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얘들아! 나는??

낼 버리고 가지마!

by 소정


큰 딸이 7살, 작은 딸이 4살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 가족은 태국 배낭여행 중이었다.

방콕(Bangkok) 여행을 마치고 아유타야(Ayutthaya)로 향하는 데

기차를 타고 이동하기로 하였다.

어린아이를 키워 본 부모는 공감하겠지만,

몇 시간 동안 제 자리에 앉아 어린아이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가는 건 고역 그 자체이기에

움직이기도 수월하고 화장실도 사용할 수 있는 기차를 선택하였다.


우리 가족은 아유타야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기차 선택은 탁월했다. 두 딸이 답답할 때마다 차량 처음에서 끝까지

걸어 다니기도 하였고 첫째가 쉬가 마려울 때 차량 내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었다.

'역시 기차는 신의 한 수야! 선택하길 잘했어!'

기차를 선택한 나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여보! 기차 타길 잘했지?"

"그래요. 잘했네."

아내에게 생색을 내었다. 역시 난 가장이라고!


1시간 즈음 갔을 때였나? 갑자기 기차가 속도가 느려졌다.

점점 속도가 느려지더니 이름 모를 간이역에 멈춰 버렸다.

"여보, 기차가 멈췄어요."

"그러게... 여기 멈추는 역이 아닌데.."

사람들이 하나둘씩 기차에서 내렸다. 무슨 일인지 옆 사람에게 물어보니

기차가 고장이 났단다.

"여보, 기차가 고장이 났대."

"고장? 그러니 내가 버스 타자고 했잖아요!"

불과 몇 분만에 기차를 선택한 능력 있는 가장에서

아무런 조치를 하지 못하는 무능력한 사람으로 바뀌었다.


간이역은 햇볕을 피할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꼭 이런 날, 하늘은 맑고 강렬한 햇볕이 우리를 비춘다.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역무원은 아무런 대답도 안 해주네!"

아내의 짜증 섞인 말,

"아빠, 더워요."

"엄마, 목말라요."

더위에 지치는 두 딸과 아내를 보며 결단을 내려야 했다.

"우리 나가서 택시를 잡아 보자!"

택시를 타고 가기로 할 찰나, 멀리서 기차가 오고 있었다.

'와.. 살았다.'

기쁨도 잠시, 기차는 차량이 2개뿐인 작은 열차였다.

이미 사람들이 많이 타고 있어 늦게 가면 탈 자리가 없을 것 같았다.

"여보! 얼른 타야..."

내가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내는 두 딸의 손을 잡고 기차를 향해 돌진했다.

그렇게 세 여자는 기차 탑승에 성공!

그런데... 나는?

내 주변에는 캐리어 2개와, 큰 배낭, 작은 배낭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지금 나 버림받은 거야? 기차가 출발해 버리면 어떻게 만나지?'

"여보~~~ 얘들아~~~ 나는~~~ 나~~ 못 탔어!!!"

기차를 향해 있는 힘껏 소리쳤지만 세 여인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그러자, 기차 안에서 현지인들이 이리로 오라고 손짓을 한다.

나는 손짓을 하는 그들 향하여 큰 배낭과 작은 배낭을 앞 뒤로 메고 양손에 캐리어를 든 채로 전력질주를 하였다.

현지인들이 캐리어를 받아 올려주고 내 손을 잡고 기차를 태워주었다.

"땡큐! 땡큐! 컵쿤! 컵쿤!"

도와준 이들에게 고개가 땅에 닿을 만큼 인사하며 감사를 표현했다.


멀리서 아내와 아이들이 보였다.

"여보! 나랑 짐만 버리고 먼저 타버리면 어떡해!"

이미 나는 토라질 때로 토라졌다. 아내는 미안했는지,

"당신은 우리 집 가장이니까 어련히 잘 탈 줄 알았지!"

"그래도!"

"여보, 당신은 든든한 사람이니까 알아서 잘하잖아요! 멋져!"

"그... 그래? 내가 도착할 때까지 잘 챙길게! 난 가장이니까!"

아내의 칭찬에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역시... 우리 집은 나 없으면 안 되지!


역시...

아내는 나를 잘 조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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