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톨게이트 11.
11. 그 일이 일어나던 날, 벤츠
by silvery rain 이혜영 Nov 19. 2021
벤츠 01다 34XX에는 두 명의 남자가 타고 있다. 그리고 한 여자가 타고 있었다.
벤츠 01다 34XX의 남자들은 큰일을 치르고 돌아오는 길이다. 두 사람은 약간 우울하다. 예술가들이 겪는 우울증과 비슷한 증상이라고 해야 할까? 소설가나 음악가가 공들인 작품을 완성하고 난 후 겪는 '번아웃 증후군' 같은 것. 아름다운 한 여자의 생을 끝내주고 돌아오는 길이기 때문에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이다. 씁쓸한 뒷맛에 입맛을 다시던 그들은 몇 분 안 가 우울감을 잊는다. 또 다른 목표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계획에 들뜬 그들은 아주 신중하게 상의한다.
“자, 갑시다. 똘게이트로.”
“......”
흥에 겨운 똥파리가 외치지만 오 사장은 무시한다.
똥파리와 오 사장은 교도소에서 불리던 호칭이다.
똥파리는 행실이 더러워서 붙은 별명이고, 사장은 교도소에서 통용되던 호칭이다. 그들이 있었던 교도소에선 재소자들이 서로를 사장이라고 불렀다. 그곳에선 좀도둑도 사장이고, 소매치기도 사장이고, 폭력범도, 살인범도 모두 사장이다. 똥파리는 사장이라고 불리기 전에 별명이 먼저 붙었기 때문에 끝까지 똥파리로 남은 것이다.
교도소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계층별로 나누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들도 나름대로 계층과 계급을 이루고 살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분류할 수 있다.
똥파리를 처음 만났을 때 오 사장은 보호 감호자였다. 보호 감호자란 교도소를 제집처럼 드나드는 누범자로, 교도소에서 살아남는 법을 터득한 자를 말한다. 그래서 보호 감호자는 조폭이나 마약범들, 살인범들보다 우위에 놓였다. 패거리끼리 떼 지어 다니는 조폭들도 보호 감호자는 건드리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교도소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특화된, 교도소 맞춤형 인간이기 때문이다. 보호 감호자는 교도소의 특권층이다.
갇혀있다는 명목 하에, 각종 흉악범이 굶주림과 질병, 사회로부터 보호받고 있는 C교도소, 그곳에서 오 사장은 특권층 중의 특권층이었다.
저 새끼 지금 뭐 하는 거야!
비상! 비상! 2동 14실 3126번 오민식 자해 중. 지원 요청 바랍니다.
150여 명의 흉악범이 고이 잠든 새벽 1시경, 순찰하던 교도관이 무전 호출을 하자 비상벨이 요란하게 울린다.
야! 저 새끼 잡아.
그만해. 오민식!
문 따!
오민식 이 새끼! 너, 뭐 하는 거야!
개새끼! 누구 엿 먹일려고 작정했어?
지금 뭐 하는 거야? 이 개새끼야! 오민식이 그만해. 멈춰!
저 새끼 묶어!
교도관들 다섯 명이 달려들어 오민식을 제압하지만, 이미 오민식의 입에선 피가 흘러내리고 있다. 오민식이, 물어뜯어 자른,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질겅질겅 씹고 있다.
자해 전문 오민식은 무엇이든 자신의 뜻을 관철시켜야만 하는 인간이다. 최초로 시작된 오민식의 자해는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결벽증 환자였던 오민식은 더러운 것을 참을 수 없었다. 독방을 차지하기 위해 처음 자해를 했고, 그것을 시작으로 오민식은 자신의 뜻을 관철시킬 수 있다면, 손가락쯤은 몇 개라도 뜯어먹을 수 있었고, 자신의 눈알이라도 뽑을 수 있었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오민식은 폭력으로 교도소 생활을 시작한다. 오민식의 범죄는 살인미수에 그쳤지만, 계획적이었고 보복적이었다. 오민식은 여자에게 염산을 뿌렸다. 자신을 거부한 대가를 그렇게 지불한 것이다. 한 여자의 인생을 망쳐놓은 대가로 오민식은 4년 형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그것이 시작이었다. 그것을 계기로 오민식의 범죄잠재력과 억눌렸던 파괴본능은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처럼 폭주를 멈출 수 없게 된다.
오민식이 운전석의 윈도를 내린다. 똥파리의 입 냄새에 구토할 것 같기 때문이다.
“오 사장, 추워. 왜 창문을 열고 그랴?”
“오 사장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하지 않았나?”
“아, 그려 그려 미안해.”
“근디, 창문 좀 닫지?”
오민식이 대답 없이 곁눈질로 똥파리를 쏘아본다.
“이제 괜찮아졌어. 안 추워. 안 추워.”
냄새나는 똥파리 새끼. 구동필, 똥파리는 물총이다. 물총이란 강간범을 말한다. 그것도 질 낮은 강간범 새끼를 말하는 거다. 강간을 위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놈. 그게 물총이다.
똥파리의 아버지는 술주정뱅이에다 폭력범이었고, 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려죽였고, 아버지에게 학대당했고, 아버지가 투옥된 후엔 친척 집에서 또 학대를 당했고, 그러다가 가출했고, 도둑질하다가 강간을 했고, 강간하고 강도질하다가 사람도 죽였고.... 그래서? 자신이 그렇게 된 건, 가정환경이 안 좋아서다.라고 똥파리는 늘 말한다.
그것은 아주 적절한 핑계다. 똥파리도 보고 들은 게 있는 것이다. 어린 시절의 상처가 성인이 되어 부작용으로 발현된다는, 범죄자들을 위한 변명.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강간범 한 명이 숨어있는 동네에 얼마나 많은 강간 피해자가 양산되는지. 그들은 별것 아닌 노출 범죄에서부터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 마지막에는 살인까지, 아주 다양한 범죄들을 저지르고 다닌다.
교도소에서 많은 놈들을 접해본 결과 내린 결론이다. 성추행범은 언젠가는 성폭행범이 되고, 종국에는 살인범까지 된다. 성추행범을 방치하는 것은 살인범으로 키우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여자들에게 악마였던 똥파리는 사실, 약하고 비굴한 놈이다. 늘 가장 강한 놈한테 빌붙고 싶어 했다. 하지만 일단 물총으로 낙인찍힌 똥파리는 깜빵 생활이 어려웠다. 수형자들이 가장 혐오하는 범죄자가 물총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아 성폭행범은 벌레 취급도 못 받았다. 교도소에서도 가끔은 웃지 않을 수 없는 에피소드가 만들어진다. 드라마를 보면서 악인을 보고 흥분하는 폭력범, 뉴스를 보며 게거품을 무는 살인범,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보고 침울해지는 조직폭력배. 그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나도 나쁜 놈이지만 저놈은 정말 나쁘다.” “저놈이 내 손에 들어오기만 하면 가만 안 놔둘 거다.” 그들이 공통으로 미워하는 놈이 바로, 유아 성폭행범이다.
“아, 고년 아깝다. 좀 더 갖고 놀았으면 좋았을걸.”
똥파리가 입맛을 다시며 쩝쩝거린다.
똥파리는 여섯 살 난 여자아이를 강간하고 살해했다. 똥파리는 그것을 실수라고 했지만 그걸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형법 조항만 그것을 인정했다. 놈의 수법은 말하고 싶지도 않다. 어차피 그런 놈들의 수법이 다 거기서 거기니까. 그런 놈들은 입막음하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다. 가끔은 흥분해서 죽이기도 하고.
당시 비슷비슷한 사건들이 똥파리의 활동반경에서 벌어졌던 것을 보면 다른 사건들도 똥파리의 짓일 거라는 혐의가 있었지만, 검사는 기소하지 않았다. 법정까지 가 봐야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이 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을 것이다. 잔인한 범죄 수법과 행각에도 불구하고 똥파리는 심신 미약 과 정신질환으로 사형을 면했고, 14년형을 선고받았다. 스물아홉에 들어온 똥파리는 마흔셋에 교도소를 출소했다. 교도소의 규칙적인 생활과 금연, 금주, 그리고 운동 덕에 똥파리는 여전히 혈기 왕성했고, 정력은 더 강해졌다.
“고년이 도망치려고만 안 했으믄 며칠 더 데리고 놀 수 있었을 틴디.”
“그럴 필요가 있나? 세상에 널린 게 여잔데.”
“맞아. 그렇지?”
똥파리가 비실비실 웃으며 쳐다보지만 난 똥파리를 보지 않는다. 눈을 마주 보며 웃을 정도로 똥파리와 친하지 않기 때문이다.
구동필이 똥파리라는 별명을 얻은 데는 이유가 있다. 재소자들은 교도관이 언제 순찰하는지 잘 안다. 그때가 절호의 타이밍이다. 자해나 자살 쇼도 그때 이루어진다. 순찰 시간을 잘못 측정하면 엿 먹는다. 쇼가 쇼로 그치지 않고, 불구가 되거나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똥파리도 쇼했다. 생명의 위협과는 전혀 무관한 쇼.
저 새끼 뭐 하는 거야? 저게 뭐야? 머드팩이야? 뭐야?
CCTV 모니터를 보던 교도관이 미심쩍은 목소리로 직원들을 부른다.
저건...
가봐, 가봐! 빨리 가봐!
똥파리의 사방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교도관들은 냄새 공격을 받는다. 진동하는 똥 냄새에 목이 칼칼할 지경이었지만, 그런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사방 안을 본 교도관들은 경악을 금치 못한다. 똥파리가 자신의 똥을 알몸뚱이에 처바르고 있다. 말라서 떨어진 똥은 주물러서 다시 처바르고, 말라가는 똥은 침으로 짓이겨서 다시 처바르고. 열심히 바르고 있다. 즐거운 웃음을 웃으며. 똥파리와 한방을 쓰던 조폭, 주폭, 살인마는 모두 벽에 붙어서 손도 못 쓰고 있다.
어이! 구동필이 그만해!
야! 그만하라고.
고무장갑을 낀 교도관들이 구역질하며 똥파리를 밖으로 끌어낸다. 그러자 똥파리가 제 똥을 입에 처넣고 입을 벌려 웃기 시작한다. 얼핏 똥파리의 입속을 본 교도관이 구역질하며 토한다. 다른 교도관이 호스로 똥파리의 입과 몸에 물을 뿌려댄다. 똥파리의 입에서 똥물이 튀어나오고, 물과 섞인 누런 똥이 진똥이 되어 뭉쳐 흐르자, 다른 교도관 둘이 구역질하며 토한다. 그렇게 해서 구동필은 똥파리가 된다.
구동필이 똥파리가 되기 위해 벌인 일은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교도소에 들어온 첫날부터 물총, 똥파리는 모두의 타깃이 되었다. 하지만 똥파리는 이 일을 벌인 덕분에 일주일이 가기 전에 타깃에서 벗어나게 된다. 툭하면 똥을 집어먹고, 발라대니 아무도 똥파리에게 접근할 수 없었다. 그 이후 똥파리는 복역 기간 내내 독방을 쓸 수 있었다.
멍청한 똥파리에게 그 방법을 알려준 것은 오민식이었다. 그날부터 똥파리는 오민식을 따라다녔고, 오민식의 말은 어떤 것이든 믿었다. 하지만 오민식은 똥파리를 믿지 않는다. 교도소에서 믿을 놈은 아무도 없다는 게, 오민식의 생각이다. 똥파리는 오민식에게 보험일 뿐이다.
*다소 역겨운 묘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