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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아 Oct 06. 2021

9. 건강해주기만 하면 돼

대륙의 끝에 도착한 캐모는

항구 마을 페일에서 바닷길을 구경하며 부둣가의 형제들을 찾았어요.

바다와 육지의 경계를 걷던 그는

작은 부둣가에서 짐을 옮기 노래를 부르는 세 사람을 찾아냈어요.


"부둣가의 형제들?"


그러자 세 명이 동시에 캐모를 바라보고는 펄쩍펄쩍 뛰어왔어요.


"뭐야?"

"그렇게 부르는 사람은 오랜만인걸?"

“우리를 찾았다고?”

조용히 해, 얘들아.

무슨 일인데?”


캐모는 발신인이 없는 편지를 앞에 내밀었어요.

그러자 제일 나중에 다가온 사람이 그 편지를 낚챘답니다.

건네준 편지를 대충 훑어본 사람이 말했어요.


"흐음···, 그렇단 말이지. 타. 네가 가야 할 곳으로 데려다줄 테니."

"즐거운 항해!"

"너도 같이 타야지."

"같이 타야지!"


셋은 짐을 마저 나뒤 캐모를 배에 태워 항해를 시작했어요.

키를 잡은 사람이 여유롭게 배를 조종하며 말했어요.


"난 로도야. 여기 선장이지. 쟤네들은 폴포, 더프. 내 선원.

최근까지 있던 데가 어디야?"

"힙트라이빈 숲이요."

"아하. 그놈이 보냈나? 안 심심하대?"

"충분히 만족스럽대요."


갑판에서 그물을 당기고 있던 폴포와 더프가 끼어들었어요.


"그런 이름의 숲이 있었나?"

"있었어, 볼보. 있었지, 로도?"

"빨리 그물이나 걷어, 너희들은."


삼 형제는 망망대해를 누비며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어요.

바다에서 생선을 잡고, 무인도를 발견해서 물건을 숨겨두고 지도를 만들고, 뱃사람들에게 통하는 농담 같은 것들 말이에요.

그러다 보니 시간은 훌쩍 지나 붉은 태양이 져가고 육지가 보이기 시작했죠.


땅에 도착하기 직전, 캐모가 물었어요.


"혹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걸 찾는 여행자를 보셨나요?"

"난 기억 안 나."

"나? 기억날까, 말까?"

"당연히 기억나지. 하지만 말 안 해줄 거야. 다른 질문은 없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걸 찾으러 여행을 가는데, 여러분은 뭐가 소중한지 아세요?"


"흠···. 나한텐 너무 어려운 질문인걸?"


로도가 고민하는 사이 폴포가 나섰어요.


"건강이 최고 아닌가?"

"내가 말하는 중이잖아, 폴포."

 "건강해야 뭘 해도 즐겁게 할 수 있다고 하니까."

"그럼 그럼. 당연한걸! ···근데 왜 중요하더라?"

"중요한 게 아니라 소중한 거야."

"얘들아, 그만해."

"거기서 거기 아냐?"

"웃는 것도 중요해."

"행복하게 살아야지!"

"우린 행복해!"

"우리를 봐! 행복하잖아! 건강하기 때문이야!"



"시끄러워. 일단 도착했다."


그들의 배는 새하얀 얼음 땅에 도착했어요.

폴포와 더프가 짐을 나르는 사이 로도가 캐모를 배 안으로 데려왔어요.

그 안에는 책상과 침대 세 개가 있었죠.

로도는 창문이 난 벽 쪽에 놓인 책상으로 걸어갔어요.


"많이 시끄러웠지? 미안해. 말만 시작하면 저런 애들이니 이해해."


로도는 창문 밖을 바라보았어요. 어느샌가 노을을 등진 채 얼음 긁어모으기 놀이를 시작한 폴포와 더프가 로도를 발견하고는 손을 흔들었어요.


"쟤들이 떠들어서 제대로 말은 못 했지만, 쟤네 말도 맞아.

몸 성한 게 중요하지.

쟤네들은 멍청해도 저걸로 만족하고 행복해하니까···.

난 내 동생들이 몸이라도 튼튼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우울하게 보내지는 않잖아."


로도는 캐모에게 편지 두 장을 주었어요.


"몸이라도 튼튼하면 뭐든 할 기회는 있으니까···.

이건 얼음 지대 한가운데에 사는 크리스 씨에게. 아마 지금쯤 저쪽 입구에서 오는 사람 없이 파리 날리는 거나 구경하고 있겠지. 물론 이 추운 데서 파리가 있을 리는 없겠나···?

이건 당신 거. 여행이 끝나면 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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