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의 나라인 미국을 볼 때마다 이런 궁금증이 듭니다. 독립 전쟁과 1812년 영국의 동부 해안 침공 및 방어 전투 이후로는 외세와 본토애서 전쟁을 치러보지 않은 나라에서 살인에 의한 사망(타살자 숫자)와 비율은 사담 후세인의 사망 후 무법천지가 된 이라크나 마약 때문에 길거리에서도 총격적이 벌어지는 중남미 나라들과 비슷한 수준일까? 왜 선을 국교로 믿는 나라에서 악이 판칠까? 악의 존재는 신의 부재를 증명하는 데 사장 좋은 수단이었습니다. 악이 존재한다는 건 세상이 불완전하다는 뜻이고 이는 완전한 신이 불완전한 세상을 만들었다는 증거니 역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죠. 신은 존재하지 않거나 있어도 완벽하고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니라는 거죠.
"하느님, 제가 아무리 시비를 걸어도 그 때마다 옳은 것은 하느님이셨기에 법 문제를 하나 여쭙겠습니다. 어찌하여 나쁜 자들이 만사에 성공합니까? 사기밖에 칠 줄 모르는 자들이 잘되기만 합니까?”/기독교 성경 예레미야 12장 1절
세상은 정말 악으로 넘쳐 나고 있고 권선징악은 어쩌다 일어나는 아주 드문 일이 되었습니다. 푸틴이 지금 우크라이나에 가하고 있는 짓을 보면 세상은 선과 악도 없고 오직 힘과 힘만 있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입니다.
이 주제에 관해 놀라운 생각 거리를 제공해주는 영화가 바로 넷플릭스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스파이더 맨 톰 홀랜드가 주연한 넷플릭스 영화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2020)’는 미국인들의 폭력성의 기원을 놀랍게도 기독교 문화로 보고 있습니다. 도널드 레이 플록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43년 치열했던 솔로몬 제도 전투부터 65년 린든 존슨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 전쟁에 직접 참전을 결정하기까지 22년 간의 미국 중서부 지역(오하이오)의 평범함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국가가 저지르는 큰 폭력과 국민들이 저지르는 작은 폭력을 나란히 보여주면서 폭력의 뿌리를 찾아보려고 노력을 합니다.
영화는 올리버 스톤 감독의 ‘내추럴 본 킬러’처럼 놀라운 폭력과 살인 사건을 계속해서 보여주는데요, 엄청난 폭력 뒤에는 기독교를 광신적으로 신봉하는 자들이 있었습니다. 목사가 되고자 하는 한 열혈 신도는 자신의 아내를 죽이고 신께 외칩니다. “내 아내가 다시 살아나는 기적을 재현해주십시요” 라고 기도를 합니다. 자신이 믿는 신이 반드시 존재하며 현실에서 기적을 이뤄낼 수 있다고 100% 확신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어처구니 없는 살인이죠. 사이코패스 본능 때문에 저지른 살인도 아니고 아내를 미워해서 죽인 살인도 아닙니다. 그저 신앙심, 비뚤어진 신앙심에서 비롯된 어의없는 폭력이죠. 저자와 감독은 이 잘못된 믿음을 악마라고 보고 있습니다. 저는 기독교에 대해서 조금 부정적인 편인데요, 선악이라는 이분법의 지나친 적용과 선을 위해 치러지는 그 엄청난 폭력들이 성경, 특히 구약성경을 가득 채우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일까요. 구약을 따르는 세 종교 유대교와 이슬람교 기독교가 함께 만들어 온 세상(바로 서양)은 폭력적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악이 사라지지 않는 않는 바로 신 때문이라는 거죠. 존 레넌이 ‘이매진’에서 종교가 없는 세상을 생각해 보세요. 누군가가 누구를 죽일 이유도 사라지게 될 겁니다라는 말은 정확히 진실입니다.
신이 악을 허용한 게 아니라 그 자체로 악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두 번째 충격적인 살인으로 드러납니다. 젊은 여신도와 차에서 둘 만의 시간을 가지며 신께 아담과 이브 시절의 모습을 보여줄 자세가 되어 있느냐며 젊은 여신도를 농락하던 한 목사를 주인공 톰 홀랜드가 죽이는 장면이죠. 톰 홀랜드는 친동생처럼 여기던 소녀(그녀의 아버지가 자신의 아내를 죽이고 신께 부활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달라던 그 미친 작자였습니다.)가 목사에게 사실상의 강간을 당하고 임신한 뒤 수치심을 느껴(신에 대한 수치심일 겁니다.) 자살을 합니다. 자살을 한 이유가 아무래도 목사와 연결된 것 같아 목사를 예의 주시하던 주인공이 목사가 다른 여성 신도를 똑같은 방식으로 강간하는 장면을 보며 살인범으로 확신한 뒤 응징을 하죠. 물론 기독교는 강간은 물론 간음 자체도 허용하지 않습니다. 문제의 원인을 목사의 성욕과 현실 도덕에 무감각한 그의 성정으로 돌릴 수 있죠. 그러나 그가 여자를 유혹하는 모든 대사는 성경과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단지 역설일까요? 영화에서는 이 목사야말로 악마라며 신의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강간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톰 홀랜드는 자신의 어머니가 이른 나이에 암으로 죽고 아버지가 따라 죽은 트라우마를 어린 시절부터 갖고 있었죠. 그는 어머니의 죽음 못지않은 충격이 있었으니 아버지가 어머니를 대신할 희생이 필요하다며 자신이 정말 사랑하던 반려견을 죽이는 일이었습니다. 신은 희생을 원하고 그 희생은 값진 것(즉 신도에게 소중한 것일수록)일수록 가치가 있다는 믿음 때문이죠. 구약 성경에는 실제로 이런 장면이 너무 자주 목격됩니다. 신이 믿음을 확인하기 위해서 신도에게 가장 소중한 것(예를 들어 자식의 죽음)을 원한다면 그것이 정말 신일까요? 그리고 그 신을 믿어도 될까요? 그런 신이라면 합리적인 이성으로 거부해야 하는 게 더 인간적인 것 아닐까요?
톰 홀랜드는 어머니의 죽음 못지않게 아버지의 믿음에 대한 광기의 폭력성이 상흔을 남겼습니다. 그는 영화에서 세 번의 살인을 하는데 첫 번째 살인은 법적으로는 절대 용납할 수 없지만 인간적으로는 이해가 되는 복수 차원의 목사의 살인이었고, 두 번째 살인은 보안관의 여동생 부부로서 연쇄살인을 저지르던 두 사람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정당방위 차원의 살인이었습니다. 광신도와 사이코패스가 어느 나라보다 많은 미국 그것도 기독교의 광신이 법과 규범 위에 있는 중서부에서 히치 하이킹은 사실 목숨을 담보로 하는 행위나 다름없죠. 보안관(이 역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 죽어 마땅한 인물이었습니다.)의 여동생 부부는 히치하이킹에서 자신의 타를 타려던 타지 사람들을 죽이고 기념사진을 찍는 사이코 패스였습니다.
결국 영화는 신은 존재해도 그 신의 모습은 선함, 자비, 포용과는 거리가 먼 불신, 무자비, 복수일 거라는 말을 합니다. 물론 신이 존재하지 않으면 이 모든 건 인간의 자유의지와 탐욕으로 원인을 돌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신을 믿는 사람들이라먄 그럴 수가 없죠. 물론 이게 다 신의 뜻이라고 넘아갈 수는 있겠지만 악에 고통받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특히 러시아로부터 직법 폭격을 받은 마리우풀의 우크라니아 국민)에게 푸틴이 독실한 러시아 정교 신자라는 사실은 신의 부재 내지는 신의 악마성을 느끼게 해 줄 가장 적절한 사레가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