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높은 분을 만났는데 누군지 기억이 나지 않을 때

슬직생 꿀팁 36... 상사 편(36)

by 이리천


10년 전쯤 일입니다. 미국에서 친하게 지내던 기업인을 골프장에서 우연히 만났습니다. 모자를 쓰고 전혀 다른 옷차림이어서 순간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분명 아는 사람이고, 친하게 지냈던 사이는 확실한데, 도무지 이름도 직함도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상대가 반갑게 인사하는 동안 저는 그저 "네, 네, 안녕하세요, 그러시군요"라며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습니다.


그리고 몇 개월 후 다시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그분이 제게 "저를 못 알아보는 것 같아 서운했다"라고 하시더군요. 그 순간 얼마나 무안하고 죄송했던지, 정말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드라마에서도 그런 장면이 자주 나옵니다. 누군가를 만나 화를 내거나 무례한 실수를 저질렀는데, 나중에 다시 만나보니 그 사람이 그룹 회장이거나, 사장 아들이거나, 혹은 은둔의 회사 실세입니다. 상대는 어쩔 줄 몰라 쩔쩔매고, 주인공은 아주 당당한 모습으로 상대를 궁지로 몰아넣습니다. 권선징악의 카타르시스를 겨냥한 시나리오. 그러나 시청자들로 하여금, 금수저 세계를 향한 동경과 한계를 느끼며 씁쓸한 뒷맛을 안겨주는 그런 뻔한 스토리, 다들 생각나실 겁니다.


각설하고, 누군가를 만났는데 도무지 누구인지 모를 때, 분명 높은 사람이고, 잘 모셔야 하는데, 머릿속이 백지장처럼 하얘질 때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실수를 줄이는 게 중요합니다. 대놓고 "죄송한데요, 누구시죠?"라고 묻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눈치껏 대응해야 합니다. 몇 번의 실수를 거듭한 후 필자가 고안해 낸 방법입니다. 참고하세요.


닥치고 명함을 건네는 방법입니다. 상대가 먼저 아는 체를 했다면 분명 구면입니다. 이전에 명함을 주고받았을 가능성이 높죠. 그래도 다시 명함을 건네는 겁니다. "일전에 인사드렸지만, 한 번 더 인사드립니다. 명함은 삼 세 번이라고 하잖아요." 상대방도 이쯤 되면 "허허" 웃으며 자연스럽게 자신의 명함을 다시 건네게 될 겁니다. 실수하지 않고도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둘째, '체크콜'을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여러 정황상 상대에게 명함을 건네기 어렵다면 일단 최선을 다해 눈치껏 상대방을 응대하십시오. 그리고 헤어진 후 곧바로 상대방의 이름과 소속을 알아내 전화를 거는 겁니다. "김 전무님, 아까 말씀하신 내용을 다시 한번 확인하려 전화드렸습니다. 혹시 제가 잘못 알아들었는지 확인차 전화드렸습니다." 이 정도면 상대방은 과거의 어색함을 잊고, 당신의 철저하고 세심한 '체크콜'만 기억하게 될 겁니다.


솔직함이 최선의 전략일 때도 있습니다. 정말 어쩔 수 없는 급한 상황이라면, 차라리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이 좋습니다. 나중에 누구인지 모르고 더 큰 실수를 하는 것보다 백 배 낫습니다. 다만, 무례하지 않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회사 사정을 잘 모릅니다. 소속과 직함을 알려주시면 곧바로 처리하고 보고 드리겠습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병원 신세를 진 후 가끔 사람 이름을 까먹곤 합니다. 죄송한데, 성함을 다시 여쭤봐도 될까요?"


그러나 최선은 예방입니다. 이름과 직함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죠. 물론 쉽지 않습니다. 남다른 노력이 필요합니다.


필자의 작은 노하우입니다. 필자는 사람을 처음 만나 명함을 주고받으면 거기에 상대방의 인상착의와 특징을 간단히 적어 놓습니다. '1984년생', '머리가 큼', '사투리 심함', 'OOO 씨 소개로 어디에서 만남' 같은 식이죠. 그리고 상대방의 전화번호를 휴대전화나 엑셀 파일에 다시 정리합니다. 이때 상대의 특징을 다시 한번 되뇌며 복기합니다. 이 정도만 해도 상대가 누구인지 몰라 실수할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갑자기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당황하지 말고 곧바로 휴대전화를 꺼내세요. 눈에 보이는 인상착의와 특징을 휴대전화에서 검색하면 누구인지 알아낼 수 있을 겁니다.


'실수는 인간의 일이고, 용서는 신의 일'이라고 했습니다. 사람이기에 실수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러나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면 용서받을 수 없습니다. 직장 생활이든, 인간관계든, 혹은 골프든 '실수를 줄이는 것'이야말로 성공의 지름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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