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가 여름방학맞이 친가-외가 투어를 끝내고 집에 돌아왔다. 서로를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루루야~~ 현관문을 박차고 들어가 계단을 뛰어오르는 남매나, 냐~~~~~~~~~~~앙(어디에 갔다가 이제 온 거야. 너무나 그리웠잖아.) 길고 촉촉하게 대답하며 다가와 만져달라 발라당 눕는 루루나. 견우와 직녀만큼 애틋한 눈물의 상봉을 마쳤다. 이들은 이후로도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고 있을까?
그리움을 여과 없이 표현해 내는 남매의 지독한 사랑에 자꾸 동굴을 찾게 된다. 나는 화장실로, 루루는 쇼파 밑으로. 시끌벅적 제법 사람 사는 집 같은 집안의 분위기도 좋지만, 어쩌다 루루와 눈이라도 마주치면 왜 자꾸 아련한 눈빛 교환을 하게 되는지... 아마도 너의 마음과 나의 마음이 비슷할 테고 (니맴=내맴) 차분하게 잘 정돈되어 있던지난주 집안 분위기를 조금 그리워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도 내일 드디어 개학이니, 정말 고지가 코앞이다.
아늑한 동굴을 찾아 익숙하게 고독한 세일링을 할 참이다. 너튜브를 누르니, 미야옹철님의 새로운 영상이 뜬다. 고양이 지능테스트라? 사랑하는 대상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마음은 자꾸 그 대상을 들여다보고 탐구하게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집사는 내 고양이에 대한 이런 흥미진진한 토픽을 그냥 지나칠 수 없지.
미국의 동물학자 브루스 포글 박사님의 저서 <The Cats>에 실린 글로, 7개의 문항에 고양이의 평소 행동 유형을 점수화하여 고양이의 똑똑한 정도를 판별하는 방법이란다. 그 행동을 하지 못하면 0점, 가끔 하면 5점, 잘하면 15점으로, 총 7문항의 접수를 합산하여 판별하는데, 루루 묘생의 첫 시험에 엄마 집사는두근두근한다. 대상자는 모르고 있는 집사의 일방적인 관찰평가이긴 하지만.
각 문항과 루루의 행동을 살펴보면,
출처 : 미야옹철님 유튜브
1. 자신 스스로 사료와 물을 먹고 배변을 가리며 그루밍을 통하여 자신의 몸을 잘 케어한다.
보통의 고양이들이 그러하듯 루루도 사료와 물을 스스로 잘 먹고, 화장실에서 깔끔하게 볼 일을 잘 처리하고 있으며 야무지게 그루밍을 하여 자기 몸을 잘 케어한다. 15점 득
2.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때때로 주인을 이용하거나 조종하려고 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인다.
지난 연재에 담아둔 이야기처럼 루루는 많은 것을 알고 있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애절한 눈을 장착하거나, 같이 놀자고 장난감을 가지고 와 슬쩍 집사의 곁에 두고 가곤 한다. 가끔은 루루에게 그루밍을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착각이 들 정도. 15점 득 (현재까지 30점)
3. 낯선 사람의 방문에도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고 느긋한 행동을 한다.
고양이 특성상 낯선 사람의 방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어 최대한 밖에서 만남이나 모임을 해결했었다. 친지들은 그럴 수가 없으니 친지들의 첫 방문에 루루가 어떤 반응일지 걱정스럽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는데, 역시 조심성이 많은 루루는 엄청 경계하며 장식장이나 쇼파 밑에 들어가 다들 가실 때까지 나오지 않곤 했다. 그러다 요즘의 방문엔 맛있는 간식을 득템할 수 있음을 알고, 슬쩍 나와 캣타워에 앉아 방문객을 관찰하거나 스으으을쩍 다가가는 정도로 눈부신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5점 득 (현재스코어 35점)
4. 자신의 이름을 알고 부르면 달려오거나 대답을 한다.
루루는 대답냥이다. 집사의 이야기에 냐옹~ 답을 잘해주기도 하고, 집사들의 대화 중 '루루' 단어가 등장하기만 해도 멀리서 귀를 쫑긋하며 귀대답을 하기도 한다. 특히 엄마집사가 부엌에서 이름을 부를 때는 무언가 좋은 일이 생길 것을 기대하며 신나게 달려오는 모습을 보인다. 15점 득 (토털 50점)
5. 항상 눈이 초롱초롱 빛나며 호기심이 많고 자주 자신의 주변을 관찰합니다.
루루의 가족 내 역할이 집 정찰과 경비인데, 기특하게도 게을리하지 않고 담당한 역할을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다. 초롱초롱 빛나는 눈동자는 말해 뭐 해. 15점 득 (토털 65점)
6. 주인의 기분과 감정을 이해하고 그에 따라 반응을 보인다.
집사들의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때때로 느끼는 집사의 감정에 루루가 영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서로들 얘기한다. 울적할 때는 먼저 다가와 말을 걸거나 꼬리로 휘감아 위로해 주고, 기분이 좋을 때는 같이 꾸륵꾸륵 트릴링을 해 기쁨을 배가시키곤 한다. 동굴 속에 혼자 있고 싶은 집사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하고 방해하지 않는 것 역시 루루. 보너스 점수를 더 주고 싶지만 냉철한 평가자는 15점만 더하기 (토털 80점)
7. 방문이나 서랍을 다양한 방법을 통해 열 수 있다.
방문을 일어서서 여는 루루는 곧 손잡이도 잡아 당겨 문을 열 것 같아 집사들은 초긴장한 상태다. 뿐만 아니라 요즘 어린이 집사들 숙제 시간 감독을 맡고 있는 루루가, 서당개 삼 년의 풍월 읊기 경지에 이르러 연필을 쥐고 글씨를 쓰는 지경에 이르러 믿거나 말거나 후훗 15점 득 (95점!!!!)
출처 : 미야옹철 유튜브
어쩌면 좋을까. 루루는 총 95점을 받아 천재 고양이에 가깝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미양옹철님 버젼의 똑냥이 능력고사에서도 고양이계 멘사 회원 구간에 해당하는 고득점을 받아 집사는 헛웃음이 난다. 내가 누굴 모시고 사는 건지. 고양이계 멘사 회원이라니. 그러면서도 랄라의 '유~난이다~ 유난.' 목소리가 계속해서 귓가에 맴도는 것은 이게 뭐라고- 아무도 주지 않은 고득점 성적표를 만들어, 이걸 또 유난하고 진지하게 궁서체로 쓰고 있는지. 정말 유난이다 유난.
엄마가 오래도록 동굴에서 나가지 않자 치질 걸린다며 애타게 빨리 나와라 잔소리를 하는, 기미조차 보이지않은 엄마의 치질을 걱정하는 아들 녀석도유난이다. (엄마이미 뚜껑 덮고 아빠 다리다 짜샤)그 덕에 찾아왔던 덧셈 위기도 잘 극복하고 아쉬운 자유시간도 잘 마무리하여 우리 집 고양이계 멘사 회원님을 뵈러 즐겁게 동굴 문을 열고 나왔다는 이야기.
고양이의 지능보다고양이의 행복지수에 항시마음이 쓰이는 집사는 내고양이가 행복한 고양이이기를... 그저 바란다. 고양이에게 지능이 무슨 의미랴, 존재 자체로 사랑인 무려 고양이인 것을!
어린 집사들의 개학을 하루 앞둔 집사와 똑냥이의 행복을 나눈다. 다시 찾을 평온한 일상, 더 자주 웃고 더 자주 행복하길. 고양이는 그저 사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