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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킹 받는 직장 상사 1위

같이 일하기 가장 싫은 직장 상사 유형! 당신 회사에도 존재 하나요?

by 보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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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가 불러온 2008년의 그 시절


한가로웠던 몇 주 전 일요일 오후 2시 주변 지인들이 하나둘씩 추천하던 넷플릭스의 화제작 DP를 보았다. 포스터만 봐도 군대 이야기라서 보기 싫었으나, 보기 싫은 영화, 책 같은 경우에도 주변 지인들이 계속 추천하고 그들끼리만 이야기하면 또 거기에 나만 속하지 못한 것은 아닌지?라는 불안한 인간의 심리 때문에 나는 그렇게 내 의지와 불안감이 반반 섞인 채 DP를 보게 되었다. 그곳에는 병영생활 속 가지가지하는 부조리가 생생하게 연출되었는데, 보고 있노라니 나의 군 시절 간부 군수 장교와의 처부 검열 사건이 떠올랐고, 묘하게 이는 뉴욕의 사회생활과도 이어지는 부분이었다.


2008년도 그 시절 여름, 군인이었던 나는 우리 군수과 처부(군대 안에 있는 부서, 조직)의 검열을 말년 군수 장교(대위)와 함께 준비하였는데 그는 평소에 모든 일을 절차와 서류 따위는 생략하고 입으로만 연신 털어대는 썩은 조직에는 꼭 있는 스타일, 그중 한 명이었다. 그는 처 부장이었고 나는 직원이었던 샘이다. 무더웠던 그날들에 나는 정말로 열심히도 준비하였는데, 얼마나 무더웠냐면 군인다운 짧은 머리 한 올 한 올 사이로 땀이 빗물처럼 흘러내려 눈동자를 찌를 정도로 그날들은 무더웠고 땀을 닦아내지도 못한 채 선풍기로 날려가면서 틈새만큼도 쉬지도 못한 채 바쁘게 청춘의 한 페이지를 그곳에서 불태우고 있었다. 한 편 내가 그러거나 말거나 베짱이 같던 군수 장교는 가벼운 입만큼이나 가벼워 보이는 두 다리를 의자에 올린 채 연신 나에게 빨리 준비하라고 기름진 입으로 열심히 털어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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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처부 재산 대장 가져와!


며칠이 흘렀을까? 햇빛이 정말 쨍쨍하고, 더위 때문에 가만히 있어도 짜증이 올라오던 그날이 바로 검열의 날이었는데 상급부대에서 검열관 준위(군대 전문 특수 계급)가 우리 부대 처부에 도착하였다. 준위는 스치기만 해도 베일 것 같은 각진 전투모와 칼같이 다린 전투복을 착용한 채로 누가 봐도 아부라고는 씨알도 안 먹힐듯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듯한 싸늘한 인상으로 등장하였다. 마치 세상에 태어나기를 검열관으로 태어난 것 같은 그는 이내 우리 처부의 문을 한치의 거리낌 없이 활짝 열었고 싸늘한 기운이 처부에 퍼짐과 동시에 군수 장교는 모든 서류를 올려놓고 모든 준비가 끝났다고 그에게 군수 장교 특유의 느끼한 웃음을 지으며 인사를 했다. 그리고는 "빨리 끝내고 날씨도 더우신데 읍내로 시원한 식사나 하러 가시죠" 라며 영혼까지 끌어모은 아부를 그 준위에게 털어대고 있었다.


준위는 군수장교에게 "식사는 괜찮습니다. 보아하니 한 개 재산대장이 빠져 있습니다. 00 재산대장 준비되셨습니까?" 라며 각 진 전투모처럼 날 선 지적을 날렸고 이에 군수장교는 "당연히 준비되었죠. 00 재산대장 빨리 꺼내서 준위님께 보여드려! 빨리!" 라며 고개를 올린 채 허공에 소리쳤는데 그때 군수장교의 얼굴은 마치 투명한 물속에 기름 한 방울 떨어뜨린 상황? 섞이지 않아서 기름이 물 위를 둥둥 떠다니는 것처럼 그는 두 가지의 감정이 공존하지 못하 채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아닌 처음 보는 표정으로 내게 지시를 하고 있었다. 아니 허공에 치던 호통을 내 방향으로 바꿔 치고 있었다.


지금에서야 속시원히 말할 수 있지만 처음부터 그 재산대장은 존재하지 않았고 존재할 수도 있었던 준비 기간에 나는 해당 재산대장을 준비해야 하지 않느냐고 군수장교에게 물어봤지만 군수장교는 "그런 것 보지도 않아! 나만 믿어 쓸데없는 생각 말고 나머지나 마무리해" "내가 먼저 하라고 한 것 먼저 해!" 라며 만들지 못하게 지시한 바로 그 재산대장이었다. 그의 표정은 어떻게든 그 상황을 임기응변과 아부로써 빠져나갈 생각과 동시에 책임을 나에게로 물으려고 하는 여러 가지 생각이 Input 되어 출력되어버린 쓰레기 같은 표정이었다. 그 쓰레기 같은 표정으로 연신 나에게 재산대장을 빨리 찾아오라고 호통 치면서 준위에게는 "저희 상병이 일을 제대로 못해서 못 찾는 것 같은데 제가 교육시킬 테니 우선 다른 부분을 먼저 보시죠!" 라며 연신 굽신거렸고 보란 듯이 나에게는 더 목소리를 높여 계속 호통치고 있었고, 못 찾으면 본인이 만든 재산대장을 잘 못 관리한 나를 영창 보내겠다며 호통치고 있었다.


그때 나는 존재하지도 않는 재산대장을 찾기 위해서 캐비닛 여러 곳을 뒤지고 있었는데, 뻔히 없는 것을 알면서도 연극해야 하는 나는 연극배우로서는 낙제였을 만큼 허둥지둥 대고 있었다. 이 사건은 훗날 내 인생 가치관을 형성하는 중요한 사건이 된다. 캄캄한 회색빛 캐비닛을 열고 그 안에 머리를 박은채 땀인지 눈물인지 확인이 안 되는 범벅된 상태에서 내가 한 다짐은 앞으로 내 인생에서 내가 살기 위해서 죄 없는 사람을 희생시키지 말자. 나보다 약한 사람을 재물로써 바치지 말자. 그런 어른이 되지 말자. 그런 사회인이 되지 말자!라고 다짐하였고 지금까지도 내 인생의 중요한 가치관으로써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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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킹 받는 직장 상사 1위


내 군대 시절의 이 이야기는 배경만 바뀌었고 지방의 사회에서도 서울의 사회에서도 그리고 바다 건너 뉴욕의 사회에서도 사림이 두 명 이상 모인 모든 곳의 조직과 직장 내에서 일어났다. 그때 침 튀기며 호통치던 군수장교는 서울의 또 다른 누구였고, 뉴욕의 또 다른 누구였다. 나는 이 같은 상사를 레알 킹 받는 직장 상사 1위라고 뽑고 싶다. 요즘 신조어로써 킹 받는다는 표현이 있는데 쉽게 이야기해서 열 받는다는 뜻과 동일하다. 본인이 지시한 일을 안 했다고 거짓말하고, 반대로 지시 안 한 것은 했다고 거짓말하고, 문제가 터지면 책임지지 않고 희생양을 찾아 재물로 받치고 이 모든 행동의 목적은 본인은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서 이다. 조직 내에서 승진하고 싶어서이다. 솔직하게 더 표현하면 예쁨 받고 싶어서이다. 그것이 능력으로써가 아니라 임기응변으로써, 임기응변에 능하다 보면 거짓말도 많이 하게 되는데, 본인이 어떤 일을 어떻게 했는지 임기응변으로만 했기 때문에 생각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직장 상사와 일하게 되면 피해 보는 것은 착실하고 선한 사람들이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당신이 생각하는 레알 킹 받는 직장 상사 1위는 어떤 유형인가? 이 글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중요한 포인트는 선하고 착실한 당신이 그들로부터 너무 많은 상처,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한다. 단지 그들을 견뎌내기 위해서 당신의 몸을 혹사시키야 한다면 그렇지 않았으면 한다. 나의 뉴욕에서의 직장생활이 그러했다. 그렇기 때문에 전달하고 싶다. 몸에 무엇인가를 떼어내면 다시는 붙일 수 없다. 내가 만약 뉴욕에서 이런 부류의 사람들과 오랜 기간 견뎌야 하는 일을 하지 않았더라면 내 쓸개는 무사하지 않았을까?


여러분들만의 같이 일하기 싫은 레알 킹 받는 직장 상사 1위 유형은 어떤 유형인가요? 그들로부터 스트레스 적게 받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노하우가 궁금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이후에 저는 새로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브런치에서는 쓸개를 제거한 이 이야기로부터 한편 한편 시간을 거슬러 뉴욕에서의 이민자로서의 회사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아울러서 저처럼 젊은 날에 무엇을 이루기 위해 쓸개 혹은 그 무엇이 되었든 희생하신 많은 분들이 있으실 텐데 그분들의 상실을 공감하며 응원을 드리며, 아직 쓸개처럼 삶에 고통받고 계신 분들에게는 잘 버티실 수 있도록 글로써 심심한 에너지를 전달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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