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는 동료들이 있고
그리운 고향집에 가면 가족들이 있고
집으로 돌아오면 나와 내가 있다.
어느 날에는 내가 한 줌의 공기와 같다.
부피와 형상도 없는 모습으로
어느 날에는 벽에 드리워진 한 줌의 그림자와 같다.
구체적이지 않은 회색 사람으로
유유히 떠다니던 시간이
느지막한 속도로 걸어가고
나는 나와 함께 하루를 보낸다.
온기와 말소리와 시간들이 가끔은 버겁기만 하다.
나는 흰색 침대에 가만히 누워 천장을 바라본다.
텅 빈 우주처럼 머리를 비워내야지.
아무것도 남지 않게 다 흘려보낼 거야.
휴일은 오후를 잘라내어 모두 비워내어도
해가 져도 아쉽지가 않았다.
둥둥 공기처럼 온종일 방 안을 배회하다
오늘도 조용히 하루를 비워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