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가 하기 싫어 난독증에 걸렸어요.

by 독고다히

5년 전의 일이다.





나는 몇 달째 나가지도 않은 채 방 안에서 이력서만 쉼 없이 작성하고 있었다.

경력이라고는 짧게 몇 개월의 공공기관 계약직이 전부였던 터라 서류심사에서 줄곧 떨어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렇게 그날도 이력서를 미친 듯이 작성하고 있던 와중 전화가 울렸다.





"정다히 씨죠? 여기 지원하신 신문사예요. 면접을 보고 싶은데 내일 괜찮으실까요?"

간절했던 터라 말이 끝나기도 전에 "네 좋아요. 시간과 장소는 문자로 한번 더 보내주세요."라고 칼 대답했다.





그런데 면접을 가지 못할 문제가 발생했다.

몇 달을 취준생으로 지내다 보니 살이 쪄 몸에 맞는 옷이 없었고, 형식상 입고 가야 될 정장 한 벌 구비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상의는 집에 굴러다니는 셔츠 중 하나를 입고 바지는 정장 바지를 입기로 결정한 후 가장 가까운 동네 상설매장에 들어가 정장 바지 하나를 구매하고 나왔다.





이로써 외면의 준비는 완벽해 보였다.

이제 내가 맡을 업무와 회사의 비전을 고려해 1분 자기소개를 준비하기만 하면 됐다.





다음날 화장은 가볍게 , 드레스 코드는 화이트 앤 블랙으로 맞춰 입고 집을 나섰다.

도착하니 면접을 보러 온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알고 보니 이미 다수의 면접을 보셨고 내가 추가로 면접을 보게 된 것이었다.





면접은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고 어렵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다.

그렇게 3일 후 출근을 하라는 전화가 오게 되었다.





그날부터였을까 과도한 업무량에 하루도 쉬지 못하고 일을 계속하게 되었고,

불면증에 시달려 잠을 일주일 동안 하루도 못 자는 지경에 이르러 결국 복합적인 이유로 퇴사를 결심했다.






그러나 집에서 휴식을 취해도 몸은 나아지지 않고 입원을 하게 되었다.

정확히 입원 후 일주일이 지나자 어느 정도 정상인의 몸과 가깝게 돌아오기 시작했지만 더 나은 몸을 위해 한 달 동안 입원 치료를 받게 되었다.






결국 주변인들의 도움 끝에 무사히 퇴원을 하게 되었다.






다시 일을 시작해야 했다.

그러나 숨이 턱끝까지 차올랐던 사회생활을 다시 하려니 무섭기 시작했다.

이겨내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해 보였고 공부를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특정분야의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고, 학원을 등록했다.

그런데 집중이 전혀 되지 않았다.

평소 책들을 곧잘 읽었던 터라 내용을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는데 이상했다.





그래서 병원에 찾아서 의사 선생님한테 물어봤다.

"제가 지금 난독증이 있는 거 같아요. 글자가 읽히질 않는 게 아무래도 이상해요."





"허허, 이렇게 말도 잘하시는데 난독증이 있을 리가 없어요. 공부가 하기 싫은 게 아닐까요?"

순간 부끄러움이 몰려왔다.





"네, 죄송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그렇게 난독증에 걸렸다고 끝까지 의심한 나는 자격증 시험에 최우수 성적으로 합격하게 되었다.





지금은 지나간 어이없는 난독증 사건을 가끔 맘스터치가 회자시키곤 한다.

그럴 때면 부끄러움에 얼굴이 빨개져 "미안"하고 대답한다.



부끄러움은 나의 몫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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