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잡아 준 둘째의 손

by 소정

둘째는 언제나 내 손을 먼저 잡아 준다.

밖을 나가면 왼편으로 와서 내 손을 잡는다.

혹여나 내가 잡은 손을 놓칠까 봐 반대편 손으로 한번 더 꽉 잡는다.

둘째와 내 손이 잘 잡았는지 확인이 되면

"아빠~ 어제 친구들이랑..."

"아빠~ 이거 엄마한테 비밀인데..."

"아빠~ 요즘 학원에서..." 등 등

나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쉴세 없이 조잘거린다.


올해 나에게 어려운 일이 여러 번 있었다.

안 좋은 일은 한꺼번에 온다는 옛 말을 내게 증명해 보이듯이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힘들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고 있고

얽히고설킨 총체적 난국의 실타래를 하나둘씩 푸는 것도 힘이 드는 요즘이다.


"아빠! 얼굴이 이상해요."

뜬금없이 둘째가 말했다.

"왜?"

"아빠 눈이 항상 찡그려져 있어요."

아이의 말을 듣고 거울을 보니 정말 그랬다.

얼마나 찡그리고 있었으면 눈가에 찡그린 주름살이 보였다.

"아빠가 요즘 힘든 일이 있어서 그랬나 봐. 아빠 찡그리지 않게 노력할게."


그때부터였나?

둘째가 내 손을 힘주어 잡기 시작한 날이...

산책을 가거나 장 보러 갈 때도 둘째의 손아귀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내 손을 꽉 잡은 채 한 발 먼저 앞으로 나간다.

아빠가 길을 잃지 않도록...


2주 전에 특별 새벽 기도회가 있었다.

"딸! 특별 새벽 기도회를 하는데 아빠랑 같이 갈래? 가면 김밥, 밥버거, 토스트도 준대."

"아... 못 일어날 것 같아요."

"아빠가 깨워 줄까?"

"아니, 괜찮아요."

첫째의 반응.

"그럼, 해령이는?"

"음... 일단 깨워 봐요."

새벽 4시 40분... 둘째의 어깨를 흔드니 한 번에 일어 난다.

평소에는 누가 잡아가도 모를 정도로 깊게 자는 아이인데 말이다.


둘째와 함께 손을 잡고 집을 나섰다.

어둠 속에 혹여나 내가 길을 잃을까 내 손을 꼭 잡고 걸어간다.

예배 중에도 내가 꾸벅꾸벅 졸면 옆에서 쿡쿡 찌른다.

4일 동안의 새벽 기도회 중 3일을 둘째와 함께 했다.

기도회가 끝나는 마지막 날,

집으로 돌아가면서 둘째에게 물어보았다.

"해령아, 새벽기도 왜 갔어?"

"음.... 그냥..."

"교회에서 주는 토스트 먹고 싶어서 간 거지?"

"몰라!"


둘째가 속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아빠가 힘든 시간을 잘 이겨낼 수 있도록 손을 잡아준 것이라는 걸...

아빠가 웃었으면 하는 마음에 졸린 눈을 비비며 새벽 기도를 같이 갔다는 걸...


둘째가 잡아준 내 손을 보며 눈물이 났다.

이 작은 아이가 내가 살아갈 이유가 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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