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遊)신부의 사순절 ‘함께 걷는 어둠’
사순절 첫 번째 주간 화요일, 걸으며 읽는 마가복음서 (6)
“예루살렘에서 내려온 율법학자들은, 예수가 바알세불*이 들렸다고 하고, 또 그가 귀신의 두목의 힘을 빌어서 귀신을 쫓아낸다고도 하였다. 그래서 예수께서 그들을 불러 놓고, 비유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사탄이 어떻게 사탄을 쫓아낼 수 있느냐? . . .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사람들이 짓는 모든 죄와 그들이 하는 어떤 비방도 용서를 받을 것이다. 그러나 성령을 모독하는 사람은 용서를 받지 못하고, 영원한 죄에 매인다.’ 예수께서 이 말씀을 하신 것은, 사람들이 ‘그는 악한 귀신이 들렸다’ 하고 말하였기 때문이다.” (마가복음서 3:22-30)
영원히 용서받지 못할 죄가 있으니 바로 성령을 모독하는 죄다.
그러나 여기서 예수께서 강조하시는 것은 하나님의 자비에 그 예외가 있다는 것, 하나님의 용서에 그 한계가 있고 정도가 있고 그 범위 또한 정해져 있다는 것, 그것이 아닙니다. 예수께서 하신 말씀의 강조점은 나 스스로 나의 눈을 가리고 나의 귀를 막은 채 그리스도 예수를 통해 여기 나에게로 오는 하나님 나라를 거부하는 것, 회개를 거부한 채 성령의 능력 안에서 그리스도 예수를 통해 주시는 하나님의 용서, 그 자비에 나의 문을 걸어 잠그는 그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말씀하신 것입니다. 이제 그만 정신을 좀 차리고 그 문을 열라는 애정의 말씀입니다.
나는 절대 나가지 않겠다, 나도 나가지 않을 테니 너도 나가지 말아라, 나도 못나가고 너도 못나간다, 그 누구도 내 안으로는 절대로 들어올 수 없다, 하며 그 문 안에서 꼭꼭 걸어 잠근 나.
‘지금 하나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하나님은 나를 보내셨고 나를 통해 하나님께서 일하신다, 하나님의 영 그 능력 안에서 나는 일한다’ 말하는 예수를 나는 안 믿겠다, 나는 못믿겠다, 나는 그런 것 모른다, 그건 사탄의 힘을 빌린 그래서 사탄이 하는 일이다, 예수라 하는 저 자는 미쳤다 귀신에 들렸다, 귀신을 통해 귀신을 쫓아낸다, 그렇게 성령을 거부하고 성령께서 하시는 일을 거부하고 하나님 나라를 거부하고 회개를 거부하고 하나님의 용서를 거부하며, 그 문 안에서 굳게 걸어 잠근 나.
그 단단히 굳은 나의 마음의 문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내가 열어야 합니다. 먼저 나의 안에서 열어야 합니다.
“악한 것을 선하다고 하고 선한 것을 악하다고 하는 자들, 어둠을 빛이라고 하고 빛을 어둠이라고 하며, 쓴 것을 달다고 하고 단 것을 쓰다고 하는 자들에게, 재앙이 닥친다! 스스로 지혜롭다 하며, 스스로 슬기롭다 하는 그들에게, 재앙이 닥친다!” (이사야서 5:20-21)
예수께서 하신 일들 보았고 그 말씀들을 들었지만 단단히 굳은 마음의 문은 여전히 나의 눈과 귀를 막아버려 그 틈이 없습니다.
그 내 안에서 굳게 닫은 문, 나의 굳어진 마음의 문을 오늘도 예수께서는 어제처럼 두드리고 계십니다. 나를 알아줄 사람 없다고, 나를 안아줄 사람 없다고, 나를 보듬어줄 사람 없다고, 내가 굳게 걸어 잠근 문 나도 못나가고 예수님도 못들어오시고, 그래서 나는 그 문 안에서 서성이고, 예수님께서는 그 문 밖에서 서성이십니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책망도 하고 징계도 한다. 그러므로 너는 열심을 내어 노력하고, 회개하여라. 보아라, 내가 문 밖에 서서, 문을 두드리고 있다. 누구든지 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 나는 그에게로 들어가서 그와 함께 먹고, 그는 나와 함께 먹을 것이다. 이기는 사람은, 내가 이긴 뒤에 내 아버지와 함께 아버지의 보좌에 앉은 것과 같이, 나와 함께 내 보좌에 앉게 하여 주겠다.” (요한계시록 3:19-21)
심판은 있습니다. 그러나 그에 앞서 자비는 사랑으로 항상 먼저 있으니, 그 죄의 용서를 받는 길, 그 심판을 피할 길은 늘 열려 내 앞에 있습니다. 그러나 그 길로 떠가기 위해서는 나의 그 얼어붙은 마음, 그 단단히 굳은 나의 마음 문은 내가 열어야 합니다. 용서받지 못할 죄, 용서받지 못한 자로 남느냐 아니냐는 나에게 달려있습니다.
“내가 지금 너를 두드린다. 나를 보라고 내 얘기를 들으라고 너를 두드린다. 조용하고 잠잠하여 너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어라. 네 문 밖에서 내가 지금 너에게로 들어가려고 문을 두드리고 있으니, 고집 이제 그만 부리고 그 문 열어라, 네가 나에게 나올 수 있게 내가 너에게 들어갈 수 있게 그 문 활짝 열어라! 이제 그 커튼 제끼고 창 밖을 보아라. 문 밖으로 나오라. 비 온다, 봄비다, 겨울 가고 봄 온다, 우리 꽃 피자. 그만 추운 겨울로 있고, 함께 봄으로 있자. 그 봄 여기 너의 문 밖에 왔으니, 고집 그만 부리고 너의 문을 열어라. 함께 봄비 맞자. 함께 봄 맞자.”
지난 겨울동안 딱딱하게 굳어진 나의 마음을 녹이겠다 비는 내리는데, 누구보다 지혜롭다 슬기롭다 그런 나의 헛똑똑을 깨우치려고 비는 내리는데, 겨울을 녹이고 봄을 재촉하는 그 비는 내리는데, 나는 그 문을 단단히 걸어 잠그고 그 창문을 커튼으로 촘촘히 가리고, 밖으로 나오기는 커녕 밖의 풍경에 눈 가리고 밖의 소리에 귀 막고, 밖은 여전히 겨울이라고 봄은 아직 멀었다고 추운 방 안에서 마냥 서성입니다.
나의 마음의 문을 열고 봄비 맞는 사순절, 봄이 오는 길로 나서는 사순절입니다.
* 바알세불 혹은 바알제불(Beelzebul)은 사탄(Satan)의 한 이름으로 가나안 사람들의 거짓 신의 이름, “Baal the Prince”에서 왔다. 다른 고대 사본에서는 바알세붑 혹은 바알제붑(Beelzebub)으로 읽기도 하며, 바알(Baal)신에 대한 모욕과 조롱조의 표현인 바알세붑 혹은 바알제붑Baalzebub (“Lord of the Flies”, 열왕기하 1:3, 6)과 가깝다.