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2017년 7월 우리 팀은 그날도 역시 마감 주문까지 정성스레 포장하고 있었다. 이 주문들은 5시에 도착하는 UPS 트럭에 실어서 보내야 하기 때문에 우리 팀 직원들의 손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5시 마감 때는 곧 퇴근한다는 생각에 모두 들떠 있기도 한데 그중에서도 그 누구보다도 퇴근을 항상 기다리던 고객 서비스 팀 에리카는 시계만 쳐다보고 있었다. 드디어 시곗바늘이 4시 59분을 가리키고, 1분이라도 맞춰서 문을 열고 퇴근을 하고 싶었던 그녀는 서둘러 퇴근을 하려는데 이때 그녀에게 눈치 없는 전화 한 통이 걸려온다. 4:59분에 걸려온 전화 한 통! 평소 퇴근은 칼 같았지만 책임감은 남달랐던 그녀는 자리에 다시 돌아와 숨을 한번 내쉰 뒤 약간은 하이톤의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다. 그리고 이내 당일 주문은 4:30분 마감이고 이후에 들어오는 주문들은 내일 배송된다고 안내해주고 있었다.
에리카는 퇴근 시간을 10분이나 넘긴 채로 고객과 통화 중이었고 그녀의 눈빛은 디렉터인 나에게 S.O.S 외치고 있었다. "응급상황이야 디렉터! 나는 아직도 퇴근을 못했고! 그녀는 똑같은 이야기만 반복하고 있어!" 에리카는 전화기는 무음 처리한 채 상기된 표정으로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나는 에리카에게 난처한 표정을 짓는 이유가 무엇이고 그녀가 무엇을 원하는지 물어봤다. "그녀는 오늘 물건이 꼭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어 우리 팀은 이미 UPS에 다 보내버렸기 때문에 그녀에게 내일 배송된다고 안내했어 그런데도 그녀는 오늘 꼭 필요하다고 하는 거야. 어떻게 해야 돼? 빨리 결정해줘 나는 퇴근하고 싶어" 결정권자는 피곤하고 외롭다. 그때의 결정권자였던 나는 에리카를 집에 보내고 고객과 통화했는데 그녀에게 오늘 꼭 받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서 물어봤다.
그녀는 "내일 오전에 중요한 면접이 있어서, 꼭 필요해요. 깔끔하게 하고 나가야 하니까요. 나는 빠르면 오늘, 늦어도 내일 아침까지 물건을 받아봤으면 해요. 도와주세요, 꿈에 그리던 모델 면접이란 말이에요" 나도 20대 초반에 정말 중요한 면접을 가야 했던 때, 양복을 입고 가야 했는데 양복이 미처 준비되지 않은 채로 잡힌 급한 면접 그때의 절박함이 떠올랐다. 나는 그녀에게 주소를 물어봤고 내가 직접 그녀에게 가져다주겠다고 했다. 다행히 여름이라 해는 길었고, 나는 물건을 실은 채 차를 출발시켰다.
나는 Queens에서 Bronx로 향하는 Whitestone bridge를 건너면서 문득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무엇인가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 항상 말로만 읊조리는 것이 아니라 되돌이켜 봤을 때도 후회가 없이 최선을 다했다는 것은 결국 최선이라는 이름의 나의 노력이 누군가를 감동시켰을 때, 닿기 힘든 누군가의 그 지점에 닿았을 때 그때가 최선이라는 것은 아닐까? 라며 오늘의 마지막 고객 브롱스 고객에게 직접 배달을 가는 지금의 나의 모습이 훗날 미래의 내가 생각해 봤을 때 최선의 지금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고 그녀에게 온전히 물건을 전달할 수 있었다. 그녀는 너무나 기쁘다며 지금 순간을 사진으로 촬영해달라고 했고, 나는 흔쾌히 허락하고 사진을 촬영하고 그녀에게 전달해줬다.
그날, 이후 그녀가 면접에 붙었는지 떨어졌는지 소식을 들은 것은 없다. 붙었다고 한들 연락할 이유가 없고 떨어졌다고 한들 역시 연락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날 나에게 사진을 촬영해달라고 하던 그녀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그 순간이 그녀에게 소중한 시간, 간직하고 픈 시간이었을까? 어쩌면 면접을 준비하기 위해서 그녀 또한 무리한 부탁인지 알면서도 나에게 요청한 최선을 행한 그녀 자신에게 감동해서일까? 최선을 다한 모습에 당당해서일까? 문득 생각해본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이후에 저는 새로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브런치에서는 쓸개를 제거한 이 이야기로부터 한편 한편 시간을 거슬러 뉴욕에서의 이민자로서의 회사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아울러서 저처럼 젊은 날에 무엇을 이루기 위해 쓸개 혹은 그 무엇이 되었든 희생하신 많은 분들이 있으실 텐데 그분들의 상실을 공감하며 응원을 드리며, 아직 쓸개처럼 삶에 고통받고 계신 분들에게는 잘 버티실 수 있도록 글로써 심심한 에너지를 전달해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