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황해볼게요 Aug 26. 2024

선택을 옳게

Day15 Camino de Santiago

 프랑스길로 돌아왔다. 부르고스에서 쉬어가는 동안 마주한 순간들이 인상적이었다. 프랑스길로 오길 잘했다며 연신 외친다. 북쪽길을 계속 걸었다면 그곳에서 그것이 좋은 이유들을 떠올리며 그 길을 계속 걷길 잘했다고 얘기했을 것이다. 나는 긍정적인 사람이고 싶어 한다. 인생은 그저 선택의 연속이라 생각하며 그 선택을 잘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다만 선택하는 것 자체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순간들이 많다. 선택하고서 그 선택을 옳게 만드는 것이 그저 선택을 잘하는 법이라고 믿는다. 이곳에 와서 길을 걸으며 이곳에 오길 참 잘했다고 진심으로 말한다.


 길을 걸으며 똑같이 생긴 건물이 타운하우스처럼 줄지어 있기에 사진을 남겼다. 스페인에서 유럽에서 지금까지는 많이 보지 못한 무엇이었다. 한국의 타운하우스가 떠올랐다. 새파랗게 푸른 하늘과 벽돌색과 잔디의 푸르름이 한눈에 담길 때 아름다웠다.

 표지판을 마주했다. 안내는 없고 그림이 있었으며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누나는 그것이 귀엽다고 했다. 나는 누군가 지나가다 보고서 귀엽다고 웃어주길 바라며 그 그림이 그려졌을 거라고 했다.


 해바라기가 무수하게 피어있는 밭을 자주 만났다. 누나는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꽃이 해바라기라고 했다. 내가 음식에 흥미를 보이듯 누나는 꽃에 관심을 보였다. 그중에도 유독 해바라기를 좋아했다. 그것은 내 눈에도 아름다웠다. 한국에서 마주한 적 없는 큰 해바라기 밭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샛노란 잎이 아름다웠다. 노란빛의 청량함을 가지고 있었다. 다들 한곳을 바라보는 모습마저 좋았다.


 종종 고개를 숙이는 것들이 있기에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씨의 모양이 징그러웠다. 멀리서 보아야 아름다운 것도 있다.


 오늘 머물게 될 마을에 도착해 슈퍼부터 들렀다. 이온음료 두 캔을 사들고 얼른 들이킨다. 프랑스길을 다시 걸으며 그늘을 찾기 어려운 이 길에서 한껏 달궈진 몸을 식혀낸다. 단순한 갈증 그 이상의 무언가를 씻어내려주는 느낌이 좋다.


 저녁식사는 알베르게에서 먹기로 한다. 이 알베르게를 선택한 이유다. 2시간 전부터 사장님이 거대한 화구에 거대한 팬을 두고 요리하시던 그것. 빠에야다. 즉석식품으로 나온 빠에야를 먹어보고서 충분히 맛있기에 제대로 만든 빠에야를 먹어보고 싶었다.


 빠에야는 기대한 만큼 맛있었다. 바닥면이 잘 눌려서 바삭한 느낌을 냈고, 고소한 맛과 옅은 향신료가 마음에 들었다. 대단히 복잡한 풍미를 내지는 않았고 맛있는 가정식의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오늘 가장 좋았던 건 알베르게의 호스트였다. 그녀는 깔끔하게 일을 처리했고 수영장과 센스 있는 세탁공간을 만들어두었다. 달걀을 전자레인지에 요리하려는 내게 달걀을 찌는 기계를 주었다. 빠에야를 만드는 동안 흥미로워하는 내게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주었다. 식사하는 동안 게스트를 살피며 양이 부족해 보이는 이들을 더 챙겨주기도 했다. 작은 마을에서 순례자들을 계속 마주하며 본인이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갖는 듯한 그녀의 모습이 멋있었다. 인상적이었다.


15일차 끝.

이전 14화 행복은 선택하기 나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