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주세요.

by 독고다히

매일 세 번 내가 불특정 상대방에게 하는 말이 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주세요."


아침을 깨우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기 앞서,

매일 지옥 같은 아침잠을 깨우기 위한 몸부림이 시작된다.


몸부림은 짧게는 10분, 길게는 30분 이상 이어진다.

이내 30분이 훌쩍 넘어가면 어김없이 반대편 방에 혼자 거주 중인 운양이 문을 벌컥 열고 소리를 지른다.

"너 그러다 늦어"

한마디에 몸이 저절로 움직인다.


몸을 일으켜 씻으러 가기 전, 내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충전기는 가방에 넣고, 좀 있다 오전에 먹을 우유도 하나 챙기고, 미리 드라이기도 코드에 꽂아놔야지, 아! 마지막으로 아이패드로 음악을 틀어놓고...'


소름 끼칠 정도로 몇 달째 이 틀에서 조금도 벗어나서 행동한 적이 없다.

나는 그렇게 강박증에 사로잡힌 채 아침 출근을 준비한다.


이러한 강박증은 잠자기 전에도 발견할 수 있다.

항상 다음날 입을 옷을 미리 입어보고 네 명의 관중에게 오케이 사인을 받은 후에야 나의 하루는 끝이 난다.


출근시간은 여덟 시 반.

차로는 오분 거리, 주차는 이분, 걸어 올라가려면 7분.

늦어도 여덟 시 반에는 차에 음악을 틀고, 시동을 켜고 출발을 해야 가끔의 트래픽 잼도 견딜 수 있다.


하루 세 번의 커피를 마시기 위해

집 앞 3분 거리의 커피숍으로 여덟 시 이십오 분, 예정시간보다 오분 일찍 집을 나선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주세요." 대신 "삑삑, 카드를 넣어주세요, 감사합니다."

다정하게 주인장과 소통하는 말마저 이젠 기계가 대신하고 있다.


대다수의 프랜차이즈 커피숍들은 키오스크를 도입하여 사용하고 있다.

키오스크란 신문, 음료 등을 파는 매점을 뜻하는 영어단어로 대중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컴퓨터 자동화 시스템을 말한다.


나는 언론에서 일컫는 Z세대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에 민감하다고 하지만,

아직도 아날로그식 주문방식을 선호하는 옛사람 중 하나이다.


모닝커피를 마시며 오전 일을 끝마치니 기다리던 점심시간이다.

점심시간은 하루 중 제일 중요한 시간이므로 허투루 보낼 수 없기에 점심식사는 건너뛰고 카페로 향한다.


점심마다 가는 카페는 따로 있다.

특정 카페의 별을 모아가며 희열을 느끼는 일명 "돈이 썩어나냐"를 실천하기 위해서다.


평소 물보다 커피를 더 많이 마시다 보니 "나는 수혈하면 피가 안 나오고 커피가 나올 거 같아”라고 농담 삼어 말하지만,

사실 이 말은 진담에 가깝다.


또다시 커피(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루꼴라 치즈 샌드위치를 우걱우걱 먹으며 최애 유튜브(곽튜브)를 시청하면 나에게 점심시간은 행복 그 자체이다.


커피를 들고 복귀를 해서 자리에 앉으면 곁눈질로 나를 쳐다보는 반대편 자리 상사가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또 별다방이야? 참으로 별다방을 좋아해~"라고 말하면 앉아있는 직원들이 모두 커피를 들고 있는 내손을 쳐다보기 시작한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커피를 마시며 수혈시키기 위해 퇴근과 동시에 집 앞 오전과는 다른 카페로 향한다.

아메리카노를 포장해서 집으로 복귀하는 것으로 오늘 하루 바깥 일정은 끝이 난다.


그러나 문제는 그다음에 발생한다.

세 번째 커피를 마시면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비극이다.

끝내, 서랍에 편두통약을 꺼내 한알을 넘기고 ,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다시는 하루 세잔의 커피를 마시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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