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을 시작하다.
벌써 N년째 내 글쓰기 계획(만), 글쓰기 의지(만)를 들어오던 친구가 많이 답답했던 모양이다. 이미 몇 권째 브런치북을 완성 중인 그는 그날따라 다소 강압적으로 브런치북 발행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끝까지 모르는 척을 하고 싶었지만, 나중에 수정할 수도 있다는 말을 동력 삼아, 브런치 북에 제목을 붙이고 사진을 넣고, 얼렁뚱땅 연재설정을 완성했다. 몇 분 만에. 그토록 미뤄왔던 브런치북 발행이 이렇게 쉬운 것이었다니.. 브런치북 연재를 미뤄왔던 이유는, 친구가 마감 때마다 부담을 느끼는 것을 어깨너머로 봐오기도 했고, 매주 발행을 지켜낼 자신감이 도무지 없었다. 갖은 핑계를 대봐도 가장 큰 이유는 그저 실행을 미루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매주 글 하나를 써서 발행을 해야 한다니!!! 늘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선포하면 마치 이뤄질것 처럼, 가까운 지인들에게 얘기해오며 말로는 대체 몇권을 출간해왔는지 모르겠다. 글쓰기를 실제로 한다는 것은 그렇게 어렵게만 느껴졌다.
브런치북 만들기는 몇 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내 안에 있는 두 자아가 발행을 지지하는 쪽 vs 말리는 쪽으로 전쟁 중인 가운데 생각을 가다듬지 않고 발행을 눌러버렸다. 얼결에 해낸 얼떨떨함과 후련함과 점점 다가오는 부담감을 동시에 느끼며, 멍하니 핸드폰 화면을 이리저리 보다 며칠이 지난 지금도 마음에 남아 있는 문구를 우연히 발견했다.
Shoot for the moon, because even if you miss,
you'll land among the stars.
달을 향해 쏴라.
설령 빗나가더라도 별들 가운데에 착륙할 테니.
-Les Brown
와. 일단 달을 향해 쏘기만 해도 별들 가운데 머무를 수 있다니. 얼마나 멋진 말인가. 조금 더 생각해 보면 달 또한 다른 별에서 보면 별의 하나 일 뿐이다. 무엇도 두려워 말고 그저 실행하기만 하면 된다는 위로의 말처럼 느껴졌다. 연재의 첫 글을 어떻게 시작할까 고민하던 나에게 큰 지지가 되는 말이다.
새해가 벌써 훌쩍 지나고, 봄이 다가오려 한다. 계절이 바뀜을 알리는 비가 온종일 내리고, 겨울잠을 자던 수많은 생명들이 새롭게 시작하려는 이때에, 나도 미루고 미루던 브런치북을 시작해보려 한다. 늘 마음은 한가득 이었고, 수년째 새해 다짐에 1순위로 거론되는 글쓰기였다. 왜 그런가 곰곰이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그때 나의 답들을 돌이켜 보면, 머릿속에 수도 없이 떠올랐다 연기처럼 사라져 버리고 마는 생각들을 이따금씩 기록해 두고 누군가와 공감하고 싶었다. 또 20년 넘게 해온 직장생활을 한 번쯤은 정리해두고 싶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통해 누구에게든 작은 도움이라도 된다면 좋겠기에 글로 남겨 공유하고 싶었다. 하지만 늘 마음뿐이었고, 생각뿐이었던 글쓰기를 브런치 북을 통해 마감이라는 압박을 도구삼아 드디어 실행해 본다. 일기장처럼, 메모장처럼, 내 일상을 기록해 보겠다. 나 또한 수많은 별들 가운데에 머무르기 위해서.
(위대한(?) 여정의 처음이 시작될 수 있도록 등 떠밀어준 친구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매주 발행 꼭 성공해 볼게! 별들 사이에서 오래 함께 하자.)
2025.3. 브런치북 '하루 끝에 끄적이다' 첫 번째 글을 완성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