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버릇 고칠 방법이 딱 하나 있긴 있사오나…"

슬직생 꿀팁 35... 상사 편(35)

by 이리천


상사 잘못을 뒤집어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억울합니다. 그런데 상사는 본인 잘못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끝까지 본인은 잘했다고 우깁니다. 계급이 깡패라고, 쥐어 팰 수도 없고. 그럴때 어떻게 하시나요. 세상 사는 게 다 그렇지라고 체념하시나요? 아니면 친구 불러내 술 한잔하면서 상사를 씹나요? 아니면 조용히 참다가 어느 순간 폭발해 버리는 스타일 이신가요.


이럴 때 생각나는 장면이 있습니다. 소싯적에 '전설의 고향’이라는 TV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여름철 납량특집으로 억울하게 죽은 산발한 귀신이 단골 출연하는 장수 프로그램이었죠. 거기에 클리세처럼 등장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런 겁니다. 한 부잣집으로 동냥을 온 고승이 고개를 들어 처마밑을 보고 혀를 끌끌 찹니다.


-거, 참 안 됐구먼.

-스님,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허어, 이 집에 우환이 끼었어요. 모일 모시에 당신 어머님이 돌아가실게요.

-아니, 저희 어머님이 아프신 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허어, 참…

-스님, 제발 저희 어머님을 살려주십시오. 무슨 짓이든 하겠습니다.

-허어, 뜻을 갸륵하오나, 그건 인간으로는 하기 힘든 일이오.

-스님, 무슨 짓이든 하겠습니다. 제발, 저희 어머님을 살려줄 방도를 알려주십시오. 흑흑흑.

-나무아비타불 관세음보살, 정 그러시다면, 한 가지 방도가 있긴 있사오만….(이하 생략)


그 후 효자는 귀신과 늑대, 호랑이 등을 상대로 처절한 싸움을 벌이게 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지켜본 옥황상제가 효심에 감동해 모친의 목숨을 살려준다는 식으로 결말이 흘러갑니다. 산발 귀신이 나올 때쯤 이불을 뒤집어쓰고 비명을 지르며 끝까지 실눈으로 TV 화면을 놓치지 않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뜬금없이 전설의 고향 얘기를 꺼낸 것은, 예나 지금이나 효심이 중요하다거나, 지금 보면 그 산발 귀신이 그렇게 유치해 보일 수 없다거나, 지금 보면 그렇고 그런 C급 호러물을 옛날엔 왜 그렇게 재밌게 봤는지 등을 분석하려는 게 아닙니다.


핵심은 ‘한 가지 방도가 있사오만’ ‘그건 인간으로는 절대 하기 힘든’ 일이라는 겁니다. 당신이 상사의 생각을 바꾸는 것은, 효자가 다 죽어가는 어미를 살리는 일만큼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당신 스스로 화를 삭이는 것보다 열 배는 백 배는 더 힘든 일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래도 당신이 해보겠다는 의지를 다진다면, 정 그러시다면, 한 가지 있는 방도를 말씀드리려 합니다. 단, 전제가 있습니다.


하버드 협상학의 대가 윌리엄 유리는 이렇게 조언합니다. “직접 상대를 바꾸는 것보다, 상대가 스스로 바뀌게 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그렇다면 상사가 스스로 바뀌게 하려면 어떤 환경이 필요할까요?


우선 상대를 설득하려면 ‘공감’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처음부터 “그건 아니죠”라고 선을 긋는다면, 상대는 바로 방어자세로 돌아설 겁니다. 그런 도발은 상대를 자극하게 되고, 상대는 자극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경계하고 방어를 시작하는 거죠. 그걸 방어기제라고 합니다. 따라서 상대의 경계를 푸는 게 우선입니다. 거기에 특효가 공감입니다. “부장님 말씀이 뭔지 알겠습니다. 그 상황에서는 그렇게 느끼실 수 있었겠네요.” 그런 식으로 시작하면 상대는 가드를 내리게 됩니다. 당신의 얘기를 들을 준비가 된 거죠.


그렇다고 바로 직설적으로 들어가면 안 됩니다. “제가 보기엔 이런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면 안 됩니다. 그보다는 “혹시 다른 방식으로 보면 이런 해석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라거나 “이런 의도로 말씀드리려 했는데 제가 혹시 뭔가 놓친 걸까요.”라고 에둘러 말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상대 스스로 당신 입장에서 자신의 잘못을 깨닫게 하는 방법이죠.


그리고 그런 설득이 먹히려면 ‘사전 기름칠’이 필요합니다. 평소 신뢰 관계가 있다면 이런 식의 설득이 먹힐 수 없습니다. 예컨대 평소에 “그때 팀장님이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도움이 됐습니다” 같은 긍정의 피드백을 쌓아두었다면, 공감과 우회의 설득이 잘 먹혀들어 갈 겁니다. 문제가 생겨도 “혹시 이번 건은 조금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라고 말할 여지가 있는 거죠. 기름칠이 된 관계는 계좌와 같습니다. 입금(신뢰)을 해야, 출금(직언)이 가능합니다.


평소 쌓아놓은 신뢰가 없고, 당신 혼자 어떻게 해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 제삼자의 개입을 유도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팀 회의나 워크숍, 리더십 코칭 등의 자리를 적극 활용해 보는 겁니다. 가끔은 당신 말보다, 제삼자나 전문가들의 말이 더 크게 들리기도 하니까요.


상대가 상사든, 후배든, 사장이든 타인의 생각을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어쩌면 불가능에 가까울지 모릅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바뀌기도 합니다. 그 비결은 상대가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안 되는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 환경을 지혜롭게 설계하는 능력, 그게 사실은 직장 생활에서 가장 필요한 능력일지 모르겠습니다.


언어를 바꾸고, 시선을 바꾸고, 관계를 바꾸는 힘. 그걸 갖는다면 사실 세상을 차지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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