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애의 계절, 가을이다. 공기도 바람도 산뜻하여 좋고, 하늘도 맑고 높아 그냥 살아 숨 쉬는 것만으로도 좋은, 가을이 가고 있다. 해가 갈수록 짧아지는 이 가을이 아쉬워 좋은 날을 만끽할 요량으로 드라이브를 나선다. 털자매도 함께 나선, 우리 가족 완전체 여섯의 외출이다.
이동배낭에 아이들을 넣자, 오늘의 목적지가 부디 동물병원만은 아니길 바라는 눈치라 하네스와 간식을 야무지게 챙긴다. 자동차에 오른 털자매의 반응은 사뭇 다른데, 루미는 불안함을 울음으로 여실히 토해낸다. 아무래도 자신이 어디로 보내질까 불안하여 그른가 차만 타면 입을 조그맣게 벌려 '아~~'하고 작게 우는 반면, 드라이브를 즐기는 루루는 배낭에서 어슬렁어슬렁 나와 자동차 안의 최애 공간인 센터콘솔에 자리를 잡는다.
힘 들이지 않고 데이트하기엔 드라이브가 최고라 간만에 노래 듣고 얘기도 나누며 시간을 보낸다.두리번두리번 이것저것을 관찰하다 창문을 내려 바깥바람도 쐬던 아이들이 이내 평화를 찾는다. 아가는 울음을 멈추고 세상 구경을 하다 잠이 들었고, 루루는 바깥 구경을 하다 커브길에선 나름의 드리프트 신공을 보이며 드라이브를 만끽한다.
집사와 함께 하고 있는 자동차 또한 안전한 영역으로 인식하게 된 건지, 수염을 늘어뜨리고 앉아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존재감을 내뿜는 두 냥이가 참 귀엽다는 생각을 한다. 누구 하나 빠진 이 없이, 광활한 대지의 가을 풍경을 감상하며 내달리는 드라이브라 더 행복하다는 생각도 들고.
막상 고양이를 키워보니 다양한 루트로 수집했던 집사 정보들이꼭 맞는 것들도, 조금 다른 사실들도 있음을 깨닫게 된다. 냥바냥이라고, 다양한 인간군상만큼 고양이들의 성향과 모습도 참 다양하달까.더러 차멀미를 하는 고양이들도 있고, 외출을 극혐 하는 고양이도, 시도 때도 없이 탈출을 꿈꾸는 고양이도 있다는데, 루루는 그다지 외출을 많이 좋아하지는 않지만 집사와 함께 하는 드라이브는 좋아하는 것 같다.
언니 오빠 학원 라이드 동행의 단거리 드라이브는 집사의 분리불안에서 시작되었다. 혼자 두고 나오는 게 마음에 걸려 깜짝 동행을 할 때면 아이들도 루루도 한 번씩 기분이 좋아졌더랬다. 그 경험이 사랑하는 내 고양이와 여러 것들을 함께 즐기며 살고 싶은 마음으로 커졌고 우리를 더 멀리까지 가게 했다. 명절을 쇠러 갔던 4시간의 드라이브도 제법 편안히 즐겼던 루루, 루루도 그 시간을 즐기는 듯하여집사는 루루에게도 더 큰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졌더랬다.이것저것 더 많은행복의 순간을함께 하고 싶어 졌고.
행복이라는 게 좋아하는 이와 좋아하는 것을 함께 할 때 자주 찾아오지 않았던가.이를테면 아이들과 경포호에서 자전거를 탈 때, 남편과 양념갈비를 먹고 입가심으로 망고빙수까지 먹을 때같이. 좋아하는 이와 좋아하는 것의 콤보는 결국 극강의 행복을가져다주곤 했고, 이 극강의 행복을 아는지경계심 많은 내 고양이가 용기를 내어 더 큰 세상을 향해 한 발짝 한 발짝 내딛고 있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부디 아가도 차멀미를 하지 않는, 드라이브를 좋아하는 고양이이기를 소망하며 즐거웠던, 그리고 즐거울 우리의 행복모먼트를 떠올려본다. 고양이와 집사의 드라이브,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