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 좋은 가을이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볕은 따땃하여 햇살 샤워를 하기 딱 좋은 계절.뜨거움과 선선함이 공존하는 계절,가을.
공기를 담뿍 들이마셔 마음에도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면 심장이 한 번씩 쿵, 떨어지곤 한다. 아, 올해도 지고 있구나. 잘 살고 있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자연스레 삶을 되돌아보게 되면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맞는 오늘은선물같다. 계절이 가고 다시 돌아오는 것이, 어제를 보내고 오늘을 맞는 것이 마치 유한한 삶 속에서 또 한 번의 계절과 오늘을 선물 받는 기분이랄까.
나는 가끔 고양이의 계절과 하루에 대해 상상한다. 우리가 느끼는 몇 곱절의 시간일지말이다.비교적 짧은 생애를 사는 고양이들이기에 (집고양이들은 평균 10~15년, 길고양이들은 3~5년을 산다고 한다.ㅠ) 초, 분 단위로 촘촘히 세상을 느낄지. 지구별의 물리적 공간을 함께 살고 있기에 집사가 느끼는 삶의 속도와 비슷하게 세상을 느낄지. 아니면 뭐래냐 집사야, 그거슨 원.래가 그른 거.에요, 유난~~.이다 유난.이 모든 것이 그저 집사의 의미 없는 염려와 상상으로시간은 그들에게는 중하지 않은 무엇일지.
따스한 볕이 드리운 창가에 자리를 잡고 여름내 눅눅했던 몸과 마음을 꺼내어 구석구석 말리는 루루. 루루는 가을볕아래 햇살샤워 중이다.
기가 막히게 자신이 행복해질 순간을 잘 알고놓치지 않는고양이들을 보니, 그들은 이미 시간이 어쩌고 저쩌고 수명이 어쩌고 저쩌고 골몰하는 집사를 능가하여 이미 어느 깨달음의 경지에 오른 진정한 현자라는 생각마저 든다.
영원을 바랄 것이 아니라, 순간순간의 행복을 온전히 느끼며 살아가야지.
행복한 고양이와 그 곁에 누워 고단한 육신과 얼룩진 마음을 구석구석 잘 말리고 있는 집사, 가을볕 하나로 보송보송한 행복을 나누는 아침이다. 고양이와 집사, 행복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것을 깨달으며 가을볕 아래 자주 있을 행복모먼트를 또 한 번 지켜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