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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일러 문 Aug 22. 2024

집사들의 사랑법

고양이에게 어떻게 사랑을 표현할 수 있을까

딸아이는 루루와 고양이의 언어로 대화를 나눈다.


"냐~~옹."

"미야~~~~~~~옹."

"냐~~~앙."

"야옹."


누가 내는 소리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만큼 디테일을 살린 고양이 성대모사와 끊이지 않는 신묘한 대화에 나는 종종 시선을 빼앗기곤 한다. 둘이 무슨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 루루가 과연 딸아이의 말을 알아듣고 있는지, 궁금하면서도 둘이 통하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 부럽기도 하다.


루루는 원래도 딸아이를 잘 따랐지만 이렇게 둘의 대화가 잦아지면서부터 더 딸아이를 따르는 것 같다. 같은 언어를 쓰는 딸아이가 자기와 같은 고양이라고 생각을 하는 것인지... 뭐라 뭐라 얘기도 잘 나누고, 자고 일어난 아침에는 씻고 있는 딸아이를 문 앞에서 기다리기까지 한다. 주말 아침 눈 뜨기 무섭게 나란히 창가에 앉아 눈맞춤을 하며 대화를 나누는 둘의 모습은 정말 너무 아름답다. 무해한 두 존재의 케미에 질투의 화신은 진즉에 전의를 상실하고 그저 감탄한다는.



여동생이 있었으면 좋겠다 노래노래 부르던 딸아이는 소원 성취를 했다며 어찌나 루루를 사랑으로 대하는지.... 어느 날은 자기도 꼬리를 달고 나와 엉덩이를 흔들어댄다. 내년이면 중학교에 입학하는, 요 근래 사춘기 호르몬 폭발하여 까칠한 십이 세의 딸아이가 꼬리를 흔든다며 엉덩이를 흔들어대니 이 엉뚱함이 귀엽고도 귀해 루루는 몰라보았을 꼬리를 추억으로 담아두었더랬다. 루루는 알고 있을까. 작고 귀여운 루루가 우리 가족에게 가져다준 웃음과 기쁨이 이토록 많다는 것을.



아들 녀석은 흡사 고양이다. 부벼 대고 같이 누워 굴러다니는, 피를 나눈 찐고양이남매의 바이브로 매일을 산다. 루루도 오빠의 격한 사랑이 싫지 않은지 파블로프의 조건반사처럼 오빠의 손길에 골골골골 골골송이 크레센도로 반응한다. 길게 늘어트린 수염과 지그시 감은 눈, 숨길 수 없는 행복의 증거 골골송이 행복을 숨겨내질 못하니, 루루도 행복한 집사들처럼 더불어 촘촘히 행복을 적립하고 있을 터.


누구보다도 많은 시간을, 기꺼이 눈높이를 맞추어 눈맞춤을 해주는 오빠집사의 진심은 아마 루루가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고양이처럼 네 발로 우다다를 해주고 재미나게 숨바꼭질을 해주는 오빠 덕에 루루는 신이 난다. 오빠와의 놀이시간에만 고양이의 보은처럼 신남의 절정에 다다랐다는 트리플악셀을 보여주곤 하는 루루. 아무리 노력해도 아들 녀석만큼 재미나게 놀아 줄 수는 없을 것 같아 둘의 사랑을 응원한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루루에게 사랑을 표현할 수 있을까. 가끔은 딸아이처럼 고양이 언어도 구사해 보았고, 맛있는 음식을 주고 사냥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왠지 부족하게 느껴져 남몰래 고민했다. 거대한 집사는 루루 다리 사이를 지나다닐 수도 없고, 애석하게 꼿꼿하게 세울 꼬리도 가지지 못했으며, 골골골 골골송을 연주할 울대도... 마찬가지로 없다... 하여 찾아낸 것이 헤드번팅.  헤드번팅만큼 확실한 것이 없겠다.


다가가 이마를 쿵쿵 박치기하고 볼을 부비자, 루루는 '집사가 왜 이러지?' 하며 가뜩이나 동그란 눈 더 동그랗게 뜬다. 기이한 행동도 처음에나 놀랍지 곧 익숙해져 눈을 지그시 감고 '음~ 나를 사랑한다 말해주고 있구나.' 애정공세를 즐기고 있는 요즘.


굳이 말하지 않아도,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이미 사랑은 존재할 것이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에, 주고받는 목소리에, 쓰다듬는 손길에 사랑이 뚝뚝 흐르고 있을 것. 사랑으로 점철된 매일임에도, 닿는 살과 마음에 사랑을 꾹꾹 눌러 담아 한 번 더 알려주고 싶다.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네가 얼마나 사랑받는 고양이인지를 말이다.

사랑을 표현하는 집사들과 그런 집사들에게 무한한 사랑을 받고 있는 고양이의 행복을 나눈다. 고양이는 그저 사랑.



집사, 너두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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