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안도 위험해!
지구의 안녕에 대한 걱정에 화답이라도 하듯, 제법 11월 다운 날씨다. 뼛 속을 훅, 하고 파고드는 찬 바람에 이제 내복들을 꺼내야 하나 고민을 하는 마음의 한 구석에 묘한 안도가 스민다. 요며칠 창을 열면 두 냥이가 코를 벌름거리며 신선한 공기를 재빠르게 충전해 자리를 뜨는 걸 보니 갑작스러운 추위에 화들짝 놀라는 눈치다. 가는 계절을 붙잡듯 야무지게 샷시에 두 손을 올려두고 열어둔 창가를 떠나질 않던 냥이들이 달라졌다. 포근한 이부자리에 가 털뭉치 몸 안으로 손과 발을 넣어 웅크리고 앉았던 녀석들.
더운 날 루루는 맨바닥에 앉아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를 즐겼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열은 고온에서 저온으로 이동하니 루루의 높은 체온이 맨바닥으로 이동해 더위를 쫓을 수 있었을 거다. 시원한 바닥을 찾아 열평형을 이루었던 덕에 더운 여름날을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을 것. 그러나 갑작스레 추워진 계절, 가뜩이나 추위를 싫어하는 냥이들에게 찬 바닥, 바로 이것이 문제다.
따숩고 포근한 스팟을 귀신 같이 알고 찾아내어 웅크리고 앉는다. 열손실을 최소화하려 닿는 면적을 줄인 것일 게다. 보온성이 좋은, 비교적 따순 섬유류에 주로 머물려하니 러그나 이불이 괜찮을 텐데, 또 포근함도 잃지 못하니 자동적으로 이불이 당첨된다.
이불에 묻어있는 집사의 체취를 느끼며 집사들을 기다리는 것일까. 그렇게 기다리다가 집사들이 그리워지면 어떡하나 애틋한 마음이 들어 조그만 등을 쓰다듬곤 한다. 꿈뻑꿈뻑 눈 맞춤을 하며 작은 그릉그릉 소리를 내다 어느 정도 되었다 싶은 순간 팽, 하고 자리를 떠나는 루루. 반면 아가는 작은 몸에서 나오는 소리라 믿기지 않을, 75cc 스쿠터에 버금가는 골골송을 내며 다가와 여기저기 몸을 부빈다. 다른 배에서 나왔으니 다른 것이 당연하겠지만, 두 녀석의 극명한 온도 차가 못 견디게 귀엽다.
이사 가기 전까지 거실에 모여 함께 자기 미션을 이어가고 있는 요즘, 밤시간의 이불 안에서도 두 녀석의 온도 차는 극명하다. 루루는 어느 선 이상으로는 집사들에게 다가오지 않는데, 나는 이것이 타인에 대한, 자신에 대한 본능적인 존중이라고 생각하며 참 근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면 아가는? 그 어떤 선과 경계 없이, 존중 없이 저돌적으로 들이댄다. 다가와 부비고 기분이가 좋아져 골골골골 대며 정신없이 꾹꾹이를 하다가 작은 배가 꺼져 허기를 느꼈는지 허겁지겁 밥을 먹는데, 그 모습이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다. 이러니 이불 안도 위험할 수밖에. 치명적인 귀여움으로 무장한 두 냥이가 과연 무해하기만 할까.
아침이 밝아오고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어둑어둑한 공간, 잠든 내 가족들을 가만- 바라본다.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서로의 숨소리를 들으며 한 데 모여 단잠을 자는 이 순간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행복모먼트가 아닐까 싶다. 집사들은 일어나 칼바람을 가르며 각자의 전쟁터로 나서야 하는데, 이불 밖을 벗어나지 않아도 되는 고양이라니. 정말 냥팔자가 상팔자구나 싶으면서 부디 이 순간이 녀석들에게도 행복이기를 바라본다. 이불 밖도, 이불 안도 위험하지만 귀여운 고양이 둘이 있어 행복한 집사, 아침 준비를 위해 위험한 이불 밖을 나선다. 행복하고 행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