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일러 문 Nov 01. 2024

고양이가 은밀하게 기다리는 해피타임

몰래 먹는 아기 밥 맛을 알아버렸다.

식도락은 포기할 수 없는 인생의 큰 기쁨이다. 덕분에 엥겔지수는 좀처럼 낮아질 기미를 보이지 지만 먹는 것만큼은 잘 먹 즐겁게 살자는 가족의 모토 꽤 마음에 든다. 짭짭 남매뿐 아니라 가슴으로 낳은 털 또한 우리 가족답게 도락을 즐기 살고 있는 듯하다.


이 와중에 엄마의 마음은 그렇다. 먹는 게 곧 그 사람이라고, 보다 건강하게 더 맛있 음식을 공수해 내 가족들을 챙겨 먹이고 싶다. 그런 마음으로 해먹이느라 거짓말 조금 보태어 애기들 먹는 것만 보아도 배가 불러 늘 배가 부 요즘.


랑하는 이가 배불리 먹는 것만 보아도 배가 불러오는 기쁨을 우리 루루도 느끼는가 싶었다. 아기가 식사를 할 때면 곁에 자리를 잡고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우리 루루는 천상 언니구나, 의젓한 맏딸의 풍모에 감탄하며 하늘에 감사했다.


점잖은 루루는 집에 왔을 때부터 품위를 지키며 살았기에, 은근 사고를 일으키는 잔망 루미의 거망동을 그저 귀엽게 바라보고 있다. 루미를 동생으로 잘 받아주고 의젓하게 잘 지내고 있는 루루가 정말 특하고 신기하다며, 루미가 우리집에 올 수 있었던 것은 첫 고양이인 루루가 기특해서 그런 것이라며 종종 얘기를 곤 하는데....


그런데.... 럴수럴수 이럴 수가.

늘 감탄을 자아내던, 점잖고 품위를 지키는 우아한 루루 은밀한 사생활을 어쩌다 목격하게 되었다..... 루가 집사들이 보지 않는 틈을 타 몰래 아기 밥을 먹고 있었던 것.

우걱우걱, 맛있다.


고양이들도 연령대에 따라 필요로 하는 영양소가 달라 연령별 맞춤 사료들이 있다. 하여 사랑하는 고양이의 건강과 오랜 삶을 위해 집사들은 신중하게 사료의 품질을 비교하며 나이대에 맞고 냥이의 기호에도 맞는 적절한 사료를 다.


루루는 1살이 지난 성묘로 건사료로는 로얄캐닌 인도어 사료와 단백질 함량이 더 높은 뉴트로를, 습식으로는 동원뉴트리플랜과 닥터맘마를 먹이고 있다. 루미는 아직까지 로얄캐닌 사료와 뉴트로 사료를 키튼용으로 먹고 있는데 아무래도 폭풍 성장하는 시기인지라 성묘 사료에 비해 고단백 고지방이다. 기 편하게 알갱이의 크기도 비교적 작고.



루루의 은밀한 해피타임을 알고 난 후로는 왜 아가만 맛있는 걸 준다냐, 먹는 걸로 치사하게 집사가 그르냐 루가 속상해 할까 봐 가끔은 아가 사료도 섞어 준다. 풍채가 서양배에서 수박으로 벌크업 되고 있음이 못내 신경 쓰이지만 식도락을 포기 못하는 집사 그 마음을 너무 잘 알기에 그런다. 밥그릇 앞에 앉아 흔들리는 동공 너머의 간절한 루루 마음이 자 읽혀 가끔 그런다.


단순히 맛이 좋아 몰래 먹는 걸까 아니면 자기 어릴 적의 옛 추억이라도 생각하는 걸까 알 길이 없지만, 아기 밥이 되게 먹고 싶은 것만큼은 확실하다.  자꾸만 고개가 루미의 밥그릇 쪽으로 향하는 걸 보면, 눈치를 보다 집사의 레이더망을 피해 아기밥을 몰래몰래 먹고 있는 걸 보면  마음을 모를 수가 없다.

밥상을 차려주면 다가와 자기 밥그릇을 알고 둘이 나란히 앉는 자매. 평화로이 식사를 하는 자매의 뒷모습은 오래전부터 막연히 상상해 온 아름다운 다묘가정의 모습이다. 집사는 가뜩이나 부른 배가 사이좋은 자매로 인해 더더 부를 것만 같다.


행복한 집사의 곁에는 어서 모두가 잠이 들길 소망하는, 오늘도 자신의 행복모먼트를 지켜낼 요량으로 꾸벅꾸벅 졸고 있는 고양이가 있다. 모두가 잠이 들었다 싶으면 아가 밥그릇에 조용조용 다가가 조심스레 냠냠 먹을 루루의 행복모먼트가 달콤하길 바라 디 고양이도 맛있으면 영 칼로리.



자다가 작은 소리에 깨어 플래시를 켜고 찍은 사진. 딱 걸렸다 루루.
이전 05화 털동생이 생겼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