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등이 커 보인다.

by 소정

결혼 전 이십 대 초중반의 아내는

낯을 많이 가리고 그윽한 사람이었다.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거나 백화점 직원에게도 말하는 것도

부끄러워하여 직원과 말하는 건 내 몫이었다.

아내는 온실 속의 화초 같았다.


결혼을 하고 나서 한 해 두 해 지내며

아내는 조금씩 억척스러워졌다.

식당에서 주문하는 것은 기본이며

쇼핑몰에서 정가의 물건도 깎아달라고 한다.

매일 계산기를 두드리며 가계부를 적으면서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하는 모습에

남편으로써 미안함과 고마움이 교차한다.


최근 내가 큰 일을 겪었다.

마치 깊은 심해에 빠져 도무지 위로 나올 수 없었다.

아내는 아이와 나를 챙기면서 가정이 흔들리지 않게 사방팔방 뛰어다녔다.

평소와 다름없이 나를 대하였고 내가 헤쳐나가야 할 것들을

조용히 하나둘씩 해결해 나갔다.

아내가 없었다면 나는 바닥 끝에서 나올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여보, 당신의 등이 커 보이네. 내가 많이 의지하는 것 같다."

아내에게 고마움을 에둘러 표현했다.

아내는

"나는 당신한테 기대고 싶어."

라고 했다.


이 짧은 말이 내가 어떠한 큰 일과 어려움이 닥쳐도

버티고 이겨내야 한다는 다짐을 하게 만들었다.


누가 아줌마가 되면 억척스럽고 뻔뻔해진다고 하던가?

함께 가정을 지키기 위한 희생과 사랑을 싸구려로 폄하하는 말이 싫어지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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