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기 싫어서 공시생이 되기로 했다

일찍 일어나면 죽고 싶다(5)

by 고온

논문을 작성하고 지도교수님께 확인받고 수정하고를 논문 발표 직전까지 여러 번 반복하고 발표하고 논문이 통과되고 출력해서 논문 심사위원들께 서명받고 제출하면 곧 졸업이었다. 학생 신분이 만료 직전이라 조급한 나는 원래 준비하려 했던 일이 아니라 계약직으로 취업을 하게 된다. 깨어있는 한 조급증의 불은 꺼지지 않았기에 내가 타버려 재로 변해도 불은 홧홧하게 활활 타올랐다.


두 가지를 병행한다는 건 요즘 같이 바쁜 현대 사회에서는 당연한 덕목 같기도 하다. 요즈음은 학생이면서도 사장이고, 직장인이면서도 유튜버인 투잡 시대가 도래한 지 오래다. 인터넷의 발달로 두 가지를 넘어 n잡러를 향해 가고 있다. 어릴 땐 하나를 진득하게 하는 장인 정신을 배웠던 것 같은데, 세상은 휙휙 바뀌고 유행은 돌고 나도 돌아버리겠다.



나는 조급한 마음에 항상 투잡러로 살아왔다. 대학생일 때 한 번, 대학원생일 때 한 번 공시생이었다. 대학생일 때 공무원 시험이 여전히 열풍이기도 했고 전공과 관련한 분야로 해보고 싶은 마음도 들어서 도전했었다. 휴학하고 인강을 결제해서 같이 딸려오는 책으로 공부를 하다가, 봉사활동을 시작하면서 관뒀고, 대학원생일 때는 졸업하면 지원할 수 있는 공무원 시험에 한 번 도전해 보고 1차에서 광탈하였다.


대학원에 다닐 때 계약직을 그만두고 몇 달이 지났다. 그런데 오랜만에, 직장 선배가 연락을 해왔다.

잘 지내? 이런 공고가 올라왔길래 너 생각나서 연락해.


계약직 공무원 공고였다. 날 여전히 기억해 주는 선배님에게 감사했고, 얼떨떨했다. 내용을 보니 내가 하고 싶은 직무는 아니었으나 그래도 관련 일을 하기에 도움이 될 느낌이었다. 지원 서류를 다 모아 서류 봉투에 넣었다. 그리고 도서관에 갔다. 지원하기 전까지 내 안의 해결되지 않은 마음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프리랜서를 꿈꾸고 있었다. 프리랜서라고 검색해서 나온 책은 그 자리에서 다 읽었다. 내가 내린 결론은 지원하지 않는 거였다. 그 서류 봉투는 여전히 방구석에 밀봉된 채 있다.



사회초년생이 사회에 나가 바로 할 수 있는 일은 잡일이 대부분이다. 회사에 들어오면 꿈꾸던 일을 바로 할 수 없다.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만들려면 주방 청소나 양파 깎기부터 시작하듯이 숙성되고 성숙해지는 과정을 거쳐 웍을 잡게 된다. 그렇게 어렸을 때 배운 사회와 커서 겪는 사회는 조금 다르다. 소셜사회는 다른 사람이 얼마나 잘났는지를 보여주려 다툰다. 나보다 어린 나이에 이미 이룬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 그러니 너도 시시한 일하면서 참지 말고 하고 싶은 일에 과감히 도전하라고 부추기는 것 같다. 여전히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준비만 하는 내 인생이 보잘것없어 보인다.



공무원을 준비하다가 프리랜서로 성공하면 좋겠다는 이도저도 아닌 마음으로 시간은 낭비하기 싫어서 둘 다 어거지로 손에 잡고 있었다.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어떻게 해서 수익을 낼 것인지, 알맹이 없이, 타이틀에 집착하고 있었다. 나는 일하기 싫었던 것뿐이다. 공무원 시험에 떨어지면 실패한 나를 인정하기 싫어서 사실은 다른 일을 하고 싶어서 그런 거라고 변명할 준비를 했다. 돈을 벌러 사람들 사이로 나가는 게 두려웠고, 평가받는 게 무서웠다. 그래서 공시생이라는 신분만 사서 집에 숨어있었다.


공무원이 되려고 묵묵히 공부하는 사람들, 사회에서 반복되는 일을 매일 묵묵히 하는 사람들이 있다. 더 이상 패션 공시생으로 살 수는 없었다. 허영심에 가득 차 두 가지를 붙잡고 있던 손을 비워야 했다. 잡으려면 놓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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