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지지 않게 이야기 모으기

너와의 추억은 기쁨이다.

by 핑크뚱

아들은 내가 운영하는 블로그의 글 읽기를 좋아한다.

막 저녁 식사가 끝이 났다. 하지만 산더미 같이 쌓인 그릇과 나는 여전히 씨름하듯 설거지하고 있다.

식탁에 그대로 앉아 있는 아들이 “키득키득” 웃고 있다.

“뭐 해? 뭐가 그렇게 웃겨.”

“엄마 블로그 보고 있는데 너무 웃겨요.”

너무 재미있다는 듯 웃는 모습을 보니 궁금했다. 갑자기 설거지 손길이 바빠졌다.

후다닥 뒷정리를 끝내고 아들 옆으로 찰싹 붙으며 보고 있는 핸드폰 화면으로 눈을 가져갔다.


2021. 05. 24. 웃긴 이야기


초등 2학년 남자아이는 글쓰기를 무지 싫어합니다.

일기는 자신에게 형벌이라며 당당히 이야기하는 아이입니다.

이날도 숙제인 일기 쓰기를 위해 식탁에 앉아 있습니다.

하지만 일기 쓰기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연필을 잡은 손은 일기장 위에 있으나, 마음은 어디인지 알 수 없는 어느 곳을 향해 멍하니 앉아 있습니다.

그러다 엄마 얼굴을 빤히 쳐다봅니다.

“엄마 코에 뭐가 묻었는데요.”라며 불쑥 손을 내 얼굴로 뻗어 떼어 주려고 합니다.

순간 나는 너무 놀라 아들 손을 막아 세웠습니다.

아들이 제 코에 묻었다고 하는 건 사실 며칠째 익어가고 있는 스치기만 해도 아픈 뾰루지입니다.

아들에게 이 사실을 설명했습니다. 그랬더니 얼굴 가득 안타까움을 담아 아프겠다며 위로를 건넸습니다.

왠지 그런 아들을 보고 있으니 뿌듯함이 생겨 코끝의 아픔이 조금은 가라앉는 착각을 일으켰습니다.

착각은 참 무섭습니다. 설익은 뾰루지를 내 손으로 건드려 터트리게 하는 무모한 용기를 줬습니다.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단전에서 끓어오르며 의식과는 무관한 소리가 입 밖으로 터져 나왔습니다.

"으아악!"

앞에서 이 모든 모습을 지켜보던 아들은 엄마의 웃긴 퍼포먼스 관객인 듯 배꼽을 잡고 넘어갑니다.

"으하하하, 엄마 너무 웃겨요."

나는 얼굴 가득 아픔을 내보이며 가자미 눈을 하고 째려보며 '괴심한 것'이라며 속으로 소리 질렀습니다.

"엄마 콧구멍이 세 개가 되었어요. 꼭! 외계인 같아요."

그러더니 신나게 일기를 써 내려갔습니다.

이 한 몸 바쳐 이룬 결과입니다.


2년 전의 이야기다. 이걸 보고 아들이 넘어가게 웃었구나 싶다.

내가 다시 봐도 웃기긴 웃긴다. 웃음 뒤로 알 수 없는 아픔이 따라오는 경험도 함께한다.

과거의 글은 이야기를 그러모아 흩어지지 않게 추억으로 고스란히 선물해 준다.

오늘에야 써야 하는 이유를 다시 발견하는 소중한 시간과 만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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