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브런치북
다들 이렇게 살지 않나요?
11화
같은 극끼리는 절대 붙지 않아
서로 닮아 맞지 않는 모녀
by
소정
Oct 1. 2022
아래로
아내와 큰 딸은 닮은 점이 많다.
(본인들은 부정을 하지만)
둘 다 고기를 즐겨하지 않고 새우, 조개, 게를 좋아한다.
외모나 꾸미기에 관심이 없고 넉넉하고 편한 옷차림을 선호한다.
둘 다 배낭여행의 신봉자라 '세계 테마 기행'이나 '걸어서 세상 속으로'의 광팬이고
누가 어느 나라를 다녀왔느니, 어느 나라는 지금 환율이 좋아 여행하기 좋다느니 등
여행 관련 썰에 귀를 쫑긋 세운다.
문제는 둘 다 성격이 닮았다는 점이다. 아니 똑같다는 점이다.
본인의 생각과 가치관이 확고해 일단 정하면 경주마가 된다.
한 가지에 꽂히면 앞뒤 안 가리고 그것만 몰두에서 주변의 말들이 들리지 않는다.
일례로 아내가 정원 달린 집에 꽂혀 있을 때는 TV는 부동산이나 멋진 집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만 볼 수 있었고
첫째가 철봉에 빠져있을 때는 해가 지기 전까지 철봉에 두 팔로 매달리기, 다리를 걸쳐 거꾸로 매달리기를 하면서
온몸에 상처와 멍이 들어도 그다음 날이면 철봉에 매달려 있었다.
두 여인이 성격과 기질이 똑같다 보니 매일 티격태격 실랑이가 벌어진다.
자석의 같은 극이 서로 밀어내거나 기름과 기름이 섞이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해인아! 씻어!"
"알았어요. 숙제 먼저 하고요!"
"먼저 씻으라고 했잖아. 일단 씻어!"
"알겠다고요!"
(5~10분 후)
"아직도 안 씻었어?"
"이거 좀만 하면 다했어요! 그리고 나는 밤에 씻을 거예요."
"지금 씻으라니까! 밤에 씻는다고 하면서 자버리잖아!"
결국 첫째는 자기 숙제와 할 일을 마치고 밤에 씻었다.
한 번은 이런 적도 있었다. 큰 딸은 8시가 되면 학교를 가야 한다.
자세히 물어보진 않았지만 자신만의 루틴일 거라 생각했다.
우리도 학교 다닐 때 일등으로 학교 가서 조용한 교실의 분위기를 즐기는 아이들도 있지 않았는가?
"해인아! 왜 이렇게 일찍 학교가!"
"그냥!"
"너무 일찍 가면 위험하기도 하고 힘드니까. 10분 늦게 가!"
"싫어요."
"왜 싫어?"
"...."
"그럼 일찍 학교 가서 뭐해?"
"그냥 이것저것?"
"그런 게 어디 있어. 책을 가져가든지 문제집을 갖고 가던지 해!"
"아~ 싫어 싫어~"
보다 못한 내가 한 마디 거든다.
"여보, 해인이의 루틴이 있으니 이해해줘요, 해인아 아니면 5분 정도 늦게 가는 건 어때?"
두 여인 모두
"싫어!"
... 아... 괜히 나섰다.
둘 다 본인의 생각이 강한 여인분들이라
자신이 정해 놓은 계획을 다른 사람이 개입하는 데 예민한 것 같다.
이럴 땐 중립자의 입장으로
"여보, 맞아! 맞아! 당신 말이 옳지!"
"해인아, 네 생각이 중요하지. 아빠는 해인이 이해하지!"
라며 두 분의 심기를 건드리면 안 된다.(왠지 내가 박쥐 같은 기분은 뭘까?)
두 여인의 신경전이 극도로 날카로운 때가 있다.
이럴 땐 나도 둘째도 살아야 한다.
둘째가 조용히 다가와 내 눈을 쳐다본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둘째의 손을 잡고 현관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나간다.
"해령아! 엄마랑 언니는 왜 맨날 싸울까?"
나는 캔커피를 둘째는 주스를 마시면서 한탄한다.
"엄마랑 언니랑 똑같아서 그래요. 양보를 못해!"
"맞아, 맞아!"
"왜 둘이 그렇게 똑같을까?"
"언니, 엄마만 똑같은 게 아니라 외할머니도 똑같아요?"
"응?"
"저번에 외할머니도 식당에서 마음에 안 드신다고 다 데리고 나가셨잖아요!"
"아! 그렇네!"
그럼 삼대의 성격이 닮은 건가?
이건 유전이라고 하기보다
우리 여인들의 역사다!
아... 그런데 언제 집에 들어가지?
타이밍이 중요한데....
keyword
가족
육아
에세이
Brunch Book
다들 이렇게 살지 않나요?
09
여보! 얘들아! 나는??
10
첫째의 해산물 사랑, 둘째의 고기 사랑
11
같은 극끼리는 절대 붙지 않아
12
5:5 가르마는 포기할 수 없어
13
둘째에게는 비밀은 비밀이 아니게 된다.
다들 이렇게 살지 않나요?
brunch book
전체 목차 보기 (총 26화)
57
댓글
6
댓글
6
댓글 더보기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소정
창작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출간작가
우리 가족은 바람길 여행을 떠났다
저자
일상 속 공간과 풍경을 그리고 글을 담습니다. 여행드로잉에세이 <우리가족은 바람길 여행을 떠났다 >를 썼습니다.
팔로워
278
제안하기
팔로우
이전 10화
첫째의 해산물 사랑, 둘째의 고기 사랑
5:5 가르마는 포기할 수 없어
다음 12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