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글을 쓰고서 마트로 향한다. 도착하고 보니 오픈 시간이 15분쯤 남았다. 아침이라 해가 들지 않고 추웠다. 낮엔 기온이 30도까지 올라가고 따가우리만큼 강한 볕을 피해 다니기 바쁘다. 같은 계절이 맞는지 의심스럽게 해가 들지 않는 것만으로 서늘했다. 누나에게 어떤 샌드위치를 먹고 싶은지 물으니 에그 마요라고 이야기하다 손이 많이 갈 것 같다고 다른 거 먹자기에 고민하다가 수란 샌드위치를 만들어보기로 한다. 달걀과 샐러드 야채를 사고 야채스프도 하나 구매한다.
그릇에 물을 붓고 소금 간을 하고서 달걀을 깨 넣고 레인지에 조리한다. 어제 사둔 사과를 누나가 깎아준다. 늘 사과를 껍질째 먹다 보니 사과 속살만 먹는 게 얼마 만인지.
샐러드를 그릇에 옮기고 바게트도 구워서 올린다. 돌체구스토에서 카페라테를 한잔 담아오고 수프와 올리브오일까지 준비하면 완벽하다. 잘 구워진 바게트에 수란을 올려 노른자를 터트린다. 바삭하게 씹히고서 달걀의 녹진한 맛이 입에 감돈다. 올리브 오일도 듬뿍 뿌려내고서 또 먹어본다. 이번에 구매한 올리브오일이 매콤한 향이 강한 편이라 녹진한 달걀과 잘 어울린다. 수프는 알베르게의 식사에서 먹었던 그것과 비슷했는데 야채를 모두 갈아낸 듯한 질감이 투명하고 맑았던 그것과는 달랐다. 레시피가 궁금했다.
숙소를 나와 거리를 걷는다. 백화점 식품관에 잠시 들렀다. 수많은 종류의 올리브오일에 시선을 빼앗겼다. 구매해 보고 싶은 것이 무수했다. 흥미로운 것이 있으면 사보라며, 지난번에 산 건 본인이 들고 가겠다며 누나가 얘기해 준다. 종종 해주는 그러한 말들이 응원 같아서 참 고맙게 느껴진다.
명성이 대단하던 구겐하임 미술관은 내게 큰 인상을 주지 못했다. 누나가 갈 곳이 있다며 내 손을 잡아 이끈다. 어디로 가는지도 알지 못한 채 걷는다. 도착한 곳은 한 바스크 치즈가게였다. 음식에 대단한 흥미를 갖는 내게 이런 경험을 선물해 주려 했나 보다. 그 마음이 그리도 고마웠다. 빌바오에 한 군데 있는 곳이라며 내가 좋아할 것 같았다며 이곳으로 왔다고 했다.
치즈케이크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유럽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아는 카페가 있다는 데 놀랐다. 에스프레소와 얼음, 뜨거운 물이 따로 서빙되었다. 바스크 치즈케이크는 한국의 그것과 다르게 색이 검지 않았다. 부드럽고 달콤했다. 모양을 유지하지 못하고 무너질 만큼 크림에 가까운 질감을 가지고 있었다. 산 세바스티안의 그것보다 나았다. 더 크리미하고 깔끔한 풍미를 가지고 있었다.
우리는 한식을 먹고 싶어 했다. 다만 한식을 먹을 식당이 마땅치 않았으므로 일식당으로 향했다. 우동과 팟타이를 주문했다. 우동면의 식감은 푸석했다. 마트에서 찾을 수 있는 실온면 같았다. 육수도 원액을 물에 희석한 것 같았는데 옅은 단맛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팟타이도 역시 맛있지 않았다. 아시안 음식 먹으려다 오히려 맛없게 먹어 더 갈증을 느끼게 되었다.
버스를 타고 부르고스로 향한다. 북쪽 길을 걸으며 매일 산을 넘는 걸 누나는 즐기지 않는 듯했다. 언제나 선택하면 되고 그 선택을 옳게 만들면 된다. 더 나은 변화를 위한 고민은 언제나 가치 있다. 우리는 길지 않은 고민 끝에 프랑스 길로 돌아가기로 했다. 누나가 이 길에서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챌린지보다 이 길을 즐길 수 있기를 바랐다.
부르고스에 도착해 알베르게로 향하며 부르고스 대성당을 마주했다. 어제 누나와 대화하며, 유럽에 와서 이쁜 거리나 건물들을 많이 마주했지만 감탄하게 만드는 무엇은 밀라노 대성당이 유일하지 않았냐며 대화했다. 오늘 마주한 부르고스 대성당은 우리의 두 번째 감탄을 자아냈다. 규모감이 압도적이었고 그 속의 디테일이 아름다웠다.
저녁으로는 냉라면을 해먹었다. 햄과 샐러드도 곁들인다. 점심 식사에서 못다 채운 한식에 대한 갈증을 확실하게 씻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