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혼자 방에 삽니다.

#1. 스물아홉 혹은 서른

by 독고다히

스물아홉 혹은 서른.

제일 많이 듣는 말은 "아직도 가족과 함께 사나요?"

"네, 아직은요"




왜 사람들은 결혼이라는 제도에 아무렇지 않게 나를 끼워 맞추려 하는 걸까

나는 지금 인생에서 첫 번째 고비를 지나가고 있다.




인간관계가 그리 넓지 않은 내 주변의 사람들은 독신에 우호적이지 않다.

독신이란 세상과 타협하며 살지 못하는 이방인일 뿐.




우리나라의 비혼 독신의 비율은 23%.

객관적인 자료를 맹신하는 나는 항상 초록창에 한 달에 한번 검색 끝에 안정을 찾곤 한다.




"왜 아직도 가족과 같이 사나요?"

내 대답은 간결하다,

"아직은 가족의 온기를 느끼고 살아가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어요."




나는 따로 알람을 맞추고 일어나지 않는다.

내가 일어날 시간에 맞춰 엄마는 아침을 준비하신다.

‘아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김치찌개네?, 아침을 먹고 출근해야지!’




아침을 먹으려고 식탁에 앉으면 배변활동에 진심이신 엄마는 "유산균 먹고 먹어!, 물 한 컵 먹고 밥을 먹어!, "

항상 "귀 차나, 귀찮다고"를 입에 달고 사는 나에게는 꼭 필요한 기분 좋은 엄마의 잔소리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 일주일에 일주일을 열심히 살 순 없다.

일주일에 일주일을 다이어트 식단으로 지낼 순 없듯 나에겐 보상의 대가인 하루가 필요하다,

그게 바로 주말이라는 48시간이다.




직장생활에서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 두 번째 "주말엔 뭐해요?"

나이를 먹은 사람일수록 남일에 관심이 많아지는 경향이 있다.

나의 경험상 대충 둘러대면 더 깊이 파고들기 시작한다는 걸 알기에 미리 물어보지도 않는 대답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저는 아직 남자 친구는 없고요, 친구들도 각자 다 바빠요, 그래서 저는 잠을 하루 온종일 자는 걸 좋아합니다."

그러면 더는 물어보지 않는다. 사실을 사실대로 말했을 뿐인데 상대방이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렇다고 48시간 내내 잠만 자지는 못한다.

연체동물이 아닌 이상 하루 10시간을 넘어가면 허리가 나무판자가 된 것처럼 꼿꼿 해진다.

아픈 허리를 이끌고 샤워를 하고 나갈 궁리를 한다. 나의 생활 반경은 맥시멈 100m이다.




우리 집 앞은 카페거리라고 불러도 될 만큼 커피숍이 10m 간격으로 8개가 있다.

매번 느끼지만 운영에 있어 수지타산이 맞을까? 그들을 대신해 고민하고 형평성에 맞게 하루에 한 곳씩 들려본다.

나름 나만의 소상공인 살리기 운동이다.





1년 9개월째 코 시국으로 살아가며 마음 편히 갈 수 있는 곳은 어디도 없다.

내가 매일 다니는 헬스장에서 확진자가 다녀갔는데도 현실적으로 문을 닫을 수 없어 운영을 하였는데 그 사실을 모른 채

'오늘은 유독 사람이 없네? 내 세상이다!' 하며 좋아했고 사실을 알고 한 달 동안 헬스장을 가지 못했다.

이게 현실이다. 나 혼자 걸리는 것도 무서운데 우리 가족이, 우리 동료가 걸리는 건 끔찍하다.




자가격리를 한 사람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자가격리가 너무 힘들어 밤에 뛰쳐나가 바깥공기를 마시고 싶은 날이 여럿 있었어요, 그렇지만 저는 더 이상의 피해를 만들지 않기 위해 참았습니다."

근데 나한테는 매일이 자가격리 같은데? 라며 혼자 그 인터뷰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오늘도 나는 아무도 시키지 않는 자가격리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다.

것도 아주 행복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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