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땐 이뻤는데...

by 소정


초등학교 6학년인 큰 아이는 질풍노도의 시기인지 아니면 모든 게 귀찮은지는 모르겠지만

엄마, 아빠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한다.


"큰 딸! 입었던 옷은 빨래통에 넣어야지!"

"네..."

큰 딸은 대답만 하고 함흥차사다.

"빨래통에 넣으라니까!"

"알겠다고요!"

빨래통이 코 앞에 있는대도 눈치를 보다가 내가 넣었다.

"여보! 해주지 말라니까요!"

"아... 으응... 그래요...."

얼버무리면서 급히 자리를 피했다.


한 번은 이런 적도 있었다.

우리는 일주일에 3~4번 집안 청소를 하는데(아! '우리'가 아니라 '나'다),

아이들의 방은 본인이 정리를 해야 내가 청소기며 걸레질을 할 수 있다.

"딸~ 아빠 청소할 거니까 방 정리 좀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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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들었지?"

"..."

"나 누구한테 말하니?"

"... 알았어요."

거실과 안방을 정리하고 청소기로 민 다음 첫 째 방으로 들어갔다.

'정리했겠지?', '설마 안 한 건 아니겠지?', '그래, 난 딸을 믿으니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첫째 방 문을 열었다.

역시... 큰 딸은 기대를 저 버리지 않았다.

바닥에는 입었던 옷들을 잘 구겨진 상태로 널브러져 있었고,

며칠이 지나는 지도 모르는 먹다만 과자봉지는 침대 구석에서 숙성이 되고 있었다.

"딸~ 정리를 해야 아빠가 청소기를 밀어주지."

"청소 안 해도 돼요!"

"아.. 그래도..."

말을 덧붙여고 하는 순간,

"이게 뭐야, 이게 방이니 쓰레기통이니!"

아내가 딸의 방을 봐 버렸다.

"귀찮아!"

첫째의 대답이 아내의 도화선에 불을 붙여버렸다.

"귀찮긴 뭐가 귀찮아! 이게 방이니 돼지 우리니! 얼른 치워!"

"..."

중간에서 청소기를 들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나,

귀찮다고, 자기가 생각할 때는 자기 방은 깨끗하다고 말하는 큰 딸,

그 말에 욱한 아내...


'쾅!'

아내가 안방 문을 닫은 소리다.

"여보~~"

안방에서 들리는 아내의 소리, 빨리 오라는 뜻이다.

"큰 딸! 그래도 바닥에 떨어진 것만이라도 정리해. 아빠가 좀 있다가 청소할게!"

첫째에게 말하고 얼른 안방으로 달려갔다.


"누굴 닮아 청소도 안 하고, 공부도 안 하고, 내 말도 안 듣고 그럴까?"

"그래도 기다려주면 스스로 하지 않을까?"

"하긴 뭘 해! 지금도 이 모양 이 꼴인데!"

아내의 말을 들으며 '맞아, 맞아.'라며 맞장구를 쳤다.


"어릴 때는 이뻤는데, 요즘은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그러게..."

"어릴 때는 방 정리도 잘하고, 분리수거도 시키면 바로바로 하고, 씻으라고 하면 바로 씻고, 참 예뼜는데..."

"예뻤는데?"

"지금은 내 말 듣는 둥 마는 둥 하잖아! 어릴 때가 이뻤어!"

"맞아, 맞아!"

일단 아내의 하소연에 영혼을 담아 맞장구를 쳐야 한다. 가족의 평화를 지켜야 한다!

그런데, 아내의 말을 듣다 보니 어릴 때 예뻤다는 의미가 겉모습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었다.

부모의 말을 잘 듣고 시키는 일은 바로바로 했던 어릴 때의 아이의 모습이 '이쁘다.'의 뜻이었다.

'어릴 때 이뻤는 데' = '부모 말에 순종했는데.'


아이가 크면서 자기 생각과 가치관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니

당연히 부모와의 마찰이 있는 거겠지.

청소나 정리를 하지 않는 건 그 자체가 귀찮은 게 아니라 부모에 대한 일종의 반항 심리? 자기주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땐 이뻤는데!"

라는 아내의 말에 큰 딸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나 어릴 때 우리 엄마, 아빠 이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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