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이 좋아서

by 독고다히

형부의 도움으로 저렴한 가격에 호텔을 예약한 후 떠났다.




우리의 목적지는 통영이다.




파파존스는 여행 가기 일주일 전 구성원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같이 갈 구성원들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의외의 인물이 여행을 간다길래 다들 놀란 눈치였고,

그 주인공은 바로 나다.





집순이에 틀림없는 내가 여행을 간다기에 다들 "네가 왜?"를 물었고

나는 간단히 대답했다.

"통영이 좋아서"





여행 당일 아침, 간단한 군것질거리를 들고 출발했다.




소요시간은 2시간 50분. 대략 세 시간.

목적지가 보이자 갑자기 파파존스가 소리쳤다.

"약 안 가져왔다."




파파존스에게 당뇨약과 고혈압약은 매일 아침저녁으로 먹어야 되는 필수약이었으며

먹지 않으면 위험할 수 있었기에 나는 침착하게 가까운 응급실에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드시고 계신 약이 어떤 거세요? 만약 저희가 구비되어있다면 처방이 가능하세요!"



"알아보고 다시 연락드릴게요"

라고 대답한 후 전화를 끊었다.




파파존스가 다니는 내과에 전화를 걸어 약에 대해 문의를 하려던 찰나

"여기 내과에 한번 들려볼게"

파파존스는 차를 돌려 통영시내로 들어왔고 내과 한 곳을 찾았다.

그리고 바로 앞 건물에 주차를 한 후 한걸음에 병원으로 올라갔다.




맘스터치의 깊어진 주름이 한결 편안해진 그 순간

나는 소리쳤다.

"내 신분증!!!! 신분증 놓고 왔어!!"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통영의 많은 섬들 중 하나인 '장사도'였다.

장사도를 가기 위해선 배를 타야 했는데 그러기 위해선 신분증이 필요했다.





신분증을 안 가져온 나는 여기저기 여객터미널에 전화를 돌렸고

"신분증이 없으면 배에 탑승이 안됩니다. 대신 주민등록등본은 가능하세요”라는 대답을 들었다.




맘스터치는 등본을 무인발급기에서 뽑으면 된다는 명쾌한 해답을 알려주었고

무인발급기가 있는 통영시청으로 혼자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시청에 도착 후 택시 아저씨에게 금방 돌아올 거니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아저씨는 흔쾌히 기다려주신다고 하셨고 안내데스크로 냅다 뛰어들어갔다.



똑똑

“타지에서 왔는데 주민등록등본 프린터 가능한가요?”

비에 흠뻑 젖어 머리카락이 축 쳐져 귀신같은 몰골로 도움을 청했다.



“저만 따라오세요”

직원은 뛰기 시작했다. 나는 급하다고 말한 적은 없었다.

마치 내가 택시를 타고 왔고 미터기가 켜져 있다는 걸 아는 것처럼 말이다.





직원의 도움으로 무사히 발급을 받았고 기다려준 택시를 타고 다시 돌아갔다,



타이밍도 절묘하게 파파존스도 병원 진료를 보고 나왔고 우리는 선착장으로 출발했다.




원래대로였으면 호텔에 들러 짐을 풀고 선착장으로 이동하려 했다.

그런데 시간이 없었다.

마지막 배 탑승은 한시였던 것이다.




우리는 통영 여객선터미널에 도착하고 표를 발급받은 후 남은 이십 분 동안 커피를 마시며

“우리 참 대단한 거 같아, 역시 여행은 돌발상황에서 비롯되는 거야” 라며 웃었다.






탑승이 시작되자 어디서 들어오는 건지 30명은 족히 보이는 사람들이 나타나 탑승하기 시작했다.

배의 규모는 낚시용 배처럼 작았다. 그러다 보니 타고 있던 배 앞으로 다른 배가 한대 지나가기라도 하면 심하게 출렁거리기 시작했다.

사전에 멀미약을 먹길 다행이었다.





‘장사도 해상공원 까멜리아’


“탑승시간은 3시 40분입니다. 선착장이 탑승구와 반대편에 있으니 주의하세요”




오르막길로 시작되는 공원은 비 오는 날 걷기 여간 힘들었다

길은 미끄럽고 날씨는 춥고 들고 온 짐들은 무거웠다.




오르막길의 끝엔 갈림길이 나타났다.

화살표 표시대로 움직여야 된다는 건 알지 못한 채 우리 가족은 길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들어가지 말라고 표시된 길로 들어가 사진을 찍었고

그 길로 한참을 걸었으나 같은 장소로 돌아왔고 지친 우리는 얼른 카페를 찾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길을 잃은 건 우리 가족만이 아니었다.

같은 배를 타고 온 다른 승객들도 지도를 펼쳐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다.



결국 길을 찾고 있는 듯한 한 가족 무리에 길을 물어보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찾게 되었다.

우리의 목적은 단 하나, 카페.




해상공원 관람 방향은 번호로 매겨져 있었으며 순서대로 길을 찾아가야 된다는 걸 알게 된 후 쉽게 카페를 찾게 되었다.

카페에 도착하니 낯익은 가족들도 보였다. 다들 서로를 보며 ‘제대로 찾아온 게 틀림없다’와 같은 안도감을 가졌다.

비 오듯이 쏟아진 땀에 팥빙수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켰고 순식간에 원샷했다.




나는 돌아가는 배를 놓칠까 걱정이 앞섰다. 그래서 카페를 나와 서둘러 선착장으로 길을 재촉했다.

무려 이십 분이나 일찍 도착했으나 다들 같은 마음이었던지 꽤 많은 사람들이 우산을 쓴 채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무사히 돌아오는 배편에 몸을 실은 채 잠에 곯아떨어져 버렸다.



우리의 마지막 일정은 저녁에 호텔에서 제공하는 바비큐 파티에 참가하는 거였다.

호텔 측에선 비가 오면 파티가 취소될 수 있으니 미리 사전에 전화 한번 드린다고 했지만 전화는 오지 않았고

예정대로 진행되는 듯해 보였다.



오후 여섯 시.


바람과 비를 피할 명당자리는 이미 사람들로 꽉 차 있었고 우리는 야외 자리에 배정받게 되었다.


과연 이렇게 바람이 부는데 바비큐를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지만

우리는 점심도 건너뛰었기에 뭐든 맛있게 먹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결과는 아. 수. 라. 장

한쪽에선 바비큐 그릴이 바람에 흔들리다 옆으로 떨어졌고, 여기저기 상추와 깻잎들은 흩날리기 시작했다.

날씨는 너무 매섭게 추워 그릴 옆에서 불을 쬐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굴은 콧물과 눈물로 범벅이 되었고, 옷에는 재가 잔뜩 묻어있었다.




라면을 추가로 시켰다.

라면은 도착과 동시에 차갑게 식어버려 맛을 느낄 수 없었다.

우리는 최대한 준비된 고기들과 해산물 그리고 소주와 맥주를 그릴 옆에 서서 순식간에 해치워버렸다.




추위를 많이 타던 맘스터치는 준비된 음식을 다 먹지 못 한 채 뛰쳐 들어갔다.

그렇게 우리는 방으로 들어와 이 추위에 바비큐 파티를 열은 대기업을 바가지로 욕했다.



방으로 들어와 보일러를 세게 틀고 갯마을 차차차를 시청하던 와중

맘스터치는 "나 속이 안 좋아, 왠지 운동을 해야 될 거 같아, “



밤 열 시.

산책로에 선 우리는 경보 시합을 했고 경보를 통해 어느 정도 소화가 됐을 무렵 부대시설인 스포츠센터로 들어가

한 번에 500원인 농구시합을 5000원어치나 하게 되었다.

물론 등은 땀으로 다 젖어버렸다.




"운동 잘했다! 먹은 거 소화 다됐어, 내일 조식 먹을 수 있겠는데?ㅎㅎ"

그렇게 우리는 조식을 위해 일곱 시로 알람을 맞춰놓은 후

하루 종일 움직여 피곤에 지친 몸을 위해 열두 시가 되기 전 잠에 들었다고 한다.





PS. 새벽녘 맘스터치의 힘든 변비 활동 소리에 걱정이 되어 잠에서 깨 화장실 앞에서 불침번을 섰다는 건 비밀.



keyword
이전 04화공부가 하기 싫어 난독증에 걸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