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니아 Oct 04. 2021

7. 약속의 외로움


가튼쿤드의 지하수로에 들어선 캐모는 27개 의 통로와 24개의 갈림길을 지나 구멍 맨 끝의 빛을 찾았어요.

빛을 받으며 걷자 푸르른 녹지가 나왔지요.

캐모는 작은 샛길을 따라 쭉 걸어갔어요.

그리고 마침내 캐모는 잊혀진 숲 속 버려진 둥지들의 마을에 도착했답니다.



나무로 이루어진 거대한  천장에서 햇빛이 쏟아지고, 온갖 넝쿨 줄기와 밧줄에 묶인 바구니들이 주렁주렁 달려있었어요.

캐모는 편지의 주인을 찾으려고 소리를 질렀어요.


"아무도 안 계세요?"

"누가 여기 들어온 거냐?"


캐모는 싸한 느낌에 머리 위를 올려다보았어요.

그러자 돔 한가운데 작은 바구니 속에서

반짝이는 광채가 캐모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답니다.


"난 지금 공무 때문에 바쁘단다."

"편지를 전해주러 왔어요, 촌장님."

"바로 앞에 있는 바구니에 넣으렴."


캐모는 촌장의 말을 따라 바구니에 발신인이 없는 편지와 소포 하나를 집어넣었어요.

그러자 촌장님의 손이 바구니를 연결한 줄을 끌어당겨 자신이 있는 보금자리까지 끌고 갔어요.

그 자리에서 편지를 읽은 촌장님은 말했어요.


“이제 어디로 가는 거냐, 캐모?”

"친구를 찾으러 여행을 가요.

혹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걸 찾는 여행자를 보셨나요?"

"아하. 기억이 날 리가. 하지만 다른 질문에는 답을 해줄 수 있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걸 찾으러 여행을 가는데, 촌장님은 뭐가 소중한지 아세요?”


“믿는 거만큼 중요한 게 없지.

사람들이 만든 법, 규칙, 조례, 거래···.

사람들의 교류란 게 다 서로 간의 약속이란 전제로 만들어지는 거야.

세상의 모든 발명이 발명가 혼자 한 것 같겠지만, 그 발명품을 만들려고 전문가들이 부품을 만들어주잖아?

내 삶의 시간 또한 내 주변에 서 있는 사람들의 협력이 지탱해주고 있지.

부품들처럼 말이야.

그 협력이 약속의 산물이라고.

배 안 고프니? 이거라도 먹자꾸나."


촌장님의 바구니가 조금씩 들썩거리더니 바닥 호수에서 바구니가 끌려 올라왔어요.

공중에서 흔들리던 바구니는 줄과 도르래를 따라 캐모의 앞에 다다랐어요.

그 안에는 온갖 과일이 들어있었죠.

캐모가 포도 한 송이를 꺼낸 것을 본 촌장님은 바구니를 자기 쪽으로 가져왔어요.

촌장님은 사과를 아삭아삭 씹으면서 말했어요.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협력이 약속의 산물이다까지요."

"아, 그랬군.

음···.

결론은, 신뢰가 중요하다고.

사람들은 서로의 신뢰를 쌓기에 발전하는 존재니.

뭐, 그렇기에 규칙이 깨지고 멸망하기도 쉬운 존재이기도 하지만.

이 마을도 그래서 이런 꼴이 됐지.

각종 단체와 후원자들의 재개발 지원이 끊겨서, 마을 사람들도 마을을 버리고 주변으로 흩어졌거든. 그래서 마을로 돌아오라는 편지를 쓰고 있었지.”

“근데 왜 촌장님은 남아계신 거예요?”


촌장님이 말했어요.


“세상 모든 약속이 중요하지만,

제일 지켜야 할 건 나 자신과의 약속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자들과 한 약속이지.

그게 내가 이 마을에 남아있는 이유란다. 여기서 계속 이 마을을 지킨다고 어른들과 약속하고,

언젠가 이 마을에 올 누군가를 위해 누군가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약속했거든.”

 

 저 멀리 마을 입구 쪽에서 작은 바구니가 내려왔어요.

캐모가 바구니 쪽으로 가 안을 보았더니 편지 두 장이 있었어요.

촌장님이 소리쳤어요.


“저기 들어있는 거나 가지고 얼른 가라.

하난 이 마을에서 북쪽에 있는 힙트라이빈 숲 나무집에 사는 사람한테, 다른 하난 네 거니까 여행 끝나고 읽어라.”

이전 07화 6. 내가 떠날 줄 알았더라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