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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일러 문 Aug 28. 2024

냐옹, 그러니까 제 말은

사랑한다는 말이에요.


잘밤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루루가 문 앞의 쿠션에서 앉아 있다. 나는 이렇게 무심히 바라보는 루루의 표정을 좋아한다. 그냥 지나다 방 안에서 무얼 하는지 깜깜무소식인 집사의 안부가 궁금해 잠시 기다렸던 것뿐이라는 이 표정과, 정확히 문 쪽을 향해 앉아 있어 문을 열자마자 눈이 마주치는  순간이 참 좋다. 마음을 다 드러내지 않으나 알 것 같은 이 마음, 귀하디 귀하다.  


가족들이 모두 잠이 든 밤, 우리 둘만이 깨어 눈을 맞추고 서로에게 곁을 내어주며 내는 이 순간이 문득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부쩍 선선해진 밤공기도, 하루를 무사히 마치고 평화로이 잠든 내 가족들도, 내 곁의 루루밤하늘의 달님까지도. 


잘밤,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문앞의 쿠션에서 루루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낮의 공기도 처서를 기점으로 제법 선선해졌다. 이따금 소파에 앉아 해야 할 일들을 처리하거나 무언가를 읽고 있노라면 슬며시 다가와 곁에서 낮잠을 청하는 루루. 배를 보이고 벌러덩 누워 아기처럼 단잠을 잔다. 경계를 늦추지 않고 쪽잠을 자던 시절도 전생 같다. 함께 사는 이 공간을 진정 안전하다고 느끼는, 집사들을 신뢰하는, 그 마음이 너무도 쉽게 읽혀 뭉클한다. 집고양이로서 평생을 아기고양이의 마음으로 살 루루를 보니 집사 사뭇 비장해지는데..... "엄마가 지켜줄게. 엄마가 행복하게 해 줄게." 모성애란 이리도 무서운 것이다.



주간루루의 마지막 연재를 앞두고 이런저런 아련한 마음에 도무지 무어라 운을 떼어야 할지 모르겠어 깜빡이는 커서만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고민하는 내 곁에 그녀가 다가와 연재 마무리를 자기가 해보겠다는 듯 키보드를 눌러댔으니 "8ㅕㅛㅑ7-ㅔ[;=] ㅡㅓㅠ ㅡㅓㅠㅜㅗ" 독자들에게 전하는 루루의 소감이 되겠다. 좀처럼 이런 일이 없었는데, 감사의 마음 정도 되려나. 분명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은데... 



이 녀석의 마음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어렴풋이 전해지는데, 과연 나의 마음은 루루에게 잘 전해지고 있을까. 집사는 일생을 말로 마음을 표현하며 살아온 까닭에 말을 건넨다.  

 

"루루, 아이 예뻐."

"루루야, 배고파?"

"루루야~ 사랑해~."

"루루야, 심심해?"

"루루, 츄르 줄까?"

"냐~~~~~앙."


배려심 깊은 루루가 집사의 말에 대답을 해주 황송스럽기 그지없다. 물론 고양이의 언어라 집사의 해석이 필요해도 나름 잘 통하는 것 같다. 특히 먹는 것과 관련해서는 더더욱. 달라는 자와 주어도 주어도 더 주고 싶은 자의 질주는 보통 '건강'이라는 브레이크에서 좌절되곤 하지만 금세 마음을 추스른다. 털 빗기, 창문 보기, 숨바꼭질, 멍 때리기, 사냥놀이 등 먹는 것 말고도 함께 해서 즐거운 일이 많기에. 더 많은 행복의 날들을 함께 걸어갈 것을 알기에 말이다.

  

"냐~~~~~~~~~~앙."

  

무심하면서도 다정한 루루 덕에 집사는 일상과 마음을 돌보며 건강하고 자주 웃는 삶에 가까워졌다. 행복해서 웃는 것인지, 웃어서 행복해지는 것인지 모르긴 몰라도... 마주 하는 눈빛에, 쓰다듬는 손길에, 함께 한 네 계절에 담겼을 온갖 따스함과 행복을 기억한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사랑이라는 것을 안다.


다정하게 이름을 불러주고, 눈인사를 나누고, 물을 갈아주고, 낚싯대를 흔들어주는 매일 비슷한 날인 것 같아도 조금씩 다른, 소중한 하루하루가 흘러가고 있다. 집사가 고양이를 돌보는 것인지, 고양이 집사를 돌보는 것인지 모를 하루들이 흘러간다. 부디 잔잔하고 아름답게 오래도록 흘러가기를, 그러는 동안 수많은 행복의 순간들 켜켜이 쌓이기를... 바라며.... 알 수 없는 먹먹함으로 이 밤의 끝을 잡고 있는 집사와 고양이 루루의 행복을 전한다. 고양이는 그저 사랑. 




냐옹, 그러니까 제 말은.... 사랑한다는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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