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모닝 말고, 미라클 Now
자유 의지 과다 분비형
시간과 자유를 보장받는 자기 주도적인 삶을 선택한다는 것은 스스로를 통제해 나가는 삶으로의 변화를 의미한다. 나 답게 살면 통제력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거라고 멋진 척 어깨를 으쓱해 보였지만, 구체적으로 그게 뭔지 막연하기만 했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미라클 모닝 프로젝트"를 통해 스스로 규칙을 만들고 성취하는 힘을 기르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이 참에 나도 미라클 모닝에 한번 도전해 볼까?"라고 잠깐 생각한 적이 있다.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미라클 모닝 프로젝트"는 참가자들을 모집한 후, 정해진 새벽 시간에 일어나 독서, 글쓰기, 어학공부, 명상 등을 실천하고 삶을 지탱하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이었다.
"아, 잠깐만,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난다고? 인증도 해야 하고, 돈을 내기도 하네."
갑자기 현타가 왔다. 매일 새벽 기상과 프로그램 참여 모두를 해야 하는 것이므로, 미라클 + 미라클 = 무리 = 과부하 = 강박이라는 결론이 나버렸기 때문이다.
새벽에 무엇을 할 건지를 공유하고, 다짐을 10번씩 노트에 쓰고, 감사일기까지 작성해야 프로그램이 끝난다. 여기에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코치가 직접 강연자로 나서거나 돌아가며 강연을 하고 요약본을 작성해서 각자의 블로그에 올린다. 물론 의무는 아니지만 기왕 돈을 냈으니 해야 하는 일들이다. 모든 것이 수학공식으로 보였다. 공식을 암기하지 못하면 오답이 나올 것 같아서 풀어볼 시도조차 안 했다.
의지력도 부족한 사람인 건가? 책이나 강연을 보면 하루아침에 모든 걸 싹 바꾸고 환골탈태한 사람들도 있던데 난 아직 간절함이 덜한 걸까?
인생을 통틀어 스스로 시간을 정해 규칙적으로 생활했던 기억은 거의 없다. 학창 시절 엄마는 매일 아침마다 제발 일어나라며 흔들어 깨웠고 부스스 일어나 밥도 먹는 둥 마는 둥 한채 급히 가방을 들고나갔다. 늑장 부리는 게 루틴이었나 보다. 혹, 출근길 매일 같은 시간대의 전철을 타는 것도 인정해준다면 규칙적이라고 우겨 보긴 하겠지만.
특별한 규칙 없이 자유 의지대로 끌리는 대로만 사는 사람인가? 나 자신이 궁금했다.
합리화하기 위해 좀 더 들여다보니, 규칙적인 생활은 피곤해해도 현재에 몰입하고 알차게 보내려 노력은 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졸업 일기"라는 이름으로 나를 알아가는 글을 쓰고 있지 않은가? 이것만으로도 나에게는 미라클이다.
누구나 갖고 있는 그릇은 다르다. 허겁지겁 너무 많은 걸 담으면 넘치고 남의 그릇에 담긴 걸 옮겨오다 보면 또 넘친다. 내 그릇은 사이즈가 작은지 체력, 정신력, 집중력이 모두 딸린다. 그러니 미라클 모닝을 하는 남의 그릇을 그대로 옮겨올 수는 없다. 대신 그릇을 자주 비워주면서 매번 적정량을 담는 방법을 택했다. 한 번에 하나씩만 담고, 다시 또 비워낸다.
그냥 냅두면 알아서 합니다
나처럼 규칙을 정하고 스스로를 다그치는 걸 힘들어하는 사람도 있다. 여행을 할 때도 장소나 동선 등 대략적인 계획만 세워두고 시간은 그날 컨디션에 따라 결정하는 유형이다. 시간 단위 또는 분 단위의 빡빡한 스케줄은 힘겨워한다.
오히려 나를 통제하는 방법은 별다른 목표 없이 그냥 하는 것이 아닐까. [숲 속의 자본주의자]의 저자가 "하는 것이 목적이기에, 실패도 하지 못하는 것도 없다"라고 말한 것처럼, 하고 싶을 때 현재 진행형으로 하면 된다. 시간의 규칙을 정하지 않는 것이다.
목적과 계획 없이도, 하는 것 자체가 즐거워서 하고 있다 보면 "할 수 있다"라는 작고 귀여운 성취감이 따라온다. 그 성취는 꾸준함에서 비롯되고 즐거우면 꾸준히 하게 되는 선순환이다. 그렇게 작은 성취들을 굴리고 다른 성취들과 합해서 또 굴리다 보면 그게 내 삶이 될 거다. 그러니 의식적으로 통제하지 않아도 된다.
어쩌면 내 목표를 타인이 설정하고 지시하는 직장 생활과 자유 의지의 불협화음은 상당히 오래 묵혀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밸런타인 자의vs타의 19년 산입니다만.
만화카페 알바생으로서는 자유 의지대로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설거지를 하다 보니 어떻게 해야 빨리 하는지를 터득했고, 냄비가 무거워 가벼운 냄비를 스스로 찾았다. 시급 0원 알바이니 계속 설거지나 청소만 해도 되었지만, 포스기 전문가가 되고 싶어 스스로 배웠고, 호기심에 "캐릴라 라떼(심심풀이로 만들어본 커피로, 캐러멜 마키아또와 바닐라라떼를 조합한 것)"처럼 어처구니없는 음료 제조를 해보기도 한다.
이제는 남편이 웬만한 건 다 맡겨도 될 만큼 중견급 알바로 성장했다. 사장이 시키지 않아도 쓰레기통 뚜껑 안쪽까지 닦는 기특한 알바생이다. 목표는 없었다. 그냥 하고 싶어서 했을 뿐.
나 답게 살면 통제력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말이 틀리지 않았다. 물론 생업이 되면 어떤 일이든 힘은 들겠지만, 힘듦을 넘어서는 가치와 자유가 따른다면 해볼 만하지 않을까? 행복한 감정의 분기점은 51%니까, 뭐든 51%만 되면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