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33 Camino de Santiago
오늘은 짧은 거리만을 걷기로 하고서 머지않은 곳에 숙소를 예약해 두었다. 덕분에 많은 순례자들이 길을 떠나고서 눈을 떴다. 여유롭게 아침을 먹고서 카페에 자리 잡고 앉았다. 순례자들은 이미 길을 떠나고 동네주민들처럼 보이는 이들 사이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기분이 근사했다. 이쁜 라테아트에 맛을 기대했건만 맛은 그닥이었다.
평소보다 훨씬 짧게 하루를 걸어내고 오늘 머무를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작은 마을에 유독 깨끗한 건물이었다. 특히 방에 들어섰을 때 풍겨오는 향기가 인상적이었다. 친절하고 똑 부러져 보이는 호스트의 성격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방도 구석구석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었다. 방에서 와이파이도 되지 않고, 핸드폰 신호가 거의 잡히질 않았다. 덕분에 잠시 핸드폰과 떨어져 있을 수 있는 게 좋았다.
저녁을 먹기 전에 배가 고팠다. 아침에 사온 믹스채소와 햄을 꺼내 들고 올리브오일을 뿌려먹었다. 지방이 적은 햄이고 짠맛도 강하지 않았다. 건강하고 질리지 않는 데다 맛있었다. 게다가 어딘가 특별한 기분이 들었다. 계속 조합을 바꾸어 먹을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채소를 많이 먹으려고 노력하고 스스로를 잘 챙기는 기분이 들어 좋았다.
저녁은 알베르게에서 사 먹었다. 스타터로는 하몽과 파스타를 받아 들었다. 메인 메뉴는 소고기, 돼지립, 생선을 받았다. 손으로 썰어낸 듯한 하몽은 꽤 두툼한 게 식감도 좋고 지방의 풍미도 다채로워서 맛있었다. 살치존과 초리조도 훌륭했다. 산미도 좋았고 지방의 맛도 잘 느껴졌다. 메인메뉴는 대단했다. 대단한 맛이었다기보다 양이 대단했다. 2인분이라기엔 양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알베르게에서 식 사하다 보면 양이 부족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여기선 그럴 수 없었다. 맛은 적당히 잘 구워낸 고기와 생선이었다. 소고기는 부위가 식감이 강하고 풍미가 적은 부위라 조금 아쉬웠다. 돼지 립이 식감 좋게 잘 구워져서 맛있었다. 생선도 적당히 촉촉하고 살결의 식감이 좋았다.
33일차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