 구해가며 걸어볼 수밖에······.

다시 마음을 다잡고 '메모리플랜트' 이원영 강사님의 안내를 따라 '아카이브의 길'을 향해 한 걸음 내딛어본다.



아카이빙의 진정한 시작은 '현황 파악'


지난 수업에서도 배웠듯이, <아카이빙>은 '준비/기획' 단계로 시작해서 '수집'과 '정리' 단계를 거쳐 '활용/제작' 단계로 끝이 나는 일련의 과정이다. 기억하고 기록하고자 하는 것을 정하는 것이 '준비/기획' 단계라면, 기획 방향에 따라 기록을 찾아가는 것이 '수집' 단계이다. 그리고 이 두 단계의 <연결고리>가 되는 것이 바로 현황 파악이다. 핵심은 기록하고자 하는 것의 '목적'이 무엇인가에 따라 '현재' 필요한 자료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까의 닭과 달걀의 딜레마 문제로 다시 돌아가 생각해보자. 

비록 정답은 아닐지라도 아카이브 초심자로서 이런 의미의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 이것은 딜레마 문제에 대한 '彼我'의 지극히 주관적인 자문자답이며, 전문가의 객관적 의견이 아님을 밝혀둡니다.



'이미 존재하는 기록물'을 찾아 떠나는 여정


'현황 파악'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면, 이제 어디에서 내게 필요한 자료를 파악해야 하는가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즉, <이미 존재하는 기록물>을 어떠한 루트를 통해서 찾을 수 있느냐의 단계인 것이다. 물론 온갖 지식과 정보가 범람하는 인터넷이 일상인 요즘 검색 몇 번만으로도 충분한 기록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일엔 순서가 있고 지름길이 있는 법! 이왕이면 신뢰할 수 있는 루트를 거치는 것이 좀 더 빠르고 쉽고 정확하게 기록을 찾아낼 수 있지 않겠는가.


< '메모리플랜트' 이원영 강사의 강의내용을 듣고 표로 재정리함 >



'앞으로 기록할 기록물'을 위한 수집 = 아카이브의 꽃


이미 존재하는 기록물을 파악해 모으는 단계를 통해 비로소 '부족한 기록'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되며, 이것이 바로 '앞으로 기록할 기록물'로서 아카이브의 꽃인 수집의 대상이 된다고 할 수 있다. 행정기록이나 학술연구기록, 언론보도기사 등과 같이 이미 존재하는 기록물이라기 보다,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또는 현장 답사가 필요한) 아직 기록물로서 존재하기 전 단계의 자료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자료 수집을 위한 본격적인 수집 절차 및 방법으로서 인터뷰(구술기록), 현장답사, 사진/영상 촬영 등에 대한 이론과 실습은 강의가 조금 더 진행되면서 배우게 되겠지만, 일단 이 '수집' 단계가 '주제 기획' 단계 후 아무 준비 없이 바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현황 파악을 통해 '이미 존재하는 기록물'이 아닌 '앞으로 기록할 기록물'을 만들어나가기 위함임을 한 번 더 머릿 속에 입력해본다.

< 부족한 기록을 파악하고 앞으로 기록할 기록물을 찾는 '현황 파악' 과정 © 彼我 >



참고로 수집단계에서 '온라인 자료조사'를 통해 얻게 된 공공저작물 정보는 모두 <공공누리 유형 및 세부조건>에 따라 그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저작권법 제24조의 2(공공저작물의 자유이용) 및 저작권법 시행령 제1조의 3(공공저작물 이용활성화 시책 등)에 근거하여 저작물 해당 기관이 제시한 이용조건 및 범위 내에서만 이용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이용조건이 애매모호한 경우도 많을 듯한 예감이······.

< 공공누리 유형 및 세부 이용조건 © 공공누리 누리집 >



오늘의 강의를 통해 알게 된 두 가지 사실!

아키비스트로서의 나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과 배우고 익혀야 할 내용들이 무궁무진하게 쌓여있다는 것 정도? 강사님이 추천해주신 참고자료를 찾아서 탐독해봐야 지금 머릿 속에 모호하게나마 그려지는 그림이 구체화될 수 있을 것 같은데, 봐야 할 내용들이 너무 방대해서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현실?


다음 강의를 들으면 나는 한 걸음 더 전진해 있을까, 아니면 오늘처럼 또 한 번 길을 잃은 듯한 상태가 되려나. 다시 한 번 베드로시안의 싯구를 상기시키며 아키비스트로서의 내일을 향해 가자고 다짐해 본다.


                                                                                                                                            to be continued...

이전 06화 모른다는 것을 알면서도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