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루 화장실 앞에 앉은 햇님이는화장실 모래삽을 들어 청소를 시작한다. 한 삽 푸욱 떠서 사알사알 흔들어주니 두부모래 알갱이들은 그물 사이로 떨어지고 찾는 녀석들만 남는다.
"아유, 우리 루루 맛동산도 기가 막히게 만들었네~"
토끼 똥이 아닌 실한 맛동산을 생산해 내는 루루의 장건강이상무! 막간을 이용한 루루 건강상태를 보고받으며 요 근래 꾸준히 복용한 유산균 까까의 효능을 확인한다.
"감자도 요 있네~ 몇 알 이래? 하나 두울, 으윽 되게 크다."
쉬야도 잘했음을 확인, 날 더운데 루루가 물도 잘 마시고 있음을 알고 집사의 마음엔 흡족함이 한가득,마음이 새털처럼 가벼워진다.
두부모래더미에서 한바탕 맛동산과 감자 보물 찾기를 마친 햇님이는 이어 삽으로 화장실 모래를 평평하게 다져준다. 집사가 깨끗하게 청소를 마쳤다는 일종의 싸인 같은 것. 루루가 쾌적한 화장실에서 시원하게 근심을 털어내길 바라는 마음 으로 다지는 의식이다.
오빠집사는 설거지 선수가 되어 후다닥 그릇들을 닦아 새 물을 받아 자리에 가져다 둔다. 루루는 식사를 하면서도 자기 화장실 모래 소리에 신경이 쓰이는지 중간중간 부엉이 귀를 만들어 상황을 파악한다. 꼼꼼한 햇님이가 화장실 청소를 햇님스럽게 마치기 전먼저 식사를 마치고 화장실 청소를 구경하러 오곤 하는 루루.
여기까지는 평화로운 밤 열 시의 풍경.
최근 들어 이 밤 열 시의 평화가 햇님이의 비명 소리로 한 번씩 와장창 깨고 있으니, 그것은 바로 루루가 아맞다씨가 된 것.
루루는 잘 자고 있다가도, 사냥 놀이를 하며 잘 놀고 있다가도, 심지어 잘 먹고 있다가도 화장실 모래 소리를 들으면,
'아 맞다! 나 화장실 가고 싶었지?'
화장실을 방문하고 있다.
잘 청소된 화장실에 들어와 킁킁 킁킁 냄새를 맡다가 자리를 잡고 일을 보는 루루와 울상이 되어 외치는 햇님.
"으악! 루루야! 언니 방금 청소 다 해놨는데!!!"
쉬야든 응아든 시간이 좀 지나야 두부모래가 잘 굳어져 청소가 용이해지거니와, 방금 막 만들어낸 생산물의 냄새와 모폴로지는 상상 이상으로 귀여운 구석 없이 날 것인지라 울상이 될만하다.
어차피 시간이 좀 필요한 처리이니 아이들 잠들고 난 뒤 잠자리에 들기 전 내가 한 번씩 더 치우고 있다만 이런 일이 잦아지자 루루의 속내가 궁금하다?혹시 더 깨끗한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싶어 하는 건가 싶어 조금 더 자주 화장실 청소를 해보기도 하고, 아님 자기 냄새가 사라지는 게 싫어서 영역표시를 하듯 하는 건가 싶어 그냥 두어 보기도 했지만, 뾰족이 수를 찾지 못한 채로 밤 열 시의 이런 패턴은 계속되고 있다.
이제는 그냥 웃음이 나는 지경,햇님이가 화장실 청소를 시작하면
"아맞다씨~ 아맞다! 화장실! 했죠?껄껄껄"
"또 다 치우면 화장실 올 거죠?"
"아맞다씨 일 보시라고 화장실 청소합니다~낄낄낄"
"저 봐 저 봐, 또 간다~."
그렇게 밤 열 시는 우리 가족에게 아맞다씨의 배변 습관으로 웃고 자는 타이밍이 되었다.
이상하게 나는 집사가 화장실을 청소하면 꼭 화장실이 가고 싶어지더라~ 미안하다 사랑한다 집사♡
텔레파시가 통하듯, 공교롭게 루루의 배변시간과 집사의 청소시간이 통했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해본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귀여운 아맞다씨 앞에선 다 무용한 일, 집사가 조금 더 부지런지면 될 일이다.
언젠가 밤 열 시의 웃음이 사라진다면 사라진 대로 그리울 것도 같아 아맞다씨의 오랜 활약을 바라며, 사랑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이해하게 되는 그런 마음을 가진 집사와 집사가 화장실 청소를 하면 꼭 화장실이 가고 싶어지는 고양이의 행복을 나눈다. 고양이는 그저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