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니아 Oct 09. 2021

11. 기억을 버린 자는 성장할 수 없다


크리스가 알려준 방향으로 계속 간 캐모는 안개 가 가득 낀 경계에 도착하였어요.

안개를 헤치며 계속 나아가자 순식간에 주변의 공기가 따뜻해졌지요.

어느새 캐모의 눈앞에는 숲과 엄청나게 거대한 나무들 나타났답니다.

캐모는 거대한 나무들을 구경하며 계속해서 걸었어요.

숲을 벗어나고 수많은 폭포와 언덕을 넘어,

드디어 높은 벼랑 끝과 연결된 도시에 다다랐어요.

도시의 입구를 지나 안으로 들어오자 많은 사람들이 서로를 스치며 지나갔.

번화가를 둘러보던 캐모는 오래된 블록으로 쌓인 건물에 한 고서점을 발견했어요.

어두운 창 앞에 바짝 붙어서 안을 들여다보니 편하게 누워서 담배를 물고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이 보였지요.

그 순간 서점 주인의 고개가 캐모 쪽으로 돌아갔어요.

눈을 마주친 캐모는 깜짝 놀라 창문에서 몸을 뗀 뒤 서점의 문을 열고 문밖에서 말했어요.


"안녕하세요. 편지 왔는데요."

"들어오세요."



"누구한테 온 거죠?"

"탐구자의 마을에서···."

"흠? 올 게 있나?"


캐모는 발신인이 없는 편지를 건넸어요.


"아하. 이거."


담배를 입에 문 채로 편지를 읽은 서점 주인은 말했어요.


“이제 어디로 가나요, 캐모?”

"친구를 찾으러 여행을 가요.

혹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걸 찾는 여행자를 보셨나요?"

"이 도시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흘러가는 여행자들이랍니다.

다른 질문은 없나요?"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걸 찾으러 여행을 가는데, 아저씨는 뭐가 소중한지 아세요?”


서점 주인은 말했어요.


“태어나서 보는 첫 빛, 어머니의 얼굴, 집 안 풍경, 첫 친구, 마지막 직장···.

다 사람들의 머릿속에 평생 남는 것들이죠.

물론 평생 남지 않는 것들도 있긴 해요. 만난 적 있는 누군가의 얼굴, 이름, 억지로 공부한 것들. 뭐 지금 따져봤자 의미 없는 것들이긴 하지만.

우리는 옛날부터 그렇게 보고 듣고 쌓아놓은 데이터와 정보, 지식, 지혜를 바탕으로 살아가고 있어요.

여기선 그런 것들을 '잔류물'이라고 하고요.

그런 잔류물을 되돌아보면서 ‘나’라는 존재를 만들어내고 성장하는 것이 사람이랍니다.”


캐모가 물었어요.


“그럼 그 기··· 잔류물이 사라지면요?”

"그런 잔류물이 없다면 당신은 여기 들어올 수조차 없었을 거예요.

이 도시에서는 서로를 볼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의 시간을 되새기는 것 밖에 의미가 없거든요.

뭐, 하지만 만일 그런 게 없다면···,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보며 배워갈 수 있으며, 어떤 나로 살아갈 수 있을까요?

한번 생각해 볼 가치는 있어 보이네요. 재밌어요.”


서점 주인은 편지를 접고 계산대로 가 무언가를 열심히 적기 시작했어요.

적는 것을 끝낸 서점 주인은 편지 한 장이 끼워진 책 한 권을 주었어요.

서점 주인이 장난꾸러기처럼 웃으며 말했어요.


“뭐, 요약하자면, 기억만큼 잃기 두려운 것도 없지요.

굳이 '잔류물'이란 단어를 쓰는 여기가 유별난 거니 신경 쓰지 말아요.

따라오세요. 이것 말고도 더 드릴 것이 있답니다."


서점 주인은 아까 누워있던 침대를 위로 들어 올리자, 시커먼 공간 속 계단이 나왔어요.

서점 주인은 램프를 들고 내려가자고 하였어요.

검은 공간을 램프 하나로 의지한 채 둘은 내려가기 시작했어요.

서점 주인이 말했어요.


"이 고서점은 지식의 공간입니다.

그리고 그 밑에는 이때까지 살아온 선조들이 남긴 지혜의 보고가 있지요.

여기는 과거의 사람들이 연구했던 특이한 것들을 모아놓곤 하죠. 누군가의 쪽지, 수기, 일기, 암호문 연구나 완성된 실험체, 미완성된 물건,

···세상에 알려지면 조금 위험한 것들이나."


지하의 방은 더더욱 많은 책들이 있었어요.

책장에도, 책상에도, 심지어 물이 다 빠진 수조 안에도 책이 빽빽이 쌓여 있었죠.

서점 주인은 콜록거리며 가장 안쪽으로 들어가더니 벽장을 열어 먼지 쌓인 한 상자를 꺼냈어요.

상자 안에는 희한하게 생긴 골동품들과 책, 종이 뭉치들이 보였죠.

서점 주인은 반듯하게 접힌 낡은 종이 하나와 의자에 걸쳐진 흰 천을 주면서 말했어요.

종이를 펼쳐보니 지도가 있었답니다.


"이걸 따라가면 당신이 가야 할 곳이 나올 거예요. 거기 있는 문지기를 찾아가 전해주세요.

이 공책은 당신 거니 여행이 끝나면 펴보기 바라요.”



이전 11화 10. 인생의 발견은 항상 호기심에서 시작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