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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핑크뚱 May 16. 2024

다이슨 에어랩 파도에 흔들리다

콤플렉스를 극복할 방법

계절의 여왕 5월, 여왕 이어서일까 변덕이 이만저만 심한 게 아닌 날씨와 만나고 있다. 이달만 비가 7일이나 내렸으니 마치 한여름 장마의 예고편을 경험하는 기분이다.


이날은 햇볕 쨍해 따가운 한낮은 반팔, 반바지가 어울리는 날이었고 저녁으로 넘어가면서 하늘은 먹구름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낮과는 완전 다른 얼굴로 변신해 피부에 스치는 바람은 차가웠고 끝내 빗방울도 후드득 떨어졌다.


나는 여름 장마가 싫다. 공기 중에 보이지 않는 물분자들이 떼로 몰려다니며 몸은 물 먹은 솜처럼 무겁게 하고 마음은 바닥 밑까지 보일  가라앉게 하니 말이다. 여기에 숱 많고 곱슬기가 있는 덥수룩한 내 머리카락에 들러붙으면 부피를 원 없이 부풀려 마치 손질되지 않은 사자 갈퀴처럼 만들어 놓으니 더 그렇다. 그래서 여름 장마가 시작되기 전 나는 미용실부터 찾았다. 장장 4시간가량의 시간을 투자해 무한대로 늘어날 머리카락의 부피를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우선 머릿결에 영양을 듬뿍 준다. 다음으로 떼로 몰려다니는 수증기가 덜라 붙어도 쉽게 부풀어 오르지 않게 하기 위해 스트레이트하고 마지막으로 자칫 잘못 생기 없어 보일 수 있는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한 C나 S컬의 볼륨 매직까지 한다.


올해는 어느 해보다 비가 잦아 대부분의 날 동안 나의 머릿결은 푸석했고 덥수룩하기까지 해 머리 손질에 제법 간을 투자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언젠가부터 미용실을 예약하고 머리 하는 시간이 힘들 게 느껴진다는 이유로 방치해 둔 머리카락이 제법 길었다. 긴 머리카락은 중력을 거스르지 못해 아래로 아래로 끌어당겨져  덥수룩함이 훨씬 줄었다. 그래도 여전히 거울 속에는 숱 많고 곱슬끼가 아무렇게나 만든 웨이브가 부풀어 있어 보기가 흉했다.


최근 몇 해동안 몇 만 원씩 모은 돈이 목돈으로 돌아와 통장 잔고가 넉넉해지면서 머릿속에서 계속 떠오르는 제품이 하나 있다. 다이슨 에어랩 스타일링 제품이다.

공기 흐름을 증폭시켜 강력한 공기 스트림을 생성하며 이를 통해 모발을 신속하게 건조하고 스타일링할 수 있다

이런 광고 문구는 나를 혹하게 했고 얼마 전부터는 거짓말처럼 내 귓가로 끊임없는 유혹의 속삭임까지 들리는 듯했다. 나는 귓속말에 홀려 몇 번이나 백화점과 대형 가전제품 매장에 들러 친절한 직원으로부터 제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또 들었으며, 반짝반짝 빛이 나는 듯한 제품은 눈으로 마음의 장바구니에 채웠다 비웠다를 반복했다. 여기에 주변 지인들로부터 이 제품의 상품후기도 꼼꼼히 체크했다.


지인들의 호평 일색인 상품후기와 일 년 동안 내가 미용실에 투자하는 금액 및 시간을 제품과 비교 환산하며 자기 합리화를 위한 구실을 만들었다. 그러나 누구보다 스스로 분수를 생각할 줄 알기 때문에 결정은 쉽지가 않다. 여기다 내 생각보다 더 단단한 마음의 벽이 쉽게 허물어지지 않을 기세다. 하지만 시간시간마다 머릿속에 그려지는 제품이 끊임없이 유혹하고 있어 포기도 쉽지 않다.


개인적으로 도저히 헤어가전으로는 믿기지 않는 높은 가격에 주춤하다 가격 대비 탁월한 제품의 성능이 이에 맞서며 나의 내적 갈등을 유발해 잠잠했던 심연에 파도를 만들어 조금씩 균열을 만들고 있다. 그렇게 나의 가장 큰 콤플렉스인 숱 많고 덥수룩한 곱슬머리 에 마음과 머릿속은 매일같이 에어랩 제품들이 크고 작은 파도를 만들어 벽을 무너뜨리기 위해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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