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의 아빠들을 응원합니다
너희 먹고 싶은 거 다 시켜
일요일 혹은 공휴일 12시 전후 시간 대에 자주 보게 되는 풍경이 있다. 엄마 없이 꼬맹씨들을 데리고 만화카페에 찾아오는 아빠들의 모습이다.
엄마는 소파에 드러누운 아빠의 발을 툭툭 치면서 집 좀 치울 테니 애들 데리고 나가서 놀다 오라 했을 테고 아빠들은 밥 주고 음료수 주고 책도 있고 게임기까지 있는 만화카페를 선택한 것이려나? 심지어 푹신한 쿠션에 몸을 기대고 등 굽은 새우 자세로나마 누울 공간도 있으니 집 소파보다 눈치 안 보고 쉴 수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카운터 간이 의자 위의 상상이니, 자진해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러 나온 아빠들일 수도 있고.
"저 어떻게 이용해야 하나요?"
두 아이의 아빠가 들어오자마자 매장 구경에 나선 아이들의 걷잡을 수 없는 행동력에 동공 지진을 일으키며 묻는다.
"1시간부터 시간 단위로 등록해서 이용하시면 되고 성인 학생 요금제 표는 이쪽을 보시면 됩니다. 패키지 요금제를 이용하시면 음료 할인이 되고요."
연신 고개를 끄덕이지만 서로 다른 곳에 자리해버린 아이들에 시선을 두느라 집중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음 그러면 일단 음료 포함 2시간씩 해주시고, 음료는 어어.. 애들은 주로 뭘 먹나요?"
"아이스티나 초코라떼를 많이 먹어요."
"야! 너희들!! 아이스티 먹을?.. 에휴.. 그냥 하나씩 주세요."
"아버님은요?"
"네 음료수가 뭐뭐 있.. 아 그냥 아메리카노 주세요."
급히 떠난다.
"저기 손님 진동벨이랑 이용 카드 챙기셔야 해요!"
황급히 불러 세운다. 고개는 이미 아이들에게로 향한 채 황급히 받아 간다.
엄마와 방문하는 아이들과 달리 아빠 어디가로 따라온 아이들은 상당히 자유롭다. 말도 없이 소굴방으로 들어가 버리고 아빠에게 쉴 새 없이 필요한 걸 요구한다. 손을 잡고 게임방 쪽으로 이끌거나, 2층 방으로 옮기자고 졸라대며 이제 막 누울 곳을 찾은 아빠를 어지간히 귀찮게 한다.
아빠들의 대답은 십중팔구 2초 정도 뜸 들인 후 "그.. 그래"다. 마침 누울 찰나였으니 흔쾌히 응해줄 수는 없다. 하지만 결국 소굴방을 나와 아이를 따라간다.
아빠와 딸이 매장 안으로 들어온다.
"아빠! 나는 플레인 요거트 스무디!" 단호하다.
"우리 라면 먹을거니까 스무디는 안 먹어도 되지 않을까?"
아빠는 부드러운 어조로 말해본다.
"스무디도 먹고 라면도 먹으면 안 돼?" 결연하다.
"그래."
아빠는 멋쩍은 듯 웃는다. 단칼에 거절 당해도 마냥 행복한 눈빛이다.
응응 먹고 싶은 거 다 시켜
아빠와 두 아들이 1인 1라면을 시킨다. 삼부자는 카운터 앞 플로어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라면을 후후 불며 한 젓가락씩 집어 든다. 후루룩후루룩 면치는 소리가 비트를 타는 듯하다. 북치기박치기 북치기박치기 나도 모르게 빠져든다.
3분이나 지났을까? 라면 용기를 반납하고는 두 그릇을 더 시켜먹는다.
이번에도 북치기박치기는 3분 만에 끝났다. 또 한 번 싹싹 비워냈다. 설거저(설거지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나의 용어) 입장에서는 너무도 훌륭한 손님들이다. 심히 감격한 나머지 이름도 성도 모르는 삼부자의 인생마저 응원하게 된다.
"아빠 아이스크림."
큰 아들로 보이는 아이가 말한다.
"그래. 먹고 싶은 거 다 시켜."
휴일에 아빠 어디가로 매장을 찾은 아빠들은 관대하고 심플하다. 그리고 분명 "쉬러 온 건데도" 뭔가 힘들어 보인다. 핸드폰 좀 보면서 쉴만하면 아이들이 놀자고 잡아끌고, 쿠션에 몸을 기대고 쉴만하면 배고프다 하는 아이들에게 음식을 시켜줘야 한다. 음식을 반납하면 또 디저트를 사달라 한다. 몇 시에 밥을 먹고, 몇 시에 집에 가야 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오는 대부분의 엄마들과 달리 아빠들은 아이들의 뜬금없이 툭툭 튀어나오는 시간표에 자신의 휴일을 내어준다.
엄마들이 냉정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뭔가 아이들을 사랑하는 방식의 차이가 아닐까? 아빠들은 그만큼 때로는 어설퍼보이기도 하니까. 다 해주고 잘해주고 싶은데 어찌할 줄을 모르는 느낌이다.
"계산해주세요"
그새 퀭한 눈으로 변한 아빠가 카드를 내민다. 아이들을 챙기고 쫓아다니느라 적잖이 힘들었나 보다.
휴일의 아빠들은 집에 돌아가서 편안히 소파에 누웠을까? 아니면 공식적으로는 쉬고 온 것이니 눕지는 못했으려나? 분명한 건 비록 쉬고 싶었지만 쉬지 못했고, 대단한 곳도 아닌 동네 만화카페에서 보낸 소소한 휴일을 아이들은 언제나처럼 "우리 아빠가 최고"였던 날로 기억할 거라는 거다. 아빠들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