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 형제와 헤어지고 얼음 지대로 들어간 캐모는 입구에서 사진기를 들고 있는 사람을 만났어요.
눈이 마주치자 그가 먼저 인사를 하러 다가왔어요.
"얼음 지대에 어서 오세요. 저는 안내 가이드 크리스랍니다. 관광하러 오신 건가요?"
캐모는 크리스에게 발신인이 없는 편지를 건넸어요.
크리스는 편지를 받으며 말했어요.
"아하! 오랜만에 보는 편지네요."
크리스가 손으로 한 곳을 가리키며 말했어요.
"건네드릴 게 있으니 마을까지 가시겠어요?"
캐모는 크리스를 따라 빙하를 걸어 마을로 향했어요.
얼음이 사브작 사브작 거리는 평원을 지나고,
거대한 크레바스 절벽을 가로질러,
하얀 오로라 빛에 반짝이는 얼음산을 보며 시간 가는 줄 모른 채 계속 걸었어요.
"곧 제가 사는 베이스캠프에 도착할 거예요.
그곳은 저와 같은 연구자와 지식을 찾아 이주한 원주민들의 자손이 함께 살고 있는 곳이죠.
바깥에서는 탐구자의 마을이라 부르지만, 저희끼리는 괴짜들의 마을이라 부르죠.
유쾌한 이름이죠?"
탐구자들의 마을에 도착한 둘은
캠프 사람들에게 환영을 받으며 생선과 순록을 구워 먹고, 남은 뼈들을 던지며 놀았어요.
파티가 끝난 뒤 크리스는 캐모를 자신의 숙소에 초대해 침낭을 내어주었답니다.
곧이어 침낭을 덮은 채 편지를 읽은 크리스는 말했어요.
“이다음엔 어디로 가요, 캐모?”
"친구를 찾으러 여행을 가요.
혹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걸 찾는 여행자를 보셨나요?"
"하하, 글쎄요? 여기를 찾아오는 여행자들은 많아서 일일이 다 기억하지 못하는 게 아쉽네요.
다른 질문은 없나요?"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걸 찾으러 여행을 가는데, 아저씨는 뭐가 소중한지 아세요?”
“전 저의 호기심과 열정이 제일 소중해요. 그냥 탐구하며 살뿐이죠."
크리스가 침낭에서 벗어나 자신의 책상으로 향했어요.
그는 책상을 뒤적거리며 종이 몇 장을 챙겨 캐모의 앞으로 갔답니다.
"전 극지방은 어떤 풍경일지 궁금했을 뿐이었는데, 지금은 빙하를 안내하고, 새로운 생명들을 연구하고 있답니다.
이런 사소한 궁금증 하나가 절 여기까지 이끌었다는 게 신기하지 않나요?"
크리스는 이내 캐모의 앞에 다다라 손에 있던 종이를 쥐어줬어요.
그 종이에는 알 수 없는 글자들과 책에서만 보던 동물들의 그림이 춤을 추고 있었죠.
크리스가 신나는 표정을 지은 채 말했어요.
"그건 제가 이번에 관찰하고 있는 오포물범의 그림이에요. 멋지죠?
그 뒷장은 카와고라는 동물이에요. 갈퀴가 큰 손으로 이리저리 헤엄치면서 그 오포물범을 잡아먹죠. 크기가 집채만 해서 저 바다로 나가면 가끔 볼 수 있답니다.
사실 아직 저밖에 발견 못했어요. 큰 발견이죠.
전 이걸로 거대한 몸을 가진 오포물범에 왜 이빨 자국이 난 채로 죽어있는지 알게 됐죠. 새로운 최상위 포식자를 발견한 거예요."
"신기해요."
"그리고 이건 추운 지방에서만 열리는 아나코 열매인데, 이걸 먹고사는 욜토는 이런 얼음의 땅에서도 따뜻한···."
크리스는 그 뒤로 한참 자신이 연구하고 있다는 동물과 식물, 물질과 기후에 대한 지식을 토해냈어요.
잘 시간을 한참 넘긴 새벽, 종이를 다 본 캐모가 다시 종이를 건네자, 크리스는 몸을 흔들흔들거리며 종이뭉치를 책상 서랍에 다시 넣어두고는 침낭 안으로 들어갔어요.
"인간의 호기심이란 것이 참 대단해요. ‘왜?’라는 의문점이 있었을 뿐인데 많은 연구를 시도하고, 사상과 과학이 발달하고, 문명이 발전했죠.
이게 인간이 살아가려면 꼭 필요한 거 아닐까요?
끊임없이 궁금해하는 거요.”
“그렇군요.”
크리스가 램프의 불을 끄며 말했어요.
불을 끄자 바깥에 있던 별과 화톳불만이 캠프 안을 밝게 빛나게 했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땅은 저한테 꽤 중요해요.
여긴 황량해 보이지만 숨겨져 있는 보물이 꽤 되거든요.
그럼 이제 잘까요? 내일의 새로운 발견을 위해서요.
안녕히 주무세요.”
다음날 어두운 아침, 배웅을 해주러 나온 크리스는 편지를 주었어요.
“이건 저 방향을 쭉 걸으면 나오는 환영 도시의 고서점에.
이건 당신 거로군요. 여행이 끝나면 읽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