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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황해볼게요 Sep 19. 2024

좋아하는 걸 자주 마주하는

Day31 Camino de Santiago

 카페 콘 레체와 빵으로 아침식사를 한다. 구워 나온 바게트가 퍽 맛있었다. 버터도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힘을 쓰지 못했다. 올리브오일이 압도적으로 맛있었다. 어제오늘 아침을 먹으러 우연히 들른 카페가 지나치게 마음에 든다. 역시 안 되는 게 없다.


 카페에서 빵이 괜찮기에 살 수 있는가 물으니 바게트만 따로 판매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근처에 빵가게가 있는가 물으니 주인이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바게트 공장 같은 곳이었다. 순례길을 걸으면 아침에 panaderia라고 적힌 차들을 마주칠 수 있다. 항상 커다란 박스나 포대에 바게트를 한가득 담아 마트나 카페에 납품하는 듯했다. 아마도 납품하는 그것들을 만드는 곳 같았다. 너무 흥미로웠다. 한국 시골의 오래된 떡집이 이런 느낌일까. 티보다가 나오셔서 무심히 내어주시는 바게트를 들고 한껏 웃음 지으며 나왔다. 흥미로웠다.


 순례길을 걸으며 바게트를 매일 먹다시피 하니 이젠 맛있는 바게트를 어느 정도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겉면은 너무 매끈하지 않고 적당히 거칠며, 속엔 공기방울이 너무 촘촘하지 않고 윤기 나는 것이 나의 취향이다. 오늘의 바게트가 딱 그러했다. 라콘이라는 햄을 사서 함께 먹었다. 길을 걸으며 먹는 게 퍽 즐겁다. 맛있다며 흥미롭다며 즐겁다며 좋아했다.


 날이 맑을 때, 쨍한 볕에 비친 나뭇잎의 색을 좋아한다. 푸르르고 희망찬 느낌이 든다. 좋아하는 것들을 새로이 찾아보고, 자주 마주할 수 있는 요즘, 좋다.


 높은 곳에서 산등성이를 바라볼 때 탁 트인 개방감이 좋았다. 그 길을 걸으며 자몽을 열심히 까댔다.


 좋아하는 걸 자주 하는 거, 요샌 자몽을 자주 먹는 것으로 실천하고 있다. 특히 길을 걸으며 먹으면 상큼한 게 기분이 좋다. 잠시 참사가 있었다. 처음으로 자몽 조각을 떨어트렸다. 잠시 얼어붙었다. 어찌 손 쓸 수 없는 일이었다.


 저녁으로는 쌀국수를 차갑게 해 간장에 비벼내고, 고기와 버섯을 구웠다. 초록 테이블과 초록 손잡이의 가위가 이뻤다. 음식은 당연하게도 맛있었다. 순례길을 걸으며 음식을 해 먹는 일이 많다. 매번 먹는 일에 정성을 들이는 게 참 기분이 좋다. 스스로를 대접하는 기분이 든다.


31일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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