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가르마는 포기할 수 없어

첫째의 가르마 애착기

by 소정



혹시 주변의 5~6학년 초등 여학생을 유심히 살펴본 적이 있는가?

아마 유심히 살펴보면 10의 9는 가르마를 탄 긴 생머리를 하고 있다.

물론, 6학년인 큰 딸도 5:5 가르마의 긴 생머리에 열중이다.

'요즘 이게 유행인가? 여자 아이돌의 영향인가? 아니면 드라마?'

혼자만의 생각을 하다가 나도 모르게 '꼰대 부모'가 되어 버린 것 같아 생각을 멈춘다.


여하튼 큰 아이의 가르마 타기는 진지하다 못해 숭고하다.

일단, 머리를 감을 때 고개를 최대한 뒤로 젖힌다.

가르마 사이로 갈라진 머리카락을 샤워기 헤드로 왼쪽 부분을 물로 적시고 오른쪽 부분도 적신다.

샴푸를 손에 묻혀 머리카락의 왼쪽 부분과 오른쪽 부분을 따로 비빈 후 헹굴 때도 반 반 나누어 헹군다.

멀리서 보자니 큰 딸의 머리가 둘로 나누어진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머리 감기가 끝나면 수건은 잠시 머리의 물기를 적실뿐 물기가 뚝뚝 떨어지는 상태로 밖으로 나온다.

밤에 그 모습을 본다면 영화 링에서 우물 밖으로 나오는 여인이 생각날 것 같아 등골이 오싹한 적도 있다.


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거울 앞에서 서서 비장의 무기를 꺼낸다.

꼬리빗!

꼬리빗의 끝부분으로 가르마를 정리하고 손잡이 부분을 옆으로 뉘어 누르면서 가르마를 선명하게 탄다.

마치 감옥에서 탈출을 꿈꾸는 영화 속 주인공이 젓가락을 갈아 칼을 만드는 것 같은 느낌이다.

가르마가 어느 정도 선명해지면 꼬리빗으로 왼쪽과 오른쪽의 머리카락이 엉키지 않도록 빗질을 무한 반복한다.

빗질을 하는 동안 두피에 떡하니 달라붙어 있던 머리카락들 중 일부는 '미안해, 이번 생에는 틀렸어.'라며

바닥으로 떨어진다.

꼬리빗으로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큰 거울과 손거울을 이용하여 앞뒤 좌우의 머리카락 상태를 점검한 후

만족이 되었을 때 성큼성큼 자기 방으로 들어간다.


그녀가 지나간 자리에는 물기와 머리카락 잔해들이 엉켜 있을 뿐이다.

"김해인! 얼른 바닥에 물기 닦고 머리카락 치워~"

아내의 목소리

"알겠다고요~"

딸의 목소리

'위잉~~'

내가 들고 있는 청소기 소리


"그렇게 가르마를 한쪽만 타면 나중에 탈모 온다니까! 6:4, 4:6으로 번갈아가면서 타야 해!"

"네~ 네~"

탈모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아내의 말에도 혈기왕성한 첫째에는 탈모 따위는 걱정되지 않나 보다.


'그래! 할아버지, 외할아버지가 탈모가 약간 있기는 하지만 괜찮을 거야! 탈모보다 스타일이 중요할 나이니...

혹시나 탈모가 오면 아빠가 머리 심어 줄게 걱정하지 마!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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