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산을 올라 찬란한 일출을 보면서 광활한 도시의 풍경을 내려다본다. 감격스러웠다. 그리고 산을 내려와 새롭게 도전하는 요리를 해 본다. 처음 한 요리지만 그래도 모양새가 나쁘지 않았다. 오전 시간에 등산, 요리, 독서를 마친 아주 생산적인 오전이었다.
그러나 이런 활기찬 아침을 보냈음에도 마음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왜 그런지 알 수 없었다. 명상을 해도 눈을 감으면 더욱더 심려가 깊어졌다. 급기야는 마음에 마비가 온 것 같았다. 어떠한 것도 느껴지지 않았고 식욕도 사라졌다. 이 참담한 마음을 느끼지 못하도록 의식이 없어졌으면 하고 생각할 정도였다. 큰 문제에 직면해 있을 때도 명상을 하는 동안에는 마음이 편하고 이후에는 담담함으로 의연했는데 지금은 그저 참담하기만 했다. 이 기분이 시작된 이유는 알 수 없었고, 이렇게 마음이 완전히 마비된 날은 명상을 이어가기란 더욱 어려웠다.
음악을 듣고 싶었지만, 파트너 또한 밖으로 나갈 힘이 없는 듯했다. 팝콘을 튀겨 술을 한잔 하며 영화를 보았다. 만족할만한 해결책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 상황에서 누군가와 팝콘을 우적거리며 먹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다음날이 되었다. 평소와 다르게 9시에 기상했다. 장장 9~10시간 수면을 한 것이다. 충분히 잠을 잔 오늘은 식욕이 돌아왔고 참담함은 사라졌다. 생각해 보니 마음의 마비증상은 어쩌면 2일간의 부족했던 수면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이틀 동안 열대야에서 잠을 설쳐 계속 자다 깨다를 반복하고 하루 총 수면시간이 5시간 미만이었다. 역시 “몸으로 돌보는 마음”을 늘 외쳤는데, 마음공부 이전에 몸을 잘 돌봐주는 것이 중요함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